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읽는 완벽한 기술 - 이제 아무도 당신을 속일 수 없다
잭 내셔 지음, 송경은 옮김 / 타임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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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15년 이상 전의 이야기다. 어렸을 때 영어 학원에 다녔었는데, 외국인 강사가 누군가에게 "You lied to me!!!" 하면서 엄청나게 화를 내는 것을 보았다. 누가 어떤 거짓말을 그에게 했는지 등의 확실한 정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의 정서로는 그다지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고 기억된다. 그 때 나는 '왜 저 사람이 저렇게 화를 낼까? 아무래도 서양인들은 '거짓말'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모양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거짓말에 특별히 관대한 편은 아니다. 내가 100% 정직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의의 거짓말 정도는 나도 한다) 고의로 타인을 속여서 이득을 얻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보기 좋게 속아넘어가서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당하는 일은 겪고 싶지 않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타인의 거짓말을 간파하고 속아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잭 내셔의 <거짓말을 읽는 완벽한 기술>은 관찰과 대화를 통해 타인의 거짓말을 간파하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실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상황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희대의 사기꾼들의 사기 행각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예로 들며, 거짓말을 간파하기 위한 다섯 가지 스킬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행동의 변화를 관찰하라'는, 상대의 평소 행동을 먼저 살피고 평상시와 달라지는 점을 찾는 것이다. 꽤 흥미있는 것이, 이 책에 제시된 '유죄지식검사'인데 용의자에게 사건과 관련된 단어들과 관련 없는 평범한 단어들을 섞어서 보여주고 그 반응 속도를 측정하여 사건에 그가 연루되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 <심리시험>에도 이 검사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꽤 머리가 좋은 범인은 심리시험에 대비하여 반응 속도를 조절하기 위하여 연습을 하지만, 오히려 실제의 검사 때 사건과 관련된 단어들에 대한 반응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의 범행은 발각된다.  

그 다음으로 '진실한 감정을 포착하라'는 상대의 두려움, 죄책감, 그리고 속임수가 성공했을 때의 희열 등의 감정을 포착하는 것이다. 이와 연관되는 것이 뒤이어 등장하는 '표정의 부조화를 찾아라' 인데, 인위적인 표정, 급격한 감정 변화, 그리고 표정에 드러나는 마이크로 익스프레션(micro expression : 미세한 표현) 등을 통해 상대가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경우는 확실한 거짓말의 증거라는 저자의 말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우울증이나 신경쇠약 등으로 감정의 조절이 잘 안되는 사람들이 전부 거짓말쟁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또한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을 만들어라'는 것은, 일상생활보다는 경찰서의 어두컴컴한 취조실 등에서 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상대의 거짓말로 인해 중대한 피해를 당하는 상황이나 용의자를 심문하는 상황도 아닌, 작은 거짓말 따위를 판별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고의로 압력을 넣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한술 더 뜨는 것이, 범죄자를 심문할 때 쓰는 미끼 질문을 하거나 상대방 앞에서 고의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심한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일종의 '심문 전략'까지 이 책에서는 제시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내가 당신이라도 그랬을 거라는 등의 일종의 '도덕적 사면'을 줘서 자백하도록 하는 기술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참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디테일을 읽어라'라는 부분에서는, 이야기의 디테일한 부분에 주목해서 의미 없이 말한 부분이나 심리 변화, 복잡한 상황 등의 변수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좀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차라리 이 책을 범죄수사 관련해서 냈더라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심리학 혹은 인간관계에 관한 책으로서는 어떤 부분들은 꽤 불편하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인간에 대한 환멸이 몰려오기도 한다. 주변에 정말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해서 피해를 주는 사람이 있다면, (멀리할 수 있다면) 멀리하면 그만이다. 사랑하니 안하니, 바람을 피웠니 안 피웠니 싸울 관계라면, 차라리 연애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과의 관계에서도 범죄자 취조하듯 사사건건 의심하며 서로를 대해야 하는 것인가? 중대한 것이 아니면 적당히 넘기고 서로 이해해 주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내가 인복이 많아서 아직까지 큰코다친 적이 없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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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가 맛있다
