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가 맛있다
김은경 지음 / 나무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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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에는 채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신선하고 아삭한 샐러드,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냉이무침 같은 채소로 만든 요리가 참 좋아졌다. 어쩌면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실컷 먹을 수 있는 것은 축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채소를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의외로 적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샐러드, 무침 등을 제외하면 딱히 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읽게 된 김은경의 <채소가 맛있다>는, 꽤 다양한 종류의 야채를 활용한 요리들과 그 레시피들을 선보이고 있다. 저자는 프랑스 요리학교 Le cordon bleu를 수료하고 일본 vegetable & fruits 협회의 채소 소믈리에 과정을 이수한, 국내 1호 채소 소믈리에이다. 그런 만큼, 채소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디저트의 다섯 개의 파트로 나눌 수 있다. 봄에는 냉이, 돌나물, 참나물, 두릅, 달래, 봄동 등의 봄의 향기가 느껴지는 재료들을, 여름에는 부추, 파프리카, 애호박, 고추, 오이, 콩 등의 여름에 주로 나는 재료들을, 가을에는 단호박,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마, 우엉, 연근, 감자 등의 재료들을, 겨울에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당근, 아보카도, 배추, 시금치 등의 재료들을 활용한 요리들이 소개되어 있다. 물론 요즘에는 재배 기술의 발달로 굳이 계절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채소들을 구할 수 있지만, 굳이 제철 채소를 선호하는 이유는 제철 채소야말로 그때 그때 필요한 영양소를 알맞게 챙겨주고, 사계절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에 실린 요리들의 난이도를 보면 꽤 손이 많이 가거나 흔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있는 반면, 적당한 크기로 썰기, 굽기 정도로 끝나는 간단한 것도 있다. 또한 채소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샐러드나 무침 정도일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꽤 다양한 종류의 요리들이 있었다. 아스파라거스가 들어간 현미 리조토, 굴 양파 보리쌀 스튜, 소시지가 들어간 토마토 볶음밥(매콤한 맛이 나는 초리조 소시지가 들어간다. 수입식품 코너에 있을 것 같다), 구운 고구마 카나페, 우엉 고추잡채(우엉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묘하게도 이건 괜찮아 보인다. 꽃빵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매시드 포테이토를 올린 버섯 그라탱, 아보카도 마 비빔밥, 무꽃 절임을 곁들인 매실 주먹밥(이것을 보고 나는 일본의 우메보시가 들어간 오니기리를 생각했다), 브로콜리 두유 라자냐, 중화풍 배추탕 등 재료도 국적(?)도 다양하다. 또한 나는 당근이나 우엉 같은 것은 특유의 향이 싫어서 잘 먹지 않는데, 묘하게도 이 책에 나온 요리들은 사진의 영향인지 당근이나 우엉이 들어간 것이라고 해도 꽤 맛있어 보이고 먹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너무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요리 사진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먹어보고 싶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꽤 좋은 점이, 요리에 쓰이는 소스와 각종 드레싱, 자투리 채소로 만들 수 있는 수프, 신선하고 좋은 채소를 만날 수 있는 시장 같은 것을 알려주는 코너가 각 장의 끝부분에 있다는 것이다. 소스와 부재료 중에는 포도씨 오일이나 맛술, 가쓰오부시처럼 비교적 익숙한 것들이 있는가 하면,  디종 머스타드, 안초비, 블루치즈, 페페론치니 등 수입식품 코너에 있을 것 같은, 꽤 이국적인 것들도 있다. 그리고 책에 등장한 요리들이 대부분 퓨전의 느낌이고 연어나 닭가슴살 같은 내가 꽤 좋아하는 재료들이 들어간 요리들도 있어서, 꽤 취향에 맞을만한 것들이 많다. 나는 요리를 거의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어려운 것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간단한 것부터 하나씩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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