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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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경제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지금의 자유시장경제와 신자유주의 체제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 몇십년 전보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소유하며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지구상에는 극심한 빈곤과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같은 나라 안에서도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고, 노동시간은 길어졌으며 고용 안정성은 떨어졌다. 또한 선진국들은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제3세계 국가들의 성장을 결과적으로 저해하고 있다. 장하준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선진국들의 성장과정을 고찰함으로써 현재의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이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는 이러한 자유시장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23가지 주제로 정리해서 지금까지 잘못 알려져 있었던 것들을 바로잡고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자유시장경제는 경제주체의 선택의 자유(free to choose)를 최대의 가치로 보장하는 체제이다. 하지만 현실에는 그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치적, 도덕적, 법적 규제가 있기 때문에(아동 노동을 규제하거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는 것, 최저임금을 책정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자본주의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객관적이고 순수한 자유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동시에 우리가 진실이라 믿었던 것들이 전부 옳은 것만은 아님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만약 그러한 전제들이 모두 옳다면, 왜 최고 경영진과 은행가들의 수입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동안 평범한 사람들의 임금은 오르지 않고 고용은 불안정해지는 것일까. 그러므로 우리는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들이 확고한 증거와 제대로 된 논리에 근거한 것들인지를 따져 봐야 된다. 

23가지 주제 중에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들이 있다. 먼저 저자는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변화 중 가장 혁신적인 것은 인터넷보다도 가전제품으로, 집안일에 소비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됨으로써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을 촉진했고 가정부와 같은 직업을 거의 사라지게 만들었다. 세탁기가 도입된 이후 같은 양의 빨래를 세탁하는 시간이 거의 1/6으로 단축되었고 수도시설의 도입으로 더 이상 물을 긷지 않을 수 있었다. 아직도 제3세계의 일부 국가에서는 물을 긷는 데에 하루 평균 2시간을 소비한다고 하니, 수도가 절약해 준 시간은 엄청난 것이다. 물론 인터넷이 우리의 삶을 굉장히 많이 바꾸어 놓기는 했지만, 생산성에는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을 도울 때 컴퓨터를 마련해 주고 인터넷 센터를 세우는 것보다는 안전한 식수를 마실 수 있도록 우물을 파 주고 전기를 넣어 주며 세탁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국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에 더 보탬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마을에 컴퓨터 한 대 놓아주는 것보다 우물을 하나 파 주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파이를 지금 나눠주기보다는 파이의 크기를 더 키운 다음에 나눠줘야 한다는, 분배보다는 성장을 우선하는 체제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이것이 트리클다운(Trickle Down) 이론인데, 이러한 부자들에게 유리한 소득 재분배가 더 많은 부를 창출하거나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냥 시장에 맡겨 두면 상류층의 부가 밑으로 흘러내리는 정도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소득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으며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근로빈곤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복지 지출을 늘리는 방식 등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득을 재분배한다면, 노동자들은 추가 소득을 자신의 교육이나 건강에 더 투자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노동 생산성과 경제 성장이 촉진되어 국민들의 전체적인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꽤 의외였던 것은, 교육 수준이 높다고 그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선진국 국민들의 대다수는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고 있고, 제3세계 빈국의 국민들은 그보다 평균 교육 기간이 훨씬 짧다. 