김은경 지음 / 나무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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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채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신선하고 아삭한 샐러드,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냉이무침 같은 채소로 만든 요리가 참 좋아졌다. 어쩌면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실컷 먹을 수 있는 것은 축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채소를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의외로 적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샐러드, 무침 등을 제외하면 딱히 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읽게 된 김은경의 <채소가 맛있다>는, 꽤 다양한 종류의 야채를 활용한 요리들과 그 레시피들을 선보이고 있다. 저자는 프랑스 요리학교 Le cordon bleu를 수료하고 일본 vegetable & fruits 협회의 채소 소믈리에 과정을 이수한, 국내 1호 채소 소믈리에이다. 그런 만큼, 채소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디저트의 다섯 개의 파트로 나눌 수 있다. 봄에는 냉이, 돌나물, 참나물, 두릅, 달래, 봄동 등의 봄의 향기가 느껴지는 재료들을, 여름에는 부추, 파프리카, 애호박, 고추, 오이, 콩 등의 여름에 주로 나는 재료들을, 가을에는 단호박,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마, 우엉, 연근, 감자 등의 재료들을, 겨울에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당근, 아보카도, 배추, 시금치 등의 재료들을 활용한 요리들이 소개되어 있다. 물론 요즘에는 재배 기술의 발달로 굳이 계절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채소들을 구할 수 있지만, 굳이 제철 채소를 선호하는 이유는 제철 채소야말로 그때 그때 필요한 영양소를 알맞게 챙겨주고, 사계절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에 실린 요리들의 난이도를 보면 꽤 손이 많이 가거나 흔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있는 반면, 적당한 크기로 썰기, 굽기 정도로 끝나는 간단한 것도 있다. 또한 채소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샐러드나 무침 정도일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꽤 다양한 종류의 요리들이 있었다. 아스파라거스가 들어간 현미 리조토, 굴 양파 보리쌀 스튜, 소시지가 들어간 토마토 볶음밥(매콤한 맛이 나는 초리조 소시지가 들어간다. 수입식품 코너에 있을 것 같다), 구운 고구마 카나페, 우엉 고추잡채(우엉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묘하게도 이건 괜찮아 보인다. 꽃빵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매시드 포테이토를 올린 버섯 그라탱, 아보카도 마 비빔밥, 무꽃 절임을 곁들인 매실 주먹밥(이것을 보고 나는 일본의 우메보시가 들어간 오니기리를 생각했다), 브로콜리 두유 라자냐, 중화풍 배추탕 등 재료도 국적(?)도 다양하다. 또한 나는 당근이나 우엉 같은 것은 특유의 향이 싫어서 잘 먹지 않는데, 묘하게도 이 책에 나온 요리들은 사진의 영향인지 당근이나 우엉이 들어간 것이라고 해도 꽤 맛있어 보이고 먹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너무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요리 사진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먹어보고 싶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꽤 좋은 점이, 요리에 쓰이는 소스와 각종 드레싱, 자투리 채소로 만들 수 있는 수프, 신선하고 좋은 채소를 만날 수 있는 시장 같은 것을 알려주는 코너가 각 장의 끝부분에 있다는 것이다. 소스와 부재료 중에는 포도씨 오일이나 맛술, 가쓰오부시처럼 비교적 익숙한 것들이 있는가 하면,  디종 머스타드, 안초비, 블루치즈, 페페론치니 등 수입식품 코너에 있을 것 같은, 꽤 이국적인 것들도 있다. 그리고 책에 등장한 요리들이 대부분 퓨전의 느낌이고 연어나 닭가슴살 같은 내가 꽤 좋아하는 재료들이 들어간 요리들도 있어서, 꽤 취향에 맞을만한 것들이 많다. 나는 요리를 거의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어려운 것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간단한 것부터 하나씩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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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 - 모르면 당하는 확률과 통계의 놀라운 실체
카이저 펑 지음, 황덕창 옮김 / 타임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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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은 숫자, 그리고 통계와 연관되어 있다. 기업들은 소비 패턴을 통하여 어떤 부류의 소비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밝혀내고, 각종 단체에서는 여론조사나 설문 등을 통하여 정치적 성향이나 생활수준 따위를 통계화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가 하루에 평균 몇 시간을 일하거나 공부하는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한 달에 문화생활로 소비하는 금액은 얼마인지, 인터넷을 하루에 몇 시간이나 사용하는지 등의, 상당히 많은 것들이 수치화, 통계화되어 많은 부분에 이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주변의 데이터와 정보를 정확하게 보고 이해해야 한다. 신세대 통계학자 카이저 펑의 <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원제 : Numbers Rule Your World)>는 이러한 숫자와 통계에 대한 이야기를 생활 속 주제로 읽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의 첫번째 파트에서는 생활 안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례들을 통해 확률과 통계의 헛점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진짜를 찾아내기 위한 다섯 가지의 통계적 사고로 평균의 함정, 오류의 미덕, 평등의 모순, 결과의 비대칭, 확률의 미신을 들고 있다. 