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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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한번쯤은 입에 담아봤을 바로 그 말, '에이, 이놈의 나라에서 더는 못 살아'를 적나라하게 제목에 담아냈다는 것만으로 이 책은 발간 즉시 화제작이 되었습니다. '한국이 싫어서' 떠나고 싶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뭉개고 살고 있다는 것, 그것은 대한민국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것입니다. '계나'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 화자의 입을 통해, 한국이 싫어서 이민을 꿈꿨지만, 정말 한국이 싫어서라기보다는 삶에서의 작은 행복을 찾고 싶어서 한국을 떠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직선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하지만 박수를 몇 번 치고 책장을 덮기엔 아쉬움과 의문점을 남기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또, 책을 읽는 내내, 작가는 남자인데, 왜 '한국이 싫어서' 이 나라를 떠나는 1인칭 화자는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한국을 굳이 떠나야만 하느냐고 묻는 남자친구에게 계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어차피 난 여기서도 2등 시민이야. 강남 출신이고 집도 잘 살고 남자인 너는 결코 이해 못해."

한국은 한국인들이 사는 나라지만, 그 표준적인 '한국인'은 어디까지나 부모 모두 한국인인 남성일 뿐입니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해외 여행을 통해, 한국 사회로부터 벗어나는 해방감을 느낍니다. 똑같은 일을 해도 남성 대 여성의 평균 임금은 100대 62정도. 여성의 노동은 남자의 그것에 비해 절반을 겨우 넘기는 평가를 받는다는 뜻입니다. 세계 그 어디에도 완벽한 성평등이 구현된 나라는 없지만, 한국은 유독 심하게 여성에게 가혹한 나라인 듯합니다.

여기서 작중 화자를 여성으로 설정하고 1인칭 서술을 한 장강명의 선택은 양면적 효과를 낳습니다. 일단 그는 '드러나지 않았던 목소리'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해냈고, 그 자체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여성형 1인칭 화자의 내면을 서술되어 있는 탓에, 작가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주인공 계나의 판단과 선택은 사회 통념적 비난을 돌파해낼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요즘 젊은이들'을 손쉽게 비난하는 사람들의 의식 세계를 뒤엎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젊은 여자'의 목소리에 애초부터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죠.
사실 한국의 문제를 아주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민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외국에 가서도 온갖 시련을 다 겪는 계나의 모습을 본다면 어떤 것도 어떤 국가도 최선일 수 없을듯합니다. 그러나 계나가 스스로 삶을 계획하고 기획하고 그려나가는 모습에서 스스로 강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본다면 아직까지 한국은 그렇게 지옥은 아니며, 아직은 행복, 희망이 남아있을 것입니다.
제목만 보았을 때, 골머리 아픈 사회문제가 담겨있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막상 읽다보면 굉장히 솔직담백해서 재밌습니다. 기자출신의 작가라 그런지 글을 맛깔나게 쓰는 듯합니다. 남의 일일 것 같으나 당장 나와 내 주변의 문제이고, 특히 독자가 여자라면 공감할만한 아주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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