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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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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수많은 작품들 중 나는 유카와 교수가 등장하는 일명 '갈릴레오' 시리즈를 제일 좋아한다. 드라마로도 제작된 적이 있는데, 그때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유카와 역할에 너무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탐정 갈릴레오>, <예지몽>, <용의자 X의 헌신>, <성녀의 구제>, <갈릴레오의 고뇌>, 그리고 아직 번역출간 되지 않은 <真夏の方程式(한여름의 방정식)>까지, 상당히 까칠하고 괴짜스러우면서도 천재적 두뇌를 가진 유카와라는 캐릭터에 나는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갈릴레오 시리즈를 계기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들도 하나씩 읽어나가게 되었는데 대부분 그럭저럭 괜찮았다는 느낌이다. 얼마 전에 출간된 <새벽 거리에서(원제 夜明けの街で)>는 표지부터가 새벽의 뿌옇고 서늘한 공기를 연상하게 하는, 꽤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 나오면 항상 읽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일본에서 2007년에 출간되었고, 번역출간된 것이 최근이기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신작은 아니다.

주인공 와타나베는 40대의 평범한 직장인으로, 그의 나날들은 단조롭고 또 평온하다. 아내와의 사이도 이제는 거의 무덤덤해졌고, 가끔 대학 시절의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어느 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야구 연습장에 들렀다가, 얼마 전 자신의 회사에 계약직 사원으로 들어온 아키하와 마주치게 된다. 그녀는 뭔가 쌓인 것을 푸는 듯, 처절한 모습으로 배트를 휘두르고 있었고, 그녀가 술에 취해 그의 옷에 구토를 한 덕분에(?) 그들은 며칠 뒤 회사 밖에서 처음으로 단둘이 만나게 된다. 와타나베는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가슴의 두근거림과 알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한 마디로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는 가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감정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지만 얼마 후 그는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고, 만남이 거듭될수록 그녀에게 빠져들게 된다. 아키하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불륜을 저지르는 놈만큼 멍청이는 없다고, 일시적인 욕망에 휩쓸려 한눈을 팔다가 일껏 이룩해 놓은 가정을 파괴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던 와타나베는, 이제는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는 거야.'라는 자기합리화의 한 마디를 그 뒤에 덧붙이게 된다.  

아키하와 가까워지며, 와타나베는 그녀에게 꽤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15년 전 고등학교 시절, 그녀의 집 거실에서 아버지의 비서 혼조 레이코가 칼에 찔려 살해되었고, 그것을 발견한 사람이 자신이었으며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한 후 사건 두 달 전 자살했으며 살해당한 비서는 아버지와 내연의 관계에 있었다고 한다. 사건 당일 집에는 아키하와 아버지, 그리고 종종 집안일을 봐주러 오던 이모가 있었지만 그녀가 거실의 큰 대리석 테이블 위에 큰대자로 누워있던 시신을 발견했을 때는 이모와 아버지 모두 집에 없었다. 그 사건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와타나베는 아키하의 이모가 운영하는 바에 갔다가 자신을 쫓아온 아시하라 형사와 우연히 마주친 혼조 레이코의 여동생에 의해, 아키하가 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이며 사건의 공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만나기 시작했을 무렵 아키하가 내년 3월 31일이 되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것이 바로 공소 시효가 끝나는 날이었다. 그녀가 정말 그 사건의 범인일까. 왜 그녀는 시효가 만료되는 날을 기다리는 것일까.  