또한 기적적인 성장을 이룬 일본, 한국, 홍콩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교육 수준은 양 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우수해서 항상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자명해 보이지만, 이 상식에 반하는 증거들이 많이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우선 모든 교육이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문학이나 철학, 어학을 배운다고 해서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는 수학이나 물리 같은 것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생산성 향상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과목들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게 하므로 꼭 필요하다. 또한 경제가 발전하고 고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선진국에서는 학력 인플레이션이 심해졌지만 이러한 대학 교육의 절반 정도는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인 '분류' 과정을 위해 낭비되고 있다. 그러므로 지나친 교육열보다는 제대로 된 제도와 조직을 건설하는 것이 진정으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확실히 그렇다. 2~3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지금과 같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9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고, 이로 인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재화를 낭비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 역시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회의 균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회의 균등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가난한 집 아이들은 무상교육이 제공되더라도 학업 성적이 저조한 경우가 많다. 식사를 걸러서 배가 고파서 공부에 집중하기도 힘들고, 어린 시절의 영양결핍으로 인해 몸도 약하고 병에도 잘 걸려서 결석도 잦을 수 있다. 또한 교육 수준이 낮거나 오랜시간 일하는 부모가 아이 공부를 봐 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것이 죄는 아니다. 그러므로 공정한 기회 비슷한 것이라도 확보해 주려면 그 가정의 소득을 최소한 어느 정도는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페루의 가난한 마을의 소년이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따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런 사람이 한 명 있다면 고등학교 문턱에도 못 가본 페루 아이들은 수백만 명에 달한다. 공산주의에서처럼 지나치게 결과를 균등하게 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해롭지만, 최소한의 교육과 의료 혜택 등을 보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아주 속이 후련한 부분이었다. 단적인 예로, 서울대 신입생 중 외고, 강남권 출신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반면 가난한 집 자녀들은 위험한 노동환경으로 내몰리고 모 반도체 회사의 경우처럼 꽃다운 나이에 유해물질로 인한 백혈병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이 지독한 불평등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외에도 아프리카의 성장 실패는 다른 요인들보다도 선진국에서 강요한 자유 시장 정책이 주된 원인이고, 탈산업화는 신화에 불과하므로제조업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더 크고 적극적인 정부가 바람직하며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는 것 등의, 지금까지 자유시장주의자들이 말해 주지 않은 여러 가지 중요한 진실들을 이 책에서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또한 쉽지 않은 내용들을 다루고 있지만 자상한 설명 덕분에 경제학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그다지 무리가 없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이제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씌워 놓은 장밋빛 색안경을 벗고, 빈곤과 불평등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에게 정당한 몫을 분배할 때가 왔다. '이제 불편해질 때가 왔다.'라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상당히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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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직 일본어교육 현장에서 꼭 필요한 일본어 교육학 시리즈 5
사사키 야스코 지음, 한국일어교육학회 옮김 / 시사일본어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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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공부를 해오면서 지금까지는 스스로의 실력을 늘리기 위해 공부해왔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어교육을 전공했거나 임용고사를 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어 교육 관련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얼마 전에 나온 시사일본어사의 <베이직 일본어 교육>을 접하게 되었다. '일본어 교육학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임용고사 대비 일본어 교육법 교재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JLPT, JPT를 볼때 주로 시사의 책들을 가지고 공부했기 때문에 다른 책들보다 더 호감이 갔다.  

