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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읽는 완벽한 기술 - 이제 아무도 당신을 속일 수 없다
잭 내셔 지음, 송경은 옮김 / 타임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적어도 15년 이상 전의 이야기다. 어렸을 때 영어 학원에 다녔었는데, 외국인 강사가 누군가에게 "You lied to me!!!" 하면서 엄청나게 화를 내는 것을 보았다. 누가 어떤 거짓말을 그에게 했는지 등의 확실한 정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의 정서로는 그다지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고 기억된다. 그 때 나는 '왜 저 사람이 저렇게 화를 낼까? 아무래도 서양인들은 '거짓말'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모양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거짓말에 특별히 관대한 편은 아니다. 내가 100% 정직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의의 거짓말 정도는 나도 한다) 고의로 타인을 속여서 이득을 얻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보기 좋게 속아넘어가서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당하는 일은 겪고 싶지 않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타인의 거짓말을 간파하고 속아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잭 내셔의 <거짓말을 읽는 완벽한 기술>은 관찰과 대화를 통해 타인의 거짓말을 간파하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실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상황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희대의 사기꾼들의 사기 행각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예로 들며, 거짓말을 간파하기 위한 다섯 가지 스킬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행동의 변화를 관찰하라'는, 상대의 평소 행동을 먼저 살피고 평상시와 달라지는 점을 찾는 것이다. 꽤 흥미있는 것이, 이 책에 제시된 '유죄지식검사'인데 용의자에게 사건과 관련된 단어들과 관련 없는 평범한 단어들을 섞어서 보여주고 그 반응 속도를 측정하여 사건에 그가 연루되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 <심리시험>에도 이 검사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꽤 머리가 좋은 범인은 심리시험에 대비하여 반응 속도를 조절하기 위하여 연습을 하지만, 오히려 실제의 검사 때 사건과 관련된 단어들에 대한 반응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의 범행은 발각된다.
그 다음으로 '진실한 감정을 포착하라'는 상대의 두려움, 죄책감, 그리고 속임수가 성공했을 때의 희열 등의 감정을 포착하는 것이다. 이와 연관되는 것이 뒤이어 등장하는 '표정의 부조화를 찾아라' 인데, 인위적인 표정, 급격한 감정 변화, 그리고 표정에 드러나는 마이크로 익스프레션(micro expression : 미세한 표현) 등을 통해 상대가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경우는 확실한 거짓말의 증거라는 저자의 말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우울증이나 신경쇠약 등으로 감정의 조절이 잘 안되는 사람들이 전부 거짓말쟁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또한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을 만들어라'는 것은, 일상생활보다는 경찰서의 어두컴컴한 취조실 등에서 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상대의 거짓말로 인해 중대한 피해를 당하는 상황이나 용의자를 심문하는 상황도 아닌, 작은 거짓말 따위를 판별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고의로 압력을 넣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한술 더 뜨는 것이, 범죄자를 심문할 때 쓰는 미끼 질문을 하거나 상대방 앞에서 고의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심한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일종의 '심문 전략'까지 이 책에서는 제시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내가 당신이라도 그랬을 거라는 등의 일종의 '도덕적 사면'을 줘서 자백하도록 하는 기술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참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디테일을 읽어라'라는 부분에서는, 이야기의 디테일한 부분에 주목해서 의미 없이 말한 부분이나 심리 변화, 복잡한 상황 등의 변수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좀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차라리 이 책을 범죄수사 관련해서 냈더라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심리학 혹은 인간관계에 관한 책으로서는 어떤 부분들은 꽤 불편하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인간에 대한 환멸이 몰려오기도 한다. 주변에 정말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해서 피해를 주는 사람이 있다면, (멀리할 수 있다면) 멀리하면 그만이다. 사랑하니 안하니, 바람을 피웠니 안 피웠니 싸울 관계라면, 차라리 연애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과의 관계에서도 범죄자 취조하듯 사사건건 의심하며 서로를 대해야 하는 것인가? 중대한 것이 아니면 적당히 넘기고 서로 이해해 주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내가 인복이 많아서 아직까지 큰코다친 적이 없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