그러한 예로써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 대기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고속도로의 정체를 줄이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전염병학자들이 우리를 식중독 위험이 있는 음식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하는지, 신용등급은 어떻게 산출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또한 SAT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출제위원들은 어떻게 하는지, 대규모의 자연재해에 보험사들은 어떻게 위험을 계산하고 대비하는지, 약물 부정 운동선수를 도핑 테스트에서 어떻게 적발하는지 등 비교적 친근한 소재들을 통해(비록 저자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예가 미국에 국한되어 있는 점이 아쉽지만) 우리가 범하기 쉬운 해석의 오류들과 통계학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다섯 가지의 통계적 사고들을 활용하여 앞에서 다뤘던 사례들을 다시 살펴보고, 하나의 사례에 또 다른 이야기를 연결하여 다루고 있다. 통계의 주요한 원리들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부분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검은 백조(Black Swan, 나심 탈레브에 의해 정립된 개념으로 예기치 못한 극단적, 예외적 상황을 의미한다)'와 같은 변이성에 대해서 질문을 던질 것, 오류 속에서 쓸모 있는 것들을 골라낼 것, 비교할 때는 언제나 비슷한 것끼리 놓고 할 것, 두 가지 오류의 타협에 주의할 것, 그리고 너무 희박한 가능성은 믿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확실히 그런 것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 역시 변이성이 극에 달한, 지극히 드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테러범을 색출하기 위한 데이터 마이닝 기술 역시 테러리스트도 스파이도 아닌 수백 수천 명의 무고한 시민들에게 누명을 씌우기도 한다. 식중독 집단 발병과 같은 경우에도 인과관계와 상관관계 양쪽을 모두 고려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리콜했다가는 해당 업계에 크나큰 손실을 끼치게 된다. 이래저래 한끗 차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이 통계학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숫자나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꽤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숫자와 통계는 중립적인 것이지만 어떻게 해석 혹은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사람들이 속아넘어가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흔한 예로 주로 정치 쪽에서 보이는 일종의 여론조작 같은 것이 있다. 정해진 숫자와 통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보이도록 포장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니까 말이다. 그러한 속임수들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 모든 사람이 통계학자가 될 수는 없지만 어떤 정보를 분석할 때 통계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평소에도 로또나 복권 같은 것은 거의 구입하지 않지만, 당첨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한 로또를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돈으로 커피라도 마시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너무 수학적으로 계산하고 따지는 것은 나의 성향에 맞지 않지만(그리고 나는 숫자에 약한 편이지만), 이 책의 내용 정도라면 비교적 무리 없이 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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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 가정용 곤충에 관한 은밀한 에세이 1881 함께 읽는 교양 9
조슈아 아바바넬.제프 스위머 지음, 유자화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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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 중학교 시절, 묘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바닥에 사마귀가 있는 것을 모르고 누군가가 밟았는데, 그 사마귀 안에서 길고 검은 정체불명의 것이 나와서 꿈틀거리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사마귀 뱃속의 내장이 사후경직으로 인해 밖으로 삐져나와서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근육조직이 거의 없는 사마귀에 사후경직이라니,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된다). 그때는 디카 같은 것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그 기괴한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 둔 것은 없지만 그것의 꿈틀거리는 모습은 나의 기억 속에 꽤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야 사마귀 뱃속에서 나왔던 그것이 '연가시(nematomorph, hairworm)'라 불리는 기생충의 일종임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기생충이나 그 외의 곤충류에 약간의 흥미가 생겨, 칼 짐머의 <기생충 제국>이라는 책을 사서 읽기도 했다. 