이 책은 총 6개의 큰 챕터로 나눠져 있다. 1부에서는 사회, 문화, 지역을 중심으로, 세계에서의 일본의 위치와 앞으로의 일본어교육의 갈 길, 그리고 일본어교육의 역사와 국어교육과의 차이 등을 다루고 있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러한 일본어가 모어가 아닌 사람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칠 때는 어떤 접근방식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또 일본어교육과 국어교육(여기서의 '국어'는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를 모어로 쓰는 입장에서의 국어다.)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2부는 언어와 사회에 대한 것으로, 여러 언어가 접촉함으로써 나타나는 피진(pidgin)이나 크레올(creole), 다문화 국가의 언어 정책과 지역이나 성별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언어사용의 차이, 그리고 담화분석과 회화분석 등을 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중에 크레올이라는 개념은 디아스포라 문학론에서도 종종 언급되었던 것으로, 이러한 언어학 용어들이 정리가 되면서 재일교포문학을 공부하는 입장으로서 도움이 되었다.  

3부에서는 언어와 심리의 연관성에 관한 것으로, 문장이해에서의 탑다운 처리와 바텀업 처리, 행동주의 심리학, 촘스키의 생성문법, 인지언어학 등의 이론들이 등장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언어학 관련 수업에서 들었던 기억이 나는듯 하다. 또한 제2언어습득연구에서의 오용분석(모어 간섭, 언어간 오류, 언어 내 오류 등)과 중간언어분석(모어에서 학습하고 있는 제2언어에 서서히 다가가는 것)과 크라센의 모니터 모델, 자동화 이론, 그리고 상호작용가설 등 언어학의 중요한 개념들이 등장하고 있다. 4부는 교육에 관한 내용이 중심으로 학습목표의 설정, 수업의 흐름, 패턴 연습, 초급과 중급 등 대상에 따른 교수방법의 차이점, 그룹활동, 교재의 분석과 개발, 학습지도안 작성방법, 일본어 교육에서의 컴퓨터 활용 등 일본어 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데에 필요한 실무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5부는 언어구조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어학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들이 등장해서 반가운 부분이다. 또한 그간 일본어를 공부해 오면서 한국인들이 많이 틀리는 부분을 보고, 이러저러한 부분은 한국어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학습자의 모어와 일본어와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하여 기술하는 대조분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6부는 일본어의 구조적 측면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예전에 국어음운론 수업을 들었을 때 접했던 비교적 익숙한 내용들이 등장한다. 음소기호와 음성기호, IPA표, 이해어휘와 사용어휘, 어휘의 분류, 일본어 어휘의 특징, 일본어의 문법론, 문맥이나 장면, 상황, 사회문화적 규칙에 따른 화용론적 규범, 그리고 일본어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6부가 아닐까 생각된다. 

꽤 많은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단시간에 습득하기는 쉽지 않을 듯 하지만(6부만 해도 벌써 음성학, 일본어음운론, 어휘론, 문법론, 일본어사 등의 결코 녹록치 않은 부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주제와 키워드, 그리고 본문 내용에 대한 이해를 확인할 수 있는 과제, 본문 내용에 관련된 기본적인 책들과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들을 추천한 코너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 전부를 찾아 읽을 수는 없지만,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종종 눈에 띈다. 이 책 한권으로 일본어교육의 모든 것을 익힐 수는 없겠지만, 일본어를 효율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모로 도움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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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 아르간 100% 퓨어 아르간 오일 50ml
레아 네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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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건조함을 모르고 살아왔는데, 어느새 겨울만 되면 건조함을 느끼고 크림을 듬뿍 바르고 자게 되었다. 그나마 얼굴은 심하지 않은 편인데, 팔다리 같은 곳이 너무 건조해서 가려워서 긁다 못해 피부과에 다녀온 적도 있고 한여름에도 바디용 보습제를 꼭 발라야 된다. 가을 겨울에는 당연히 아토피용 혹은 건성용 보습제를 꼭 바르고 있다. 그래도 종종 온몸이 간지럽다. 그래서 항상 촉촉한 제품에 관심이 많았는데, 리프트아르간의 100% 아르간 오일은 참 반가운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리프트아르간은 프랑스의 유기농 브랜드로, 재료의 95% 이상이 유기농 식품이어야 받을 수 있는 BIO 인증을 받은 제품들을 취급하고 있다. 유기농이라고 해서 모두 BIO 인증을 받은 제품은 아닌데(그만큼 BIO 인증을 받기가 까다롭다) 그래서인지 BIO 표시가 있으면 꽤 신뢰가 간다. 

선물 상자에 아르간 오일과 펌프식 공병, 그리고 데이크림과 나이트크림 샘플이 함께 깔끔하게 포장되어 와서 마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펌프식 공병이 함께 들어 있는 이유가, 원래의 아르간 오일 병이 입구가 넓게 뚫려 있어서 사용하기가 불편해서(잘못하면 확 쏟아질 것 같다) 공병에 덜어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에이솝의 세럼 용기처럼 처음부터 스포이드 형태로 디자인했다면, 굳이 덜거나 하지 않아도 되고 더 좋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색상은 사진에서처럼 노란 색을 띄고 있고, 타 브랜드의 아르간 오일 함유 제품을 샘플로 사용해 본 적이 있는데, 특유의 향이 너무 강해서 이 제품도 그럴 줄 알았는데 향기는 생각보다 거슬리지 않는 거의 무향에 가까운 느낌이다. 용량은 50ml인데 워낙 소량씩 사용하는 제품이라, 꽤 오래 쓸 것 같다. 