또한 아내 몰래 아키하와 밀회를 계속하며 친구들까지 동원해서 온갖 알리바이를 만드는 와타나베에게서는 어쩌면 구태의연하다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불륜 아저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는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데이 같은 때에도 용케 그는 아키하를 만난다. 어쩌면 몰래 하는 사랑이기에 더욱 뜨겁게 불타오르고 애절한 것이 아닐까. 불륜 이야기는 그동안 수많은 소설, 드라마, 영화 등의 소재로 줄기차게 쓰여왔고 신문 기사 등에서도 자주 보기 때문에 이제는 무덤덤해질 지경이다. 물론 이 소설에는 마지막 부분에서의 일종의 반전과 같은 미스테리적 요소도 존재하지만, 내게는 추리물보다는 연애물 쪽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15년 전의 사건은, 일종의 소도구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추리소설은 미스테리성과 트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써는 <새벽 거리에서>가 기대했던 것만큼 훌륭한 작품은 아니라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것은 추리물이라기보다 그들의 애절한 불륜 이야기일 뿐이다! 새벽 거리에서 시작된 그들의 사랑은, 결국 새벽 거리에서 끝을 맺는다. 그러니까 와타나베 아저씨, 부인한테 진심으로 사죄하고 앞으로는 절대 바람 피우지 말라구요(웃음). 여담이지만 이 책의 모티브가 되었던, 일본의 국민 가수 Southern All Stars의 노래 ' Love Affair~秘密のデート' 를 들으면서, 가사가 책의 내용과 굉장히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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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항상 추천 리스트를 작성할 때는 설레이기도 하고, 기대도 많이 됩니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뽑혔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미처 알아채지 못했는데 다른 분들의 추천으로 인해 읽게 되는 좋은 책 역시 참 반갑지요. 제 전문분야(라기는 너무 거창하고, 주분야 정도가 될까요?)가 일본문학과 한국 순문학이라(요즘에는 프랑스 문학도 참 좋아합니다), 주로 그쪽에 치중되어 추천하게 되는 감이 있습니다. 부디 양해 부탁드려요. ^^

 니시무라 겐타 <고역열차 苦役列車> : 2011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이분, 비주얼만 가지고 판단하면 안되지만 서점에 갔을 때 표지 날개의 사진을 보니 작가의 느낌보다는 아저씨(?)다운 느낌이 많이 들어요. 실제로 중학교 졸업 후 험난한 세상에 뛰어들어 주로 육체노동으로 하루하루 살아오며, 주머니 속에는 항상 소설책을 넣고 다녔다고 하지요. 그의 손은 아마 하얗고 고운 손을 가진 다른 작가들과 달리, 굳은살과 마디로 울퉁불퉁할 것입니다.  

명맥이 끊어지다시피 한 사소설(私小説)의 분야를 지금의 헤이세이 시대에 처음으로 되살려냈다는 점이, 아쿠타가와 상 수상에 결정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 <고역열차>에는 극적인 사건도, 뜨거운 사랑 이야기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고된 노동을 하며 일당을 받으면 약간의 먹을 것을 사고, 돈이 남는다면 컵술을 마시고 싸구려 퇴폐업소에 들락거리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입니다. 그리고 돈이 떨어져서 먹을 것도 못 사게 되면 못이기는 척 일을 나갑니다. 참 암울한 삶이지만, 불편하다고 외면하기만 하면 가장 작은 자들의 괴로움을 알 수 없으니까요...

   

김숨,김종호 외 <망상 해수욕장 유실물 보관소> : 8명의 한국 순문학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집중력이나 끈기가 딸리는지 장편보다 단편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물론 장편에도 장편 특유의 매력이 존재하지만, 짧은 서사 안에 모든 것을 딱 끝낸다는 것이 얼마나 놀랍게 보이는지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뭔가 안개 속에 있는 느낌을 참 좋아하는데, 이 책에 있는 단편들은 그러한 특성을 띠고 있다고 합니다. 제목부터가 '망상'해수욕장의 '유실물'보관소라니, 뭔가 잃어버렸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게다가 이 추운 계절에 해수욕장이라니...이런 '왠지 들어맞지 않는 느낌'을 저는 좋아합니다. 이 책에 등장한 작가들 중 저는 김숨을 참 좋아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제가 과연 저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잃어버린 것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합니다.  