확실히 그러한 것들에 대해 흥미는 있지만, 사진 따위를 보면 혐오스럽다고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 참 이율배반적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읽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원제 : A Field Guide to Household Bugs)>라는 책은, 번역본 제목만 보면 고독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치유 책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원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실상은 그렇게 따뜻한 내용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서식하는 각종 곤충 종류를 멋지게(!) 확대해놓은 전자현미경 사진들을 곁들여, 어쩌면 혐오스러울 수도 있는 '가정용 곤충'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는 꽤 코믹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곤충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과 더불어 살아온, 꽤 친숙한(!) 것들이다. 인간을 물어 가렵게 하는, '자유로운 영혼' 빈대, 인간의 머리카락에 주로 서식하는 '미치광이 침입자' 이, 알레르기의 주범인 집먼지 진드기, 역시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되는 '살갗 위의 굿 서퍼' 모낭진드기와 옴진드기, 어쩌면 다른 것들보다는 좀 낭만적일지도 모르는 '도서관의 보헤미안' 서양좀벌레와 집게벌레, 인간을 성가시게 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병까지 옮기는 파리, 출몰하는 것만으로 정신적 데미지를 선사하는 '천하무적 몬도가네' 바퀴벌레,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벼룩과 흡혈진드기 등 혐오스러우면서도 발랄한(?) 곤충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꽤나 자주 등장하는 '가정용 곤충'들의 전자현미경 확대 사진들은, 상당히 못생기고 혐오스러운 곤충들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온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그나마 지금은 벼룩과 빈대 따위가 창궐하는 시대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중세시대에만 해도 자다가 그러한 것들에 물리는 일은 너무나도 흔했다. 또한 그러한 곤충들이 어떤 먹이를 좋아하고, 어떤 방식으로 번식하고, 퇴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저자는 꽤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만약에 이 책에 나오는 퇴치법들을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실행했다가는 자신의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른다. 벌레를 퇴치하기 전에, 인간이 먼저 퇴치당한다고 보면 될 듯 하다. 또한 꽤 인상에 남는 것이 빈대의 번식에 대한 것이었는데, '빈대의 짝짓기는 무척 거칠어서 곤충학자들은 이것을 '외상성 수정'이라고 부른다. 암컷 빈대의 몸에는 생식기 개구부가 없어서 수컷이 암컷의 배를 잘라 벌리고 그 안에 정자를 넣는다.(p.27)'고 한다. 꽤나 거칠고 하드코어한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아마 빈대들은 번식을 하는데도 거의 목숨을 걸 정도의 큰 결심을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인간 입장에서는 빈대 같은 것들이 많아지는 것이 전혀 반갑지 않지만, 그런 식으로 그들은 계속 자신들의 종을 열심히 번식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 외에도 집먼지 진드기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인간과 애완동물의 비듬이라던지, 카프카의 <변신>에서 주인공이 변한 벌레는 아마도 바퀴벌레가 아닐까 하는 가설이라던지, 에드가 앨런 포의 <고자질하는 심장>에 등장하는 '익명의 나무 먹는 벌레' 이야기 등 벌레와 관련된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 책에 포진해 있어서, 결코 읽다가 지겨워지거나 할 일은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곤충들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그저 즐거운 일은 아니다. 벌레를 심하게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이런 녀석들과 함께라니 차라리 혼자인 쪽이 마음이 편할 듯 하다! 아마 벌레 오타쿠(!)가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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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또예프스키 평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도스또예프스끼 평전
에드워드 H. 카 지음, 김병익.권영빈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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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0년쯤 전, 열린책들에서 완역본으로 출간된 도스또예프스끼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이것은 정말 최고라고 열광했던 적이 있다. 그 뒤로 그의 다른 작품들 역시 하나둘씩 찾아 읽게 되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한 것이 위에 언급한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그리고 <죄와 벌>이다. 그 둘은 거의 도스또예프스끼의, 그리고 러시아 문학의 정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작품들을 쓴 도스또예프스끼의 삶은 과연 어떠했을까. 완역본을 출간했던 열린책들에서 이번에는 E.H.카의 <도스또예프스끼 평전(원제 Dostoevsky 1821-1881)>을 개정 출간했다. E.H.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원제 What Is History)>를 쓴 영향력 있는 역사학자로, 그는 소련사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였다. <도스또예프스끼 평전>은 카의 첫 번째 저서로,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한 방대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그의 문학 뿐만이 아니라 러시아의 역사, 사조, 그리고 종교, 심리 등의 측면에서 매우 치밀하게 분석한 책이다.  