함께 들어 있는 팜플렛에 여러 가지 용도들이 나와 있는데 손톱 관리나 머릿결 관리는 특별히 하고 있지 않아서 주로 바디로션을 바를 때 로션에 두 방울쯤 섞어서 바르고 있다. 그러면 굉장히 보습력이 강화되어서, 꽤 오랫동안 촉촉한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간지러운 증상도 많이 줄어들었다. 자기 전에 얼굴에도 톡톡 두드려 발라 보았는데 확실히 촉촉하고 느낌이 좋다. 그런데 아무래도 크림을 바르고 그 위에 바르면 너무 과한듯 하고, 스킨 바르고 그 위에 소량만 바르는 것이 나을 듯 하다. 그리고 또 하나, 역시 자기 전에 핸드크림을 바를 때 한두 방울 정도 섞어서 바르면 마치 핸드 팩을 한 것처럼 꽤 오랫동안 손에 남아 있게 된다. 약간 보습이 부족하다 싶은 핸드크림도, 이런 식으로 섞으면 잘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다용도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꽤 실용적인 아이템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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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프레시안 특별취재팀 <한국의 워킹푸어> : 빈곤, 불평등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전에 일본 NHK에서 제작한 워킹푸어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아마 <워킹푸어>라는 이름의 책으로 번역되어 나왔지요) 한국이 심하면 더 심했지 일본만의 문제는 아닐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열심히 일해도 계속 힘들고 빈곤하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그 괴로운 현실과 마주하고 싶습니다.    

벼랑 끝에 서서 ‘살고 싶다’ 외치는 우리 이웃들의 고단한 삶에 관한 인터뷰집. 삶에 희망과 빛이 사라져버린 지금, 왜곡된 현실을 ‘바로 보기’ 위해 {프레시안} 기자들이 이 책을 엮었다. 아무리 일해도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수렁에 빠져드는 한국 사회 워킹푸어의 현실과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새벽에 출근하자마자 학교 쓰레기부터 줍는 ‘체육 코치’, 1년에 1000만 원도 되지 않는 연봉을 받으며 가족을 부양하는 ‘대학교수’, 몸을 팔 수 있으면 팔아서라도 글을 쓰고 싶은 ‘시나리오 작가’, 고대 자퇴녀가 화제가 될 때 부러움에 몸부림 친 ‘지방대 졸업생’, 연 매출 2억을 올리고도 3억의 빚에 허우적거리는 ‘농민’, 죽음의 공장에서 대학 진학의 꿈을 접은 ‘고졸 여성 노동자’, 골목 상권조차 빼앗는 SSM에 맞서 나자빠진 ‘자영업자’, 난민 아닌 난민의 삶을 살고 있는 쪽방촌의 ‘빈곤 노인’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노엄 촘스키, 미셸 푸코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 두 거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만 해도 멋집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토론한다는데, 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인문학의 산맥을 반대 방향에서 오른 두 철학자 노엄 촘스키와 미셸 푸코의 담론집.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71년, 시대의 양심을 대표하던 노엄 촘스키와 미셸 푸코는 네덜란드 TV 토론 프로그램의 초청을 받았다. 사회자인 네덜란드의 철학자 폰스 엘더르스를 두고 언어학과 인지 이론에서 시작하여 과학의 역사를 거쳐서 창조성, 자유, 정의를 위한 투쟁으로까지 토론이 이어진다. 이날의 토론에서 드러난 논지와 관점은 바로 노엄 촘스키와 미셸 푸코, 두 사람이 평생을 갈고 닦은 사상의 기본이자 정수다.

이 책에는 두 사람이 1971년 네덜란드에서 토론한 내용(1장)과 토론 후 1976년에 각자의 견해를 좀 더 자세하게 밝힌 자료(2~4장)가 실려 있다. 5장은 푸코가 1978년에 스탠퍼드대학에서 강연한 내용으로 4장에서 제기한 권력의 문제를 더 깊이 탐구한 것이고, 6장은 푸코가 사망 직전 프랑스 신문 [리베라시옹]에 게재한 성명서로 인간 사회에 대한 푸코의 진심을 전해준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발언한 것을 그대로 옮겨 적은 글이기 때문에 쉽고 간결하다.

