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로 - 편혜영 소설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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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겪게 되는 예기치 못한 사고 앞에 놓인 ‘어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버지 죽음 이후 비밀을 공유하게 된 중학생 유준과 소진의 이야기인 표제작 ‘소년이로’를 비롯해 교통사고로 몸을 쓸 수 없게 된 대학교수 오기와 그를 간병하는 장모와의 불편한 동거를 다룬 ‘식물애호’ 등 모두 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젊은 날은 빨리 간다는 것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제목을 '소년이로'로 결정한 이유가 단지 젊은 날이 빨리 간다는 의미로서 소년이 것이 아닌, 인생의 어느 시점에선가 감당하게 될 책임의 무게에 대해 묻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편혜영 작가의 소설에는 죽음이 있습니다. 범죄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범죄도 등장하는데 단지 범죄의 연속이 불러오는 한, 혹은 평범한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때론 사고가 나기도 하지만 사고로 인해 삶이 망가진 당사자들은 결국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또한, 편혜영 작가는 일상의 균열을 디테일에서 끌어내고 있습니다. 전혀 대단할 것이 없는, 보편적이고 평범한, 어쩌면 눈에 띄지 않는 것들, 매일 혹은 매시간 마주하는 작은 물체나 지나치기 쉬운 식물들, 마당의 잔디, 가끔은 일종의 상황에서 끌어냅니다. 한편, 소설 속의 인물들은 오히려 다분히 현실적인 그들의 모습은 어찌나 우리의 모습을, 우리 주변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너무도 생생하게 감정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여덟 편의 소설 속에 나오는 현실을 꼭 닮은 인물들은 저마다의 실패에 몸살을 앓습니다. 누군가는 죽음으로 누군가는 절망으로 그렇게 저마다의 실패는 결국 우리의 모습을 비추기 마련입니다.
작가는 그러나 결국 이야기의 말미에서도 극복의 과정이나 안착의 결과를 표현하지 않습니다. 다만 죽거나,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의 현재가 그려질 뿐입니다.
 주자의 문집에 수록된 시 소년이로 학난성의 앞부분을 따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흔히 ‘소년은 늙기 쉽지만 학문을 익히는 것은 어렵다’는 의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코드는 낯설고 험난한 상황에 던져진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 자화상인 등장인물들은 고통을 겪는데 알고 보니, 결국 그 책임은 모두 우리 자신의 몫이었습니다. 우리를 삶 속 교묘한 함정으로 끌어들인 건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는 게 작가가 말하는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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