출간된 지 7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잠시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주근깨에 빨강머리, 롱스타킹을 신은 '말괄량이 삐삐' 의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죠.
이 책을 다 큰 어른이 되고서 펼쳤을까요? 어린시절을 그리워하는 향수? 혹은 아이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랐을까요? 무엇이 되었던 이 책을 다시 펼쳐서, 이 나이에 다시 삐삐를 다시 만나서참 다행입니다.
삐삐의 엄마는 삐삐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지만 삐삐는 우울해하기는 커녕 자신의 엄마를 '천사'라고 말합니다.또한 배를 타고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는 모험가인 아빠는 '식인종'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답니다.
우리 어른들은 낡아 빠진 종잇조각(돈)을 벌기 위해 시간도, 건강도, 취미도, 하다못해 행복까지도 미뤄둡니다. 서커스에서 힘센 장사와 이긴 삐삐 롱스타킹은 상금 100크로나를 낡아 빠진 종잇조각 취급하며 코웃음을 칩니다. 우리가 그토록 고생해서 벌고 있고, 많으면 많을 수록 좋겠다 싶은 돈을!
삐삐 롱스타킹은 매 순간이 놀이이며, 흥미거리입니다. 그 순간 즐기는 데 의미가 있죠 충분히 즐기고 나면 금방 흥미를 잃고 또 따른 놀이와 흥미를 찾아 나섭니다.
삐삐 롱스타킹은 무엇을 하건 그 순간에 흠뻑 빠져듭니다. 하다못해 금화를 훔치러 온 도둑과 함께 폴카춤을 추곤 하죠 삐삐 롱스타킹의 매력은 말괄량이에 힘이 세고, 자유 분방하며, 온갖 이야기를 지어낼 정도로 창의적인 아이입니다. 선생님으로, 세테르그렌 부인으로 대변되는 삐삐 롱스타킹의 행동을 지적합니다.
삐삐의 슬픈 눈이, 눈물 고인 눈이 사실은 우리 아이들의 상처받은 모습입니다. 삐삐 롱스타킹이 어른 들의 말에 개의치 않아 다행이지만 만약 이 모든 말에 상처를 크게 입었다면 불이난 집에서 아이들을 구해내는 용기따위는 없었을 것입니다. 부모님이 없는 집에서 혼자 의식주를 해결하며 살아가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얌전하지 않은 아이. 그냥 그 아이의 타고난 성향이며 기질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절대 얌전해지지는 않을 모양이니 그대로 인정해주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면 안되는 것일까요?
얌전해지기는 틀렸어도 난관 앞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용기는 쉽게 발휘될 수 있을텐데요
어른이 되어 만난 삐삐 롱스타킹은 여러 가지 고민을 안겨 주었습니다. 지금 내가 진정 행복해지는 길로 가고 있는가, 용기를 내야할 때 자신있게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고아나 다름없는 삐삐와 함께 노는 친구들을 보면서 가장 못사는 계층의 아이와 그래도 좀 사는 중산층 아이들의 편가르기나 차별이 없는 편견과 선입견 없이 하나되고 서로 보살펴주고 아껴주고 같이 노는 모습이 너무 뿌듯하고 감동적이였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이였다면 상상도 못했겠지만요.
읽는 내내 통쾌하고, 유쾌하고 술술 읽히는 데, 읽고 나면 여운이 남고, 고민하고, 반성하게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