트리스트럼 헌트 <엥겔스 평전> : 마르크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프록코트를 입은 공산주의자' 엥겔스의 평전입니다. 표지가 강한 빨간색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레드 컴플렉스 때문인지 지금까지 나온 레닌 평전이나 마르크스 전기는 대부분 강한 빨간색 표지를 하고 있어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본격 평전. '프록코트를 입은 공산주의자' 엥겔스는 그 시대의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모순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프록코트는 상의가 무릎까지 내려오는 19세기 중상류층 남성복 정장). 그는 영국 맨체스터에서 면직업에 종사하면서 빅토리아 시대의 전형적인 신사로 유복한 삶을 살았다.

호사 취미인 여우사냥과 고급 포도주는 그의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엥겔스는 마르크스와 함께 국제 공산주의 운동을 조직했다. 두 사람이 정초한 공산주의는 20세기 들어 인류의 3분의 1을 세력권에 넣었다.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조력자를 넘어 심오한 사상가였으며 독창적인 이론을 제시했다. 오늘날과 같은 시장만능주의가 야기할 폐단과 세계화의 불가피성을 명쾌하게 예언하기도 했다.

저자 트리스트럼 헌트는 방대한 기록과 자료를 통해 엥겔스의 지적 유산을 살피고, 19세기 영국에서 인생을 한껏 즐긴 한 인간이 어떻게 정력적인 사생활과 혁명적인 정치철학을 조화시켰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아가 혁명을 꿈꾸는 유럽과 산업화의 첨단을 달리는 영국을 무대로 헌신적인 우정과 계급 갈등, 이데올로기 투쟁, 가족 간의 불화와 배신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서용순 외 <라깡, 사유의 모험> : 국문과 재학 시절 어떤 과목에서인가 라깡의 욕망이론을 다뤘던 것 같은데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네요. 단지 욕망이론 책만 서재에 얌전히 꽂혀 있을 뿐입니다. 여러 학문 분야에서 등장하는 라깡의 이론에 대해, 다양한 학자들의 의견을 접하고 싶습니다.  

국내에 라깡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지도 십수 년이 지났다. 정신분석학이 하나의 분과학문으로 자리 잡지 못한 국내에서 라깡은 처음부터 학제 간 연구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국내에서 라깡은 처음부터 임상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철학, 문화, 예술, 정치, 사회의 교착상태를 돌파하기 위한 하나의 가능성으로 이해되고 수용되었던 것이다.

그간 국내 학자들의 라깡 관련 책들은 난해한 라깡의 언어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동안 축적된 이해를 바탕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라깡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라깡, 사유의 모험>은 철학, 문학, 영화, 사회학, 임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학제 간’ 연구서로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된 라깡 이론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오연호, 조국 <진보집권플랜> :과연 진보가 주도권을 잡는 때가 올까요? 저는 좌파에 가깝기 때문에, 부자와 대기업에만 유리한 보수정권보다는 진보 쪽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와 오연호〈오마이뉴스〉대표기자가 7개월 동안 나눈 심층 대담집. 이 책을 통해 한국 사회와 정치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진행하면서 ‘성찰’, ‘사회·경제 민주화’, ‘교육’, ‘남북문제’, ‘권력’, ‘사람’ 등 진보가 집권하기 위한 분야별 대안과 정책의 밑그림을 그려냈다. 진보·개혁 진영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는 문제, 직면하기를 회피하는 문제, 관성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는 문제를 에두르지 않고 직시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장 ‘플랜 6: 사람’에서는 유시민, 정동영, 송영길, 김두관, 안희정, 이광재, 노회찬, 이정희, 원희룡, 나경원, 박근혜, 김문수 등 정치인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평가를 회피하지 않았다. 또한 대중의 열기를 제대로 담아내려면 현재 난립해 있는 정당들의 ‘소통합’이 필요하다며 그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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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가 갖고 있는 신간도서들 :  

앨버트 O. 허시먼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탈리 골드버그 <글쓰며 사는 삶>  

....그러니까 이 책들은 절대 선정되면 안됩니다. ㅋㅋ

지난 10월, 11월에 비해 이번 달에는 크게 눈에 띄는 책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ㅜ.ㅜ 아무래도 지난달, 지지난달에 너무 굵직굵직한 책들이 나와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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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2-0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교고쿠도님처럼 신간도서 블랙리스트(?)를 미리 예고해야되겠네요^^
저는 <엥겔스 평전>을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는데,, 도서관측에서
소장해줄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왠지 이번에는 조국 교수의 책이 선정될거 같습니다.
좋은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셜록 2010-12-02 21:53   좋아요 0 | URL
으음, 저는 <한국의 워킹푸어>가 꼭!! 선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빈곤, 불평등문제는 저의 큰 관심사니까요. ^^

