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몽상
이진경 / 푸른숲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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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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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몽상
이진경 / 푸른숲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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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수준의 수학지식을 얻고자, 혹은 수학을 쉽게 이해하고자 구입한 책이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목적을 가진 책이었다.

 

 

  저자는 수학의 공식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물론 미적분의 개념에 대해서는 다른 책들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 대신 다른 곳에 있는 책의 목적에 집중한다.

 

 

"따라서 수학자들이 좋아하는 '엄밀한'의미에서 정합적인 진리란 수학에는 없다. 다시 말해 수학은 진리가 아니다. 또 그것은 진리를 다루는 것도 아니다. ....(중략)... 그렇다면 수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공리 내지 공준과 같은 몇 가지 규칙을 정해두고, 그것을 이용해 어떤 명제를 끌어내거나 반박하며, 필요한 계산을 하기도 하고, 계산하는 데 필요한 어떤 모델을 만들기도 하는 게임이다. 상대방의 부적절한 추론에 대해 철저하게 비판할 권리가 주어져 있고, (중략) 방어하지 못하면 패하고 마는 게임" (22~24쪽)

 

 ‘수학’이 학교에서 공부한 것처럼 절대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비판과 질문, 의문이 허용되는 영역이기에, “수학의 본질은 자유다.”는 칸토어의 말을 강조한다. 다양한 사유를 통해 새로운 창한과 극한적 사유의 기회를 하용하기 위해, 그래서 독자들이 수학을 ‘실생활에 직접 이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 고정시키거나 ‘비판할 수 없는 절대적 진리’라고 생각하는 등, 수학을 ‘신성시(?!)’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게 하고, 자유에서 나오는 다양한 사유의 흐름으로 수학에게 더욱더 새로운 창안과 극한적 사유의 기회를 주기 위해 이 책이 나왔다.

 

 

  그래서인지 절대적이라던 수학의 개념들에 얼마나 많은 약점들이 보여주기 위해서 기학학과 대수라는 수학의 기초부터 현대수학까지 넓게 살피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식을 설명하는 4장 ‘미적분학’을 통해 모호했던 미적분의 개념에 대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수학 정도의 내용으로, 특히 문과 학생들이 수식과 내용을 포함한 모든 내용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단원도 여기까지라 생각한다.  이 단원만 이야기 하자면, ‘무한소’라는 미적분의 약점에서 비롯된 후대의 논쟁이 수학의 불안정한 토대를 보여주기 때문인지, 여기 나온 내용만으로도 공식 자체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해준다.

 

 

무한소로 비롯된 미적분의 논쟁점을 설명한 저자는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당연해 보이는 개념(유클리드 기하학)이 리만 등의 새로운 기하학에서는 거짓임을 들어, 칸트의 생각과 달리 기하학 영역 역시 절대적이지 않음을 밝히고, 극단적으로 무리수를 거부한 크로네커와 칸토어의 마찰을 통해 수학 개념간의 차이를 밝히고, 그 칸토어의 집합론 역시 ‘칸토어의 역설’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고 말한다. 여기서는 수의 농도를 말하는 알레프(א)라는 생소한 개념이 등장하고, 괴델의 불확정성의 정리가 나오는 등 교양 수준의 배경지식 으로는 온전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내용을 제거한 수학인 '형식체계와 해석'이든,' 직관주의'든 혹은 이전의 질서를 파괴한 괴델의 '불확정성의 정리'든, 수학이 가진 모든 공리계는 그들의 약점과 모순이 발견된 후에도 각자의 가치를 가지며, 이 약점을 극복해보려는 자유로운 시도들은 다양한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는 저자의 핵심을 기억한다면, 비록 알레프 같은 대학 수준의 수학 지식을 이해할 순 없더라도,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수학을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자유로운 실체로 보고, 진정한 수학적 사유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수학사라고 보기에는 소설 같은 이야기가 많고, 수학 내용을 담은 이야기라고 하기에는(이야기로 아주 쉽게 배우는 시리즈 등)을 생각하기에는 공식이나 개념 설명이 부족하다. 그러나 ‘자유로운 수학의 실체와 자유로운 사고’하는 저자의 논지를 말하기에 적절하다.