    

손선영 <죽어야 사는 남자> : 황금펜클럽에서 국내 작가의 추리물이 나왔습니다. 완전 반갑기 그지 없어요. 사실 일본이나 영미권에 비해 국내 추리, 호러물 시장은 거의 고사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요즘 들어 가끔씩 국내 작가들의 활약을 볼 수 있어서 기쁜 마음입니다. 어느 날 아침, 평소와 같이 일어났는데 자기가 살인자가 되어 있다면? 실은 이런 류의 꿈을 꾼 적이 있어요. 꿈 속에서 저는 당황해서 전철을 탈때 반대편 승강장에서 타거나, 무모하게 사건 현장 근처로 가거나 하는 온갖 실수들을 저지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을 당한다면...분명 경찰도 가까운 지인들도, 어쩌면 가족까지도 내가 무죄하다는 것을 믿어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제 스스로 범인을 추격하여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서도...(일본에 태어났더라면 분명 탐정 사무소를 차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    

  

고이즈미 기미코 <변호 측 증인 弁護側の証人> : 무려 46년만에 복간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 점만으로도 컬렉터의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인데(이왕이면 일본어판 초판을 가질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겠지만, 분명 프리미엄이 엄청나게 붙었겠지요, 흑) 거기다가 나오키상 수상작가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 해설까지 덧붙여졌으니 이건 뭐,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버립니다. ^^ 

사실 법정물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미치오 슈스케를 비롯하여 아야츠지 유키토, 누쿠이 도쿠로, 아비코 다케마루 등 기라성같은 추리작가들이 일제히 격찬하는 작품이니, 그 퀄리티는 보장될 듯 합니다.  

  

강영숙 <아령 하는 밤> : 저는 밝은 분위기의 소설보다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의 소설을 더 좋아합니다. 혹자는 어두운 내용의 책만 자꾸 읽으면 울증이 심해진다고 하지만서도, 저는 반대로 밝은 분위기의 책을 읽으면 '그래, 나는 이렇게 한심하고 엿같이 살고 있다고.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하는, 모종의 반발심(?)이 들고 제 자신이 더욱 싫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암울하고 그로테스크한, 어두운 분위기의 책을 읽으면 '이것이 실제가 아니라 다행이다. 나의 실제 삶이 이렇게까지 지독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하는, 일종의 안도의 느낌을 받습니다. 강영숙의 이 책 역시 그런 어두운 분위기의 단편들을 모은 책이라 굉장히 끌렸는데, 표지 역시 저에게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재해로 가득한 도시, 공단지대의 범죄, 황폐한 마을...아, 역시 저는 이 쪽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 그리고 10월 출간 소설 중에 제가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은... 구효서 <동주>, 김숨 <노란 개를 버리러>입니다. 어쩌면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지만...이 책들은 안 뽑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으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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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1-09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완료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셜록 2011-11-09 21:18   좋아요 0 | URL
항상 수고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
 
내 가게, 하고 싶다!
김성현.김지현 지음 / 나무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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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참 전에, 카페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커피와 고즈넉한 공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흥미도 없고 스트레스만 왕창 쌓일 것 같은 다른 일보다는 카페의 오너가 되는 것이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때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 한 동네에도 엄청나게 들어서 있는 각종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들을 보면,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이 가게를 내고 그것을 지속해 나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어쩌면 그 생각을 잠정적으로 포기해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시간이 지나며 여러가지로 약해지고 겁도 많아진 나는 내 삶에 대해 뭔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하는 것과, 그것이 스트레스를 좀 덜 받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딱 두 가지밖에 바라지 않게 되어 버렸다. 물론 카페의 오너가 된다고 해서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경영 실패로 인하여 모든 것을 잃고 절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은 카페를 하고 싶다는 그 꿈은, 아직도 내게 있어서 일종의 로망으로 존재하고 있다.  