하루 2010-12-0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의 워킹푸어>는 저도 관심이 가네요. 후마니타스에서 나왔던 <워킹푸어>와 표지가 비슷해서 같은 출판사인 줄 알았어요. ^^;

셜록 2010-12-03 20:02   좋아요 0 | URL
예, 후마니타스의 워킹푸어도 갖고 있습니다. ^^혹시 관심 있으시면 저 책도 살포시~ 추천명단에 올려주세요. ^^(그래야 가능성이 높아지는...!)

꽃도둑 2010-12-0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묵직한 책들을 추천하셨군요. 책 욕심 누구에게도 안지겠는데요?
저도 다 관심가는 책들이긴 하지만 금액이 만만찮아서 선정되는 일이 가능할지...
암튼 교고쿠도 님 용감하십니다..^^

셜록 2010-12-04 23:37   좋아요 0 | URL
앗, 이번에는 가격에 신경 안쓰고 읽고 싶은것들만 올렸는데 제가 올린것들 다 비싼가요? <한국의 워킹푸어>는 꼬옥!! 읽고 싶어요. ^^
 
도덕, 정치를 말하다 - 보수와 진보의 뿌리는 무엇인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손대오 옮김 / 김영사 / 201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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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정치적, 사회적 사안마다 보수와 진보는 첨예하게 대립한다. 보수주의자들은 세금, 사회복지 프로그램 등을 비도덕적인 것으로 생각하며 부자 감세 정책에 찬성하고, 진보주의자들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보수주의자들은 범죄의 사회적 원인을 인정하지 않고 범죄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계급과 사회적인 원인을 강조한다. 왜 같은 사안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일까. 그들은 왜 진보, 혹은 보수를 선택하였으며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일까.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이 책 <도덕, 정치를 말하다(원제 Moral Politics : How Liberals and Conservatives Think)>에서 더이상 색깔논쟁이나 이념이 아닌, '도덕의 프레임'으로 정치를 바라봄으로써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핵심을 분석하고 갈등의 원인을 밝혀내고 있다. 

사람들의 정치적 사고를 읽어내는 데 인지언어학을 적용해 온 저자는, 1990년대 중반 미국의 중간 선거 유세과정을 지켜보며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정치적인 담론들이 판이한 도덕 시스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 개인이 무의식적으로 정교하게 쌓아놓은 개념적 구조와 상식의 논리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올바른 행동과 잘못된 행동은 무엇인지,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 등에 대한 출발점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국가는 곧 가정'이라고 판단할 때에 보수주의자는 '엄한 아버지 모델'을 추구하는 반면 진보주의자는 '자애로운 부모 모델'을 따른다.  

