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게, 하고 싶다!
김성현.김지현 지음 / 나무수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한참 전에, 카페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커피와 고즈넉한 공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흥미도 없고 스트레스만 왕창 쌓일 것 같은 다른 일보다는 카페의 오너가 되는 것이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때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 한 동네에도 엄청나게 들어서 있는 각종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들을 보면,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이 가게를 내고 그것을 지속해 나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어쩌면 그 생각을 잠정적으로 포기해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시간이 지나며 여러가지로 약해지고 겁도 많아진 나는 내 삶에 대해 뭔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하는 것과, 그것이 스트레스를 좀 덜 받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딱 두 가지밖에 바라지 않게 되어 버렸다. 물론 카페의 오너가 된다고 해서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경영 실패로 인하여 모든 것을 잃고 절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은 카페를 하고 싶다는 그 꿈은, 아직도 내게 있어서 일종의 로망으로 존재하고 있다.  

얼마 전에 출간된 김성현, 김지현의 <내 가게, 하고 싶다>는 실제로 자기 가게를 갖고 열심히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창업에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책에 소개된 가게들의 업종도 품목도 형태도 참 다양하다. 오너의 관심사나 특기에 따라 컵푸드, 드립커피, 오니기리, 고양이 인형, 직접 새긴 도장, 단팥죽, 타코, 수작업한 다이어리, 칵테일, 가구 등의 다양한 아이템들을 다루고 있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게에서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노점, 트럭, 심지어는 자전거로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중에는 내가 지나가다 실제로 본 적이 있는, 삼청동의 고양이 인형 가게나 명동 한복판에서 레깅스를 파는 노점도 있었다. 이 책의 좋은 점이, 이러한 가게들을 소개하면서 창업을 하기까지의 준비 기간, 창업하는데 들었던 비용, 그 자금을 조달한 방법, 하루 평균 손님 수 등을 앞부분에 적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직접 창업을 해보거나, 이미 창업한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것들인데 이런 식으로 업종, 형태에 따라 대략의 필요한 시간과 자금 등을 알 수 있게 한 점은 앞으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듯 하다.  

또한 어떤 계기로 그 가게를 시작하게 되었으며, 어떤 점이 힘들었고, 앞으로의 꿈은 무엇이며, 창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한 오너들의 솔직한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그리고 디스플레이나 위치 선정, 인테리어 등에 대한 그들의 팁은 저절로 고개가 끄덕이게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택하는 것이 즐겁게 장사할 수 있는 비결이며,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오래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맞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도전과 실험정신으로 가득찬 가게들 역시 그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를 경탄하게 한다. 개조한 트럭으로 영업하며 집 앞까지 찾아가는 놀라운 핸드메이드 가구점 '트럭퍼니쳐', 대부분의 커피전문점 등에서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파는데, 우유가 안 섞인 보다 깔끔한 맛의 드립커피를 찾는 고객들을 겨냥한 트럭 카페 '김약국', 파스타 같은 이탈리아 요리는 레스토랑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깬 이탈리아 요리 전문 포장마차 '소년상회', 작가인 오너가 책을 쓰는 동안은 무인 카페로 운영하는 부암동 카페 '유쾌한 황당', 칵테일도 테이크아웃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봉지 칵테일을 파는 가게 '비닐' 등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여기 실린 가게들을 전부 탐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또 다른 것은, 자기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오히려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마냥 즐겁고 좋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너들의 스케줄 표를 보니, 전혀 자기 시간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는 잠도 매일 3시간 정도밖에 못 자는 경우가 허다하고 하루에 12시간 혹은 그 이상을 가게에 붙어 있어야 하고 그 외의 시간에도 개점 준비나 재료 구입, 도매상에서 물건 떼어오는 일, 수제 아이템인 경우 직접 공방에서 제작하는 등 실제로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시간 외에도 할 일이 많다. 쉬는 날도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노점 같은 경우에는 추위와 더위 등의 외부적 요인 역시 감안해야 한다. 이래저래 강철같은 체력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매일매일 장사하러 나오는 끈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것에 대한 일종의 열정도 중요하지만, 체력이나 끈기 등의 요소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역시 체력이 바닥인데다가 툭하면 울증에 빠져버리는 나로써는 아직은 머나먼 이야기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아이템들과 다양한 가게, 노점들, 그리고 창의력과 열정이 넘치는 오너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실제로 창업에 관련된 조언들을 들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카페의 오너가 된다는 것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고있던 내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고 자본금도 자본금이겠지만(이 책에 등장하는 가게들은 엄청나게 많은 자본금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 의외로 소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튼튼한 체력과 끈기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해준 점이 나로서는 가장 고맙게 느껴진다. 내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생각이나 그 어떤 몽상보다도, 체력과 끈기를 기르는 일이 아닐까. 꼭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공부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하더라도 그 두 가지는 참 중요하니 말이다. 또한 이 책에 실린 가게들을 하나씩 탐방하면서 향 좋은 커피를 마시고, 레어한 아이템들을 구경하고, 트럭을 개조한 노점에서 단팥죽이나 타코 등을 먹으며, 삶의 어떤 즐거움을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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