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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 사이 - 너무 멀어서 외롭지 않고 너무 가까워서 상처 입지 않는 거리를 찾는 법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18년 1월
평점 :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 사람들과 수많은 인간관계를 경험해보았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렇다할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 수학공식처럼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책의 저자는 가족, 연인과 나, 친구와 나, 회사사람과 나로 관계의 유형을 구분하여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가족 혹은 연인과 나 사이의 거리는 46cm라고 합니다. 인간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하는 의존 욕구와 내 뜻대로 하고 싶어하는 독립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부모와 연인일지라도 나를 함부로 하게 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다음으로, 친구와 나 사이의 거리는 46cm~1.2m라고 합니다. 아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중간거리입니다. 너무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해서 말실수를 하거나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회사사람과 나사이의 거리는 1.2m~3.6m라고 합니다. 사무적이고 공식적인 활동이 일어나는 거리입니다. 절대로 개인의 사생활을 알려고 하지 말고 그렇다고 일부러 적을 만들지도 말아야 합니다.
물론 우리들 중에 늘 주머니에 줄자를 넣고 다니면서 거리를 적당하게 측정하는 사람은 없죠.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이 거리의 법칙과 그 내용을 지킨다면 우리가 덜 상처받고 나를 지킬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자존감, 자율성과 독립성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죄책감, 비교 등에서 벗어나는 법을 설득력있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 어려운 사람이 겪는 두려움과 부정적인 감정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우리가 사람과 관계를 맺는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자존감입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좀더 자신있게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가장 먼저 '자존감회복'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비판에 대처하는 법 등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관계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진료사례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마치 경험을 대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더불어 나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 인간관계에서 빚어질 수 밖에 없는 불편이나 아픔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알려줍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파킨슨병 환자로서 저자가 겪어온 고통과 고뇌의 편린들이 곳곳에 배어있어서, 비단 인간관계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관계를 맺으며 깨지고 긁히고 상처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저자는 지금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서둘러 관계를 철회하기보다는 적당한 거리두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즉, '거리를 둔다는 것은 상대방과 나 사이에 '존중'을 넣는 것으로, 그가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를 비난하거나 고치려고 들지 않는 태도이며, 반대로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단호하게 선을 그음으로써 자신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농작물을 키우는데도 솎아주기는 필수입니다. 뿌린 씨앗이 다닥다닥 붙어서 싹이 트면 적당한 간격을 두고 솎아내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듯이, 사람사이의 거리두기 또한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안정적인 거리는 얼마큼인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얼마나 거리를 두면 좋을지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