 

교양으로서의 수학,

 

자유로운 수학을 찾아서,

 

수학을 통한 자유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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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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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지식을 말하지는 않지만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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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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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을 수 있는 경제학 책에 대해 소개 받고 읽은 책인데, 경제학 입문 서적 중에서는 작은 편이다. 그러나 목차만 봐도 알겠지만, 수용와 공급, 그에 따른 희소성과 완전시장 같은 경제학의 기초 분야 외에도, 게임이론처럼 조금 깊은 분야까지 잘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쓴 목적은 당신이 경제학자처럼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나는 교환 비율이나 비즈니스 사이클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반면, 중고차의 비밀 같은 문제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 11쪽 프롤로그 중 -

 

   저자는 저술 목적을 이렇게 밝히고 있고, 실제 책 내용도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이나, 공정무역 커피처럼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사물이나 사건을 이용해 경제학 내용들을 설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핵심을 조금 돌려 말한다. 따라서 경제학에 대한 깊고 자세한 지식을 얻기는 힘들지만, 경제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역시 근처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시러 가기 전에 그 상점이 가진 접근성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생각할 수 있고, 공정무역 커피나, 별다른 차이도 없으면서 가격이 다른 여러 종류의 커피를 보면서 ‘가격 차별화’에 대해 생각하도록 돕는데는 알맞다.

   유기농 음식 등에 적용하는 가격 차별화 역시 일상 일상생활 속에 숨어있는 경제학적 속임수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보다, 가깝게 다가올 수 있는 예시를 많이 들고 있다.

 

효율성과 공정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효율성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107p),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효율성과 공정성이 공존하는 경계를 만드는 방법이다. (109p)

 

 고 말하면서, 잘못된 규제나 지원을 반대하는 한편, ‘유리한 출발’이론을 통해 대안을 찾는다. 즉 소득에 따라 많이 부과하여 가진 자들을 천천히 달리게 하는 소득세보다, 정액세와 보조금을 통해 없는 자들의 출발선을 앞으로 옮길 것을 주장하는데, 일리가 있기는 하다. (난 둘 다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

 

   외부효과에 대해, 저자는 교통정체 시간에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부과하는 ‘혼잡세’를 통해 자기 차를 많이 타고 다닐 부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거두는 한편, 효율성도 살릴 것을 이야기 한다. 어찌 보면 참 기발한 생각이면서도 경제학자다운 생각이다.

 

 

  보험을 통해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사례들[흔히 레몬(결함 있는 상품)과 복숭아(좋은 상품)]으로 비유하는데, 이런 설명방식은 여러모로 이해하기 쉽다. 다만 전반적으로 설명이 조금 너저분한 감은 있다.

의료비에 대한 문제에서 공공 정책의 ‘비효율’과 해당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다수가 존재하는 개인 보험 제도의 중간을 잘 잡아, 국민 개개인이 ‘의료 계좌’를 만들고, 1년에 1500달러를 의무적으로 넣도록 한 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정부가 부족분을 채워주는 정책은 지금까지완 조금 다르지만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남는 돈을 내게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기금에 많은 돈이 들어오겠지만,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생각지 못한 변수는 항상 있으니까. 

 