얼마 전에 출간된 김성현, 김지현의 <내 가게, 하고 싶다>는 실제로 자기 가게를 갖고 열심히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창업에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책에 소개된 가게들의 업종도 품목도 형태도 참 다양하다. 오너의 관심사나 특기에 따라 컵푸드, 드립커피, 오니기리, 고양이 인형, 직접 새긴 도장, 단팥죽, 타코, 수작업한 다이어리, 칵테일, 가구 등의 다양한 아이템들을 다루고 있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게에서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노점, 트럭, 심지어는 자전거로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중에는 내가 지나가다 실제로 본 적이 있는, 삼청동의 고양이 인형 가게나 명동 한복판에서 레깅스를 파는 노점도 있었다. 이 책의 좋은 점이, 이러한 가게들을 소개하면서 창업을 하기까지의 준비 기간, 창업하는데 들었던 비용, 그 자금을 조달한 방법, 하루 평균 손님 수 등을 앞부분에 적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직접 창업을 해보거나, 이미 창업한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것들인데 이런 식으로 업종, 형태에 따라 대략의 필요한 시간과 자금 등을 알 수 있게 한 점은 앞으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듯 하다.  

또한 어떤 계기로 그 가게를 시작하게 되었으며, 어떤 점이 힘들었고, 앞으로의 꿈은 무엇이며, 창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한 오너들의 솔직한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그리고 디스플레이나 위치 선정, 인테리어 등에 대한 그들의 팁은 저절로 고개가 끄덕이게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택하는 것이 즐겁게 장사할 수 있는 비결이며,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오래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맞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도전과 실험정신으로 가득찬 가게들 역시 그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를 경탄하게 한다. 개조한 트럭으로 영업하며 집 앞까지 찾아가는 놀라운 핸드메이드 가구점 '트럭퍼니쳐', 대부분의 커피전문점 등에서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파는데, 우유가 안 섞인 보다 깔끔한 맛의 드립커피를 찾는 고객들을 겨냥한 트럭 카페 '김약국', 파스타 같은 이탈리아 요리는 레스토랑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깬 이탈리아 요리 전문 포장마차 '소년상회', 작가인 오너가 책을 쓰는 동안은 무인 카페로 운영하는 부암동 카페 '유쾌한 황당', 칵테일도 테이크아웃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봉지 칵테일을 파는 가게 '비닐' 등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여기 실린 가게들을 전부 탐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또 다른 것은, 자기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오히려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마냥 즐겁고 좋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너들의 스케줄 표를 보니, 전혀 자기 시간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는 잠도 매일 3시간 정도밖에 못 자는 경우가 허다하고 하루에 12시간 혹은 그 이상을 가게에 붙어 있어야 하고 그 외의 시간에도 개점 준비나 재료 구입, 도매상에서 물건 떼어오는 일, 수제 아이템인 경우 직접 공방에서 제작하는 등 실제로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시간 외에도 할 일이 많다. 쉬는 날도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노점 같은 경우에는 추위와 더위 등의 외부적 요인 역시 감안해야 한다. 이래저래 강철같은 체력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매일매일 장사하러 나오는 끈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것에 대한 일종의 열정도 중요하지만, 체력이나 끈기 등의 요소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역시 체력이 바닥인데다가 툭하면 울증에 빠져버리는 나로써는 아직은 머나먼 이야기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아이템들과 다양한 가게, 노점들, 그리고 창의력과 열정이 넘치는 오너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실제로 창업에 관련된 조언들을 들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카페의 오너가 된다는 것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고있던 내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고 자본금도 자본금이겠지만(이 책에 등장하는 가게들은 엄청나게 많은 자본금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 의외로 소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튼튼한 체력과 끈기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해준 점이 나로서는 가장 고맙게 느껴진다. 내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생각이나 그 어떤 몽상보다도, 체력과 끈기를 기르는 일이 아닐까. 꼭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공부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하더라도 그 두 가지는 참 중요하니 말이다. 또한 이 책에 실린 가게들을 하나씩 탐방하면서 향 좋은 커피를 마시고, 레어한 아이템들을 구경하고, 트럭을 개조한 노점에서 단팥죽이나 타코 등을 먹으며, 삶의 어떤 즐거움을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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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아줌마 약한 대한민국 - 대한민국 아줌마 리얼 생존 분투기
김현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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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나, 여성노동자>라는 꽤 두꺼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피복업체, 공장, 마트 등에서 일하는 중년의 여성 노동자들의 '자기 이야기'를 실은 책인데 그것을 보고 '아줌마'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 동안 '아줌마' 하면 촌스러운 뽀글뽀글 파마에, 우악스럽고 거칠고 부끄러움도 모르고 공공장소에서 질서도 안 지키는 등, 주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보여지곤 했다. 그래서 나는 나이를 먹더라도 저렇게 추한 꼴 따위는 절대 안 보일 거라고 몇 번이고 다짐하며, 다분히 경멸적인 생각을 갖곤 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소중한 아내이고 어머니임이 분명한 주부 노동자들의 삶의 실상을 접하면서, 항상 가장 작은 자의 입장에서 연대하는 삶을 살겠다고 생각한 나로서는 점점 갈수록 그녀들을 바라보는 눈길이 부드러워지게 되었다. 전직 국회의원이었던 김현미의 <강한 아줌마, 약한 대한민국>은, 그러한 '아줌마'들의 고단한 삶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지역구에서 시민들과 여러 가지 경로로 만나는 중, 주부 노동자들과 만나게 되었고 얘기를 하다 보니 또래 여성으로서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마트 캐셔, 식당 종업원,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방문판매 사원, 택시기사 등 여러 직종의 아줌마들을 만나며, 같이 등산도 하고 매운탕도 먹고, 그러면서 그녀들의 신산(辛酸)하고 팍팍한 노동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하루 12시간 혹은 그 이상의 힘겨운 노동을 해도 한 달 수입 100만원을 넘기기가 힘든 혹독한 현실을 토로하는 이야기들은 읽으면서도 참 마음이 아파진다.  

