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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 - 모르면 당하는 확률과 통계의 놀라운 실체
카이저 펑 지음, 황덕창 옮김 / 타임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삶을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은 숫자, 그리고 통계와 연관되어 있다. 기업들은 소비 패턴을 통하여 어떤 부류의 소비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밝혀내고, 각종 단체에서는 여론조사나 설문 등을 통하여 정치적 성향이나 생활수준 따위를 통계화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가 하루에 평균 몇 시간을 일하거나 공부하는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한 달에 문화생활로 소비하는 금액은 얼마인지, 인터넷을 하루에 몇 시간이나 사용하는지 등의, 상당히 많은 것들이 수치화, 통계화되어 많은 부분에 이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주변의 데이터와 정보를 정확하게 보고 이해해야 한다. 신세대 통계학자 카이저 펑의 <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원제 : Numbers Rule Your World)>는 이러한 숫자와 통계에 대한 이야기를 생활 속 주제로 읽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의 첫번째 파트에서는 생활 안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례들을 통해 확률과 통계의 헛점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진짜를 찾아내기 위한 다섯 가지의 통계적 사고로 평균의 함정, 오류의 미덕, 평등의 모순, 결과의 비대칭, 확률의 미신을 들고 있다. 그러한 예로써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 대기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고속도로의 정체를 줄이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전염병학자들이 우리를 식중독 위험이 있는 음식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하는지, 신용등급은 어떻게 산출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또한 SAT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출제위원들은 어떻게 하는지, 대규모의 자연재해에 보험사들은 어떻게 위험을 계산하고 대비하는지, 약물 부정 운동선수를 도핑 테스트에서 어떻게 적발하는지 등 비교적 친근한 소재들을 통해(비록 저자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예가 미국에 국한되어 있는 점이 아쉽지만) 우리가 범하기 쉬운 해석의 오류들과 통계학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다섯 가지의 통계적 사고들을 활용하여 앞에서 다뤘던 사례들을 다시 살펴보고, 하나의 사례에 또 다른 이야기를 연결하여 다루고 있다. 통계의 주요한 원리들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부분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검은 백조(Black Swan, 나심 탈레브에 의해 정립된 개념으로 예기치 못한 극단적, 예외적 상황을 의미한다)'와 같은 변이성에 대해서 질문을 던질 것, 오류 속에서 쓸모 있는 것들을 골라낼 것, 비교할 때는 언제나 비슷한 것끼리 놓고 할 것, 두 가지 오류의 타협에 주의할 것, 그리고 너무 희박한 가능성은 믿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확실히 그런 것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 역시 변이성이 극에 달한, 지극히 드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테러범을 색출하기 위한 데이터 마이닝 기술 역시 테러리스트도 스파이도 아닌 수백 수천 명의 무고한 시민들에게 누명을 씌우기도 한다. 식중독 집단 발병과 같은 경우에도 인과관계와 상관관계 양쪽을 모두 고려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리콜했다가는 해당 업계에 크나큰 손실을 끼치게 된다. 이래저래 한끗 차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이 통계학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숫자나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꽤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숫자와 통계는 중립적인 것이지만 어떻게 해석 혹은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사람들이 속아넘어가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흔한 예로 주로 정치 쪽에서 보이는 일종의 여론조작 같은 것이 있다. 정해진 숫자와 통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보이도록 포장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니까 말이다. 그러한 속임수들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 모든 사람이 통계학자가 될 수는 없지만 어떤 정보를 분석할 때 통계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평소에도 로또나 복권 같은 것은 거의 구입하지 않지만, 당첨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한 로또를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돈으로 커피라도 마시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너무 수학적으로 계산하고 따지는 것은 나의 성향에 맞지 않지만(그리고 나는 숫자에 약한 편이지만), 이 책의 내용 정도라면 비교적 무리 없이 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