   그러나 ‘보호무역’과 ‘세계화’를 다룬 9장 ‘다함께 잘 사는 방법’은 항상 뜨거운 문제로 보인다. 예를 들면 그는 보호무역이 농민들을 보호하기는커녕 그 지원금을 대형 농장 소유주들이 독식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데, 한국처럼 기업이 대형 농장을 소유하는 걸 어느 정도 막고 있는 환경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으며, 무엇보다 ‘장하준 교수’같은 경제학자들의 반론도 강하다. 그러므로 이렇게 ‘논문 주제’가 될 수도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넓게 책을 읽은 뒤, 따로 개인의 입장을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 입장에서는 10장 내용처럼 중국이 ‘기회가 되는 곳’이 될지 아니면 워렌 버핏처럼 그 혼란상을 경계해야할지도 아직 결정할 수 없다. 전에 중국 내에서 공무원을 사칭한 사람이 사람을 폭행한 일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같았으면, “공무원 이런 XX."같은 욕을 하고 폭행사건으로 끝났을 일이 중국에선 시위로 번졌다. 그래서 난 중국이 언제까지 기회의 땅인지 모르겠다. 이미 ‘강대국’이지만 ‘선진국’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전반적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알기 쉬운 경제학’ 이라는 저술 목적에 충실한 책이다. 그리고 경제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부담 없이 읽고, 일상적인 일들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도록 돕는 책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그만큼 내용이 난잡하다거나, 분명하지 못한 점은 분명히 있다. 여기 나온 열 가지 주제들 중에는 일반적인 입문서에서 단 몇 장만으로 소개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아서 그렇겠지만, 많은 예시와 설명들에 비해 핵심적인 내용들은 분명하지 않아서, 한 단원을 읽은 뒤에 경제학에 대해 많이 배웠다는 느낌은 들지만 어떤 내용에 대해 배웠냐고 하면,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조금 시간을 보낸 후에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표지에 적혀있는 말처럼 ‘교양서’정도를 기대한다면 만족할 수 있는 책이며, 일상생활과 밀접한 작은 이야기들은 바로 적용할 수 있지만, 정부의 일이나 무역 같이 큰 이야기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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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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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난 소설가 김영하. 책 끝의 ‘해설’에서, 김태한님은 이 책의 소설들에 대해, 삶과 현실 속에서 특별한 가치를 발견하고 그걸 얻으려는 ‘열정적 인물’과 그걸 다른 걸로 대체해 특별한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냉소적 인물’로 나눈 뒤, 냉소주의적 시각을 심어주는 ‘자본주의의 확산’과, 이 냉소 때문에 인간적 가치에 대한 욕구가 더 커지는, 역설적인 대립으로 설명한다.

 

해설자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파괴하는 현실에 대한 공포, 여기서 벗어나기 위한 냉소와 열정이란 틀을 이용해 여기 담긴 작품들을 해설하는데, 해설이 탁월하고 상당부분 동의하지만, 너무 큰 틀에서 바라보는 것 같아, ‘바라는 걸 잡을 수 없는 결핍’이라는 조금 작은 관점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서 작가인 ‘나’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가 결핍을 갖고 있다. 종교적인 열정을 따라, 사랑을 포기하고 신부가 되었지만, “사제관에 오면, 문득, 이 생이 이대로 끝난다는 생각이 목을 죄어오는 거야”라고 말하며, 결핍을 채우기 위해 다시 여대생과 사랑에 빠지는 바오로, 문학에 대한 열정을 버리고 회계사가 되었으나 그 열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자신을 태워버린 정식, 이들은 열정을 이룰 수 없자 자신이 추구하던 가치에 대해 더 큰 냉소에 빠져 다른 길을 찾기도 하고, 열정 때문에 지산을 파괴하기도 한다. 따라서 결국 남은 사람은 그들을 부러워할 어떤 그림자가 없었던 ‘나’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경과 함께 사는 모습을 상상하는 ‘나’에게 ‘새 그림자’가 지나간다. 그렇게 ‘나’에게도 얻고자 하는 ‘그림자’가 생겼으며, 그에 대한 응답으로 ‘나’는 “운다.” 자신을 파멸시키지 않는 선에서의 그림자.

 

“에라이, 이 탈레반 같은 새끼야” ..(중략)..

그럼 아빠는 스스로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혹시 그 북부동맹인가 하는 아저씨들? [48p]

 

우리집 먹이사슬은 이렇다. 오빠는 아빠를 이긴다. 아빠는 엄마를 이긴다. 그런데 엄마는 오빠를 이긴다. 나는? 엄지공주다. 나는 너무 작기 때문에 누구도 나 따위를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싸움은 그 셋 사이에서 늘 벌어진다. [53p]

 

 

이렇듯 가정이 철저하게 돈과 성욕, 그리고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오빠가 돌아왔다.’에서도 오빠의 연인이 들어오자 어머니 역시 집으로 돌아오고 가족과의 관계는 회복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그 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두꺼비 모자에게 납치되었다가 딱 저만한 크기의 왕자를 만나 살림을 차린 엄지공주를 상상한다. 변화된 가정 어디에도 들어갈 수 없는 나는 “야옹아 하루만 기다려라 언니가 간다.”고 하며 끝까지 그 가정 속에서 결핍을 채우지 못한 채 남는다.