그녀들이 생활전선에 뛰어든 계기는 각양각색이다. 사기를 당하고 가세가 완전히 기울어서 시름시름 앓는 남편을 대신하여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요양보호사와 마트 일을 병행하다가 끝내 뇌경색으로 쓰러진 영숙씨,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억척같이 돈을 벌기 위해서 새벽에는 농사를 짓고, 낮에는 가사도우미 일을 하다가 지금은 트럭을 가지고 다니며 고물 수거 일을 하는 찬숙씨, 집세를 충당하기 위해 마트 캐셔가 되어 하루 종일 꼬박 서서 바코드를 찍는 미화씨, 남자 기사들도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장시간의 택시 운전을 거뜬히 해내는 국희씨, 남편은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자신은 암에 걸리고 재발하기를 반복하면서도 대형마트에서 죽어라 일하며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송반장, 정수기가 고장났는데 못 고쳤으니 엔지니어 올 때까지 무릎꿇고 벌을 서라는 고객까지 만나야 했던 정수기 판매사원 수미씨, 자녀들의 등록금 때문에 급식 조리원으로 일하면서 찜통이며 솥단지를 번쩍번쩍 들어 나르던 종숙언니 등, 읽는 것만으로도 이미 가혹하기 짝이 없는 현실에 분노하게 된다.  