대부분의 문필가들의 삶은 평탄하지 못하다. 도스또예프스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어린 시절 거의 학대에 가까운 엄격함 밑에서 성장했고, 지병인 간질 발작은 그를 평생 동안 괴롭혔으며, 정치적인 이유로 황제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고 마지막 순간에 감형되어 시베리아의 유형지에서 10년을 보낸다. 처형장에서 눈이 가려진 채 공포가 극도에 달한 순간, 니꼴라이 1세의 칙사가 말을 타고 와서 감형 명령을 전했던 일화는 꽤 유명하다. 이는 일종의 영혼을 흔드는 듯한 체험으로,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겼다. 또한 비참했던 시베리아 유형 생활은 그의 작품 <죽음의 집의 기록>에 큰 영향을 준다. 시베리아 유형에서 돌아온 후에도 그의 삶은 그다지 평화롭지 못했다. 첫 번째 부인 마리아 드미뜨리예브나가 병으로 죽은 후 그녀의 아들인 빠벨은 방탕한 생활로 도스또예프스끼를 평생 괴롭혔다. 그 뒤로 만나게 된 연인 수슬로바와의 관계는 일종의 애증으로 이어진, 어찌 보면 참 잔혹한 관계였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삶을 피폐하게 했던 것은 도박이었다. 원고료로 돈을 받는다 해도 도박 등의 방탕한 생활로 인하여 전부 날려버리는 일이 잦았고, 두 번째로 맞은 부인 안나와 어린 자녀들, 죽은 형의 부인과 자녀들, 그리고 의붓아들 빠벨 등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많았기 때문에 삶은 항상 궁핍했다. 그의 도박벽은 꽤 심각해서, 크게 돈을 잃고 나서는 도박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면서도 돈이 조금만 생기면 또 도박장으로 달려가곤 했다. 이러한 도박에 대한 이야기는 일종의 자전적 소설인 <노름꾼>에 나타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경제적인 궁핍에 시달렸고, 여러 출판사들로부터 원고를 집필하는 조건으로 선금을 받고 지인들에게 빚을 져서 근근히 삶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도스또예프스끼의 방탕한 생활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도, 의외였다거나 그의 이미지가 손상되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른 문필가들의 수많은 예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정도의 거장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 문학사에 길이 남을 <죄와 벌>, <백치>, <악령>,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을 집필한다. 초반과 달리 이제는 그가 문학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판매 부수도 많았고 그의 명성은 점점 높아졌다. 오래 전 그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알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 평전을 읽으면서 명료하고 확실해지는 느낌이다. 또한 각 작품들이 그의 문학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 책은 명확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를테면 그가 죽기 직전까지 집필했던, 40만 단어에 달하는 작품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일종의 예언자적인 입장에서 쓰여진 것이라던지, 주인공들을 통해 표현되는 일종의 마조히즘에의 뚜렷한 경향을 알 수 있다거나 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지병으로 인해 죽기 3일 전까지도 집필을 하고 원고를 인쇄소에 보냈다. 그의 죽음 역시, 지극히 작가다웠던 것이다. 러시아 문학의 큰 별이 진 후, 그의 장례식에는 수많은 문인들과 군중들이 참석했다.  

이 평전을 읽으며, 문필가의 숙명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극심한 괴로움과 우울증, 그리고 결코 행복하지 못한 삶은 수많은 예술가들의 공통점이다. 그들은 범인(凡人)의 예상을 뛰어넘는 업적을 남기지만, 그것은 너무 큰 대가를 동반한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삶에서, 나는 다자이 오사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역시 천재적인 작가로써 기억되고 있지만, 그의 삶 역시 다섯 번의 동반자살 시도와 약물중독, 방탕한 생활 등으로 점철되어 있었고, 항상 경제적인 궁핍에 시달려서 지인들이나 출판사에 애원하는 편지를 보내는 일의 연속이었다. 결국 마지막 동반자살에서 그는 성공하여, 짧은 생을 마감한다. 많은 부분에서 도스또예프스끼와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자기파괴적 경향은 어쩌면 작가와 예술가의 숙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평전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천재들은 결코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 나를 지극히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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