 

공동 소유물에 지나지 않았던 진숙이 당당하게 돌아오자 당황하던 그들, 결국 그들 중 한명이 진숙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진숙 역시 결핍으로 자기 몸을 걸레처럼 취급했으나, 그 것이 남편에 의해 해결되자 새사람이 된다. 하지만 그걸 이룰 수 없자 살인을 저지른 중권(셋 중 유일하게 진숙에게 어떤 감정이 있던 걸로 보인다.) 등의 욕망과 그 좌절은 파멸에 가깝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 고상한 개인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일들이 더 인상적이다. 살인은 중권이 저질렀으나, 이미 마음속에서 진숙을 수도 없이 죽였던, 그들.

 

‘너를 사랑하고도’에는 인숙을 사랑하지만 거절당하는 수영강사, 인숙과 내연관계에 있었으며, 자기 정치적 결단과 신념을 펼쳐보기도 전에 모든 것이 짓이겨진 보좌관, 그 보좌관에게서 모욕 받고 버림받은 인숙, 그리고 인숙을 진심으로 걱정하지만, 수영강사와 인숙 사이에 있는 존재일 뿐이며, 결국 인숙에게서 무시당하는 영수가 나온다. 다시 말하면 ‘너를 사랑하고도’에 나오는 모두는 잡고자 하는 걸 잡지 못해 뭔가 결핍된 상황이다. 그리고 머릿속의 토르소, 그리고 그의 상상 속에서 벌어진 일들과, 그가 집어든 토익 책 사이의 괴리는 깊게 남는다.

 

다음 단편 ‘이사’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 속에서 오직 분명한 한 가지는 그가 전날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잠들게 된다는 것뿐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이사라 불렀다” (155p)

 

이 말을 통해 어떤 의미를 던져주지만, 사실 이 내용을 “소중한 가치가 담긴 공간의 변화를 ‘편리’라는 이름으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라 보는 해설도 그리 수긍이 가지 않아 여전히 모호하다.

 

‘마지막 손님’ 또한 그저 끈적끈적하게 가라앉은 무거움과 왠지 모를 침울함이 남지만 잘 모르겠다. 모든 게 묻혀버리는 건가?

 

정리하기 위해 책 읽기의 순서를 조금 바꾸는데, 마지막 손님 앞에 오는 ‘너의 의미’는 여기 나온 소설들 중 거의 유일하게 그런 결핍을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하는 모습이 보인다. 세상은 그 순수를 위해 조윤숙처럼 바보같이 달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사랑이 필요하거나?

 

마지막을 장식하는 보물선에도 ‘충무공동상 폭파’라는 황당한 이상을 가진 형식과 이상 없이 현실에 물든 재만 사이의 거리가 보인다. 이상을 가진 사람들을 이용해 돈을 얻지만 결국 그 때문에 파멸하는 재만 역시 원하는 일을 이루지 못했으며, 재만과 그 일당에게 복수 아닌 복수를 하게 되고, 결국 충무공동상 폭파에 성공하는 형식 역시 바로 그 자리에 원형 그대로 재건된 충무공 동상을 바라볼 뿐 여전히 그의 목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그 역시 결핍에 있다.

 

아니. 언제나 목표가 생기니 영원히 열정적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의 망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사실 이 소설에 대한 해설에서 “‘냉소주의자들’이 ‘헛된 열정과 믿음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하는 해설은 공감이 가지 않는다. 보물이 열정인걸까?

 

소설가 박범신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문학은 항상 부족함을 이야기 한다. 이 이야기들이 그리고 있는 결핍은 채우려다 파멸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채워지지 않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짧고도 참혹한 이야기들은 현대인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결핍을 조금씩 보여주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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