그렇게 골병들게 일해도, 주부 노동자들이 벌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간신히 최저임금 수준으로 받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은 항상 빠듯하고, 아끼고 또 아껴도 살기가 어렵다. 그나마 그곳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정규직 전환을 막기 위하여 1년 혹은 2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주는 곳이 대부분이라 만년 비정규직으로 있을 수밖에 없고,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 여기서 앞으로도 계속 일할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된다. 정규직 사원들에게 주어지는 복지 혜택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또한 대부분이 12시간 혹은 그 이상의 장시간 노동이기 때문에, 가사나 육아까지 병행해야 하는 주부 노동자들로써는 항상 피로에 절어 있고, 대부분 만성적인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일하다 다치거나 병이 들어도 병원 다녀오기도 쉽지 않다. 내가 그녀들이 하는 일을 단 하루라도 해본다면, 아마 지쳐 나가떨어질지도 모른다. 젊은 사람에게조차 체력적으로 힘든 그러한 일들을, 주부 노동자들은 매일매일 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녀들이 배우지 못해서, 혹은 능력이 없어서 그런 장시간 저임금의 비정규직 노동을 하게 된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대학을 나와 결혼 전에는 제법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로 인해 생긴 사회적 경력의 공백 때문에 전에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건, 어떤 일을 했건, 그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의 종류는 그다지 다양하지 못하다. 장관 부인이라도 계급장 떼고 돈 벌러 나가면 한 달에 100만원 벌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남편이 버는 돈만 갖고도 먹고 살만 한데 용돈 벌러 나오는 것이라는, 세간의 오해 역시 주부 노동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이 책에 등장한 그녀들은 사업 실패, 사고 배상금, 가족의 병원비, 나날이 늘어가는 자녀들의 교육비, 감당하기 힘든 집세나 대출 이자, 배우자의 사망 등으로 인해 자신이 가족 전체의 생계를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입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몸이 아파도, 힘들어도, 심지어는 성희롱과 갖은 인격적 모욕을 당해도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비정규직 아줌마들의 저임금으로 한국 경제가 굴러가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가 굴러가게 하는 힘은 아줌마와 알바생, 비정규직이 제공하고 있는데, 그 과실은 소수의 자산가와 대기업들이 다 차지하는 현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저렇게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때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부 노동자들이 큰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얼마를 받으면 행복할 것 같은지 물어보면, 한 달에 이것저것 세금 같은 것 떼고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딱 100만원만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하룻밤 술값으로도 부족할 돈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끝내 넘기 힘든 벽인 것이다. 그 돈을 가지고 주부 노동자들은 몸져누운 남편의 병원비를, 아이의 참고서 값을, 한 가족의 식비를 충당할 것이다. 한때는 꿈 많은 소녀였을, 예쁜 처녀였을 '아줌마'들은, 이 혹독한 삶에 짓눌려 점점 억척스럽고 강해진 것이다. 또한 이들은 멀리 있지 않은, 우리가 아침저녁 식당에서, 거리에서, 일터에서 만나는 우리의 이웃이고 또한 우리의 어머니, 언니, 누나인 것이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노동자의 삶, 그 중에서도 중년 여성 노동자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 마음 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은 화두는 그들의 삶의 고단함이었다. 그녀들이 딱히 내일의 희망이 보이지도 않는, 매일매일의 고단한 삶을 버텨내고 있는 힘은 아마 가족일 것이다. 가족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그녀들은 내일도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새벽같이 일터에 나갈 것이다. 다시 국회에 들어가면 말로만 민생과 서민을 챙기는 게 아니라 몸과 의지로 챙기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 저자의 말처럼, 가장 작은 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난한 자들을 짓밟으며 대기업과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정책만 밀어붙이는 정치인들은 분노와 환멸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가장 작은 자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게 되기를, 나는 간절히 바라 마지 않는다. 한겨레에서 특집으로 연재했고 책으로도 나온 <4천원 인생>에서, 이러한 가혹하기 짝이 없는 노동 현실에 대한 대안은 '식당 아줌마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이라고, 공장의 불안정 노동자가 식당의 불안정 노동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 시선이 곧 연대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참여했던 기자는 말한다. 그렇다. 우리의 연대로 인해 세상은 느리게라도 조금씩 좋은 쪽으로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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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안녕하세요, 교고쿠도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인문사회팀에서 활동했었는데, 사실 저의 본향(?)은 문학에 더 가깝지 않나 합니다. ^^저는 한국 순문학과 일본 문학을 특히나 좋아합니다. 그런데 인문사회 추천페이퍼를 쓸 때와는 달리, 소설의 신간페이퍼를 쓰려고 9월 출간된 책들을 살펴보니 인문사회보다 의외로 권수 자체가 더 적은 것 같아서, 그 중에서 시리즈물과 판타지, 무협 등등을 빼고 나면 더욱 줄어드는 감이 있습니다. 그 말은 곧, 더 적은 책들 중에서 추천 페이퍼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음, 그래서 좀 어려웠습니다. ^^  

