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낯선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아이들은 종종 모험을 꿈꾸죠
아이들이 가장 쉽고도 빨리 모험에 뛰어들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아마도 ‘가출’이라는 행위일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호기심으로 인한 충동보다는 현실에 대한 압박감이나 위기의식 때문에 아이들은 그 비상구로 선뜻 들어서게 되고, 막연한 기대에 부풀기보다는 구체적인 두려움에 떨면서 그 비상구를 나서면 아이들은 곧바로 낯선 세상의 한복판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그렇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클로디아의 아주 특별한 가출은 도대체 어떤 의미로 이해되어야 할까요?
‘낡아빠진 방식으로는 절대로 가출할 수 없다’는 확신을 지닌 이 아이는 ‘홧김에 배낭 하나만 달랑 짊어지고 집을 나가는 것’을 단호히 부정하고, ‘단순히 집 밖으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어디론가 숨어 들어가는 가출’을 시도하죠
클로디아가 선택한 가출 장소는 지붕과 벽이 있어서 편안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었습니다.가출에 동반할 매우 적절한 파트너도 선택하는데 바로 용돈을 많이 모아둔 동생 제이미였죠. 가출의 이유는 맏딸이자 외동딸로서 받는 남동생들과의 차별 대우가 싫고, 텔레비전 채널을 가지고 아웅다웅하며 하루하루를 똑같게 살아가야 하는 일상에 지겨워졌기 때문이죠 그리고 ‘식구들이 자신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을 무렵에는 집으로 돌아올’ 계획까지 철저하게 세웁니다.
미술관으로의 잠입에 성공한 클로디아는 매우 현실적인 파트너 제이미와 함께 성공적인 가출 생활에 접어들다가, 가출 둘째날에 그들 앞에 갑자기 나타난 천사 조각상은 그들이 애초에 지녔던 막연한 가출 목적을 아주 확고한 목적으로 전환시킵니다.
천사 조각상이 미켈란젤로의 진품인가를 가려내는 탐구 작업에 뛰어들면서 그들은 집에서 벗어나 단지 얼마 동안을 버티는 차원을 뛰어넘어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아직 알아내지 못한 비밀을 캐내는 '대단한 작업'에 착수하게 된 것이죠 그러나 기발한 재치와 열띤 노력으로 그들이 찾아낸 단서는 무효가 되고 마침내 돈이 다 떨어져 패잔병처럼 집으로 돌아올 채비를 합니다.
동생 제이미가 마지막 남은 차비로 차표를 끊으려 하자 클로디아가 불쑥 끼여들어, 그들은 또 낯선 길을 가게 됩니다. 바로 천사 조각상의 비밀에 대한 열쇠를 지니고 있는 바질여사의 집으로 찾아가는 것이죠 그들은 그녀와의 숨막히는 거래를 통해 결국 천사 조각상의 비밀을 알아내고 그것을 가슴에 간직한 채 부모님이 있는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마침내 모험이 끝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클라우디아와 제이미라는 사랑스러운 두 남매의 캐릭터와 그 속에 담겨있는 작가의 위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적은 돈으로 교통비와 식비를 해결하는 주인공들의 생활력과 경비아저씨들 몰래 숙박하는 순발력,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열정 또한 어른들도 꼭 배워야 할 부분이라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