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만으로도 너무나 유명하여 알고 있었지만 소설은 처음 읽었습니다.
박완서 작가의 유년기를 다룬 자전적 소설입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 '나'는 박적골에서 자연과 벗하며 할아버지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자랍니다. 3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7살무렵 오빠를 서울학교에 보내겠다고 먼저올라갔던 엄마를 따라 가난한 동네 현저동에 오게 됩니다. 엄마의 교육열로 인해 명문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오빠는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면서 살림은 피지만, 엄마는 삯바느질로 무리를 해서 결국 서울에 집을 삽니다.
나는 1950년에 20살이 되어 서울대 문리대학에 입학하지만 이내 전쟁이 발발합니다. 한때 좌익에 가담했다가 의용군으로 끌려간 오빠 때문에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고초를 겪기도 합니다. 1.4후퇴로 인해 가족들이 피난을 가려던 차에 오빠는 온전치 않은 정신으로 돌아옵니다. 가족은 피난을 포기한 채 현저동에 남아 불안한 나날을 보냅니다. 나는 모두가 떠나버린 동네를 보면서 오직 자신만 알고 있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글을 쓰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화려하거나 기대감을 주기보다는 소박하고 친근한 느낌입니다.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 그런지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를 여읜 상실감으로 추억을 되새기는 모습은 흘러가버린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고, 일제시대, 전쟁이라는 사회적 혼란 속에 인간군상의 모습을 통해, 우리 부모님세대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또한,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면서도 성숙하게 자라는 주인공의 모습은 한 편의 성장드라마를 보는 듯 했습니다.
이제는 글로만 만날 수 있는 그녀가 남긴 소중한 글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다시는 그녀가 쓴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아직 읽지 못한 유작이 많다는 것은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