 미셸 우엘벡 <지도와 영토(La carte et le territoire)> : 프랑스어를 공부하면서, 프랑스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랑송 불문학사 책을 사뒀지만 몇 년째 읽지도 않고 서가에 방치...되어 있네요. ㅜ.ㅜ 이 책, 결코 읽기에 쉽지는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우엘벡의 예술관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 

 

 

  

 

김경욱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  저는 한국 순문학 작품들을 읽을 때, 장편보다는 단편을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집중력이 딸리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단편 쪽이 일종의 '종합선물세트'같이 느껴지고, 더 생각할 여지도 많아지고,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 단편집은 꽤 하드보일드한 색채가 느껴지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는데, 꽤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알렉상드르 뒤마 <삼총사(Les Trois Mousquetaires)> : 두권으로 되어 있어서, 이 책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어린이용 버전이 아닌 완역본이라는 점이 꽤 매력적이라 페이퍼에 올려 봅니다. 게다가 역자가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를 모두 번역할 수 있는 분이라는 점이 꽤나 매력적입니다. (그 3개언어 번역은 저의 로망입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 <새벽 거리에서(夜明けの街で)> : 그렇습니다. 저는 일본 추리소설을 아주 아주 좋아합니다. 영미 추리소설과는 또 다른 특유의 맛이 있는 아름다운 일본 추리물들! 사실 저는 사회파보다는 신본격류를 좋아합니다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이 나오면 언제나 저는 설레입니다. (일본어판으로 나와도, 한국어 번역본으로 나와도, 둘다 기쁩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07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번역은 이제야 되었다고 합니다. 4년의 시차가 있지만, 꽤 기대가 됩니다. 그러고보니 유카와 교수 시리즈인 <한여름의 방정식> 한국어판은 언제쯤 출간되는 걸까요? 성질 급한 저로써는 그냥 일본어판으로 질러버릴지도... 

 

 

그리고 출시일이 10월이라 이번에 뽑힐 것 같지는 않지만, 다음 달의 추천 도서 페이퍼에도 꼭 올릴 책입니다.  

 니시무라 겐타 <고역열차(苦役列車)>: 144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입니다. 다른 상보다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들 중에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재일교포작가 이양지의 <유희>라던지...이번의 <고역열차>는, 일본에서도 거의 맥이 끊어졌다고 할 수 있는 사소설(私諸説)적인 작품이라고 합니다. 마치 과거의 카프 소설에 등장할법한 경제적인 어려움과 물질적 고통, 사랑이나 우정 따위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정서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열아홉 살의 겐타는, 작가 니시무라 겐타의 젊은 시절 모습인듯 합니다. 그도 그렇게 어려운 시절을, 평생동안 보내왔다고 합니다. 그의 손은 다른 작가들처럼 희고 곱지 않고, 굳은살에 상처투성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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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Jay 2011-10-11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삼총사 영화를 보고 와서 그런지 완역본 삼총사를 다시 읽어 보고 싶단 생각이 마구 들더라구요. 저도 저 책이 선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셜록 2011-10-11 19:12   좋아요 0 | URL
영화는 어땠어요? '_' 아무래도 2권짜리라 선정되기가 좀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지만...(지금까지 2권짜리 책이 선정된 적은 없었던듯 합니다, 흑.)

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0-1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 완료했습니다! 첫 미션 수행 고생 많으셨습니다~

셜록 2011-10-11 19:13   좋아요 0 | URL
항상 고생 많으십니다 ^^혼자서 이 많은 평가단을 관리하시느라...
(그런데 아까 제게 전화하셨던 알라딘의 남자분은 누구일까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