엄한 아버지 모델은 순종에는 보상해주고 불순종에는 징벌하는, 일종의 보상과 징벌의 도덕으로 간주할 수 있다. 경쟁에서 성공하려면 자제력을 배우고 품성을 쌓아야 하고, 역경을 통하여 도덕적 힘이 쌓여가기 때문에  어떤 행동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징벌한다. 도덕적으로 약한 사람은 결국 악에 굴복하게 되고, 그러므로 도덕적 약함은 비도덕의 한 형태이다. 그러한 도덕적 약함을 조장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비도덕적이다. 만약 복지가 노동에 따르는 인센티브를 빼앗아 간다면 도덕적 힘 비유에 따라 복지는 비도덕적이다. 보수주의자들이 사회적 약자에게 주어지는 복지혜택을 비난하고 나서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낙오자들에게 자신들이 힘써 일해서 낸 세금을 낭비할 수 없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또한 지배와 도덕적 권위의 측면에서 우월함과 열등함의 선을 긋고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성인이 어린이를 지배하고,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것을 은연중에 정당화한다. 그러므로 자연에서 될 수 있으면 많은 이익을 얻어내야 하고, 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땐 때려서 가르쳐야 하고, 여자들이 있을 곳은 가정이므로 직업을 갖고 일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그들은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자애로운 부모 모델은 존중과 사랑의 양육, 원만한 의사소통을 중요시한다. 보상과 징벌을 통해서 배우지 않고,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애착으로부터 배운다고 가정한다. 이 모델에서는 도덕으로서의 감정이입, 도덕으로서의 양육 등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도덕적 행동을 완전한 감정이입 행동으로 개념화하는 것은 아무런 선입견 없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게 한다. 약자에 대한 연민도 이에 포함된다. 또한 공정한 분배가 중시되어서 양육이 한 가정의 아이들에 대한 분배의 공정함을 요구함과 같이 도덕적 양육도 이 비유를 요구한다. 이러한 관점들에서 보면, 일을 자기훈련의 일환으로 보는 엄한 아버지 모델에서와 달리 일은 가능한 한 안전하고 건강해야 하며, 근로자의 안전에는 높은 우선권이 주어져야 한다. 또한 가정생활에 최대한 배려를 해 줘서 직장에 유아 센터를 갖추거나 근무시간을 조정해 주는 등 안정적인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며, 사람들은 그들의 일에 비례하여 공정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임신한 여직원 퇴사 종용 금지, 비정규직 차별철폐,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보수주의의 도덕적 행동 카테고리에는 보상과 징벌의 도덕으로써 자제력 있고 자립적인 사람에 대한 자기이익 추구를 간섭하지 못하게 하고 자제력의 결여에 대한 징벌을 보장하는 등의 원칙이 내재되어 있다. 그들은 범죄자에게 강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10대 미혼모의 임신에 대해서는 그런 상황을 만든 것은 본인의 자제력 부족이므로 마땅한 벌(원치 않는 출산)을 받아야 하고, 낙태 등으로 그 벌을 피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자가 돈을 많이 번 것은 자신의 자제력과 자립심 덕분이므로 그에게 많은 세금을 물려서 이익 추구를 방해하는 것은 옳지 못하고 따라서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줘야 한다고,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공공의 도움에 의지함으로써 약하고 의지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양산해 내므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그들은 역시 주장한다.  

하지만 진보주의의 도덕적 행동 카테고리에는 감정이입 행동과 공정성에 의거하여, 스스로를 도울 수 없는 사람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돕고 보호해야 하며 인생에서의 충만함을 장려하는 등의 원칙이 내재되어 있다. 쉽게 말하자면, 자신이 '가장 나쁜 제비를 뽑았을 때'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안정적인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빈민가의 알콜중독자 미혼모에게서 태어났더라면, 혹은 거동조차 불편한 장애인으로 태어났더라면 그때도 과연 위의 보수주의적인 원칙들을 지지할 수 있을까? 항상 자신이 그 입장이 되었을 경우를 가정하여 약한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진보주의자들의 생각이다.  

또한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보는 '지옥에서 나온 시민', 즉 자신들의 도덕 카테고리를 위반하는 사람들의 범주 역시 크게 다르다. 보수주의자들에게는 엄한 아버지 도덕을 위반하는 사람, 곧 여권주의자, 동성애자, 다문화 지지자, 평등주의자들과 자기통제 결여로 인해 복지혜택에 의존하는 미혼모, 마약중독자들, 그리고 환경보호 운동가, 소비자보호 운동가, 차별금지조치 지지자와 같은 정부가 자기이익의 추구를 방해하도록 이끌어 기업활동을 제한하고자 하는 사람들, 반전운동가, 인권운동가처럼 국방과 사법 시스템의 작동에 반대하는 사람들 등을 들 수 있다. 진보주의자들에게는 사회적 책임감도 보여주지 못하고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대기업과 기업가, 노동조합을 기피하는 기업, 불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그들을 이용해먹는 사람들, 교육, 예술, 학문을 위한 공공지원에 반대하는 사람, 일반 시민을 위한 의료혜택 확장에 반대하는 사람 등이 악인으로 간주된다. 참 재미있는 것은 진보주의자의 모델 시민이 보수주의자에게는 악마가 된다는 점,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가까운 예로 대기업 회장의 족벌 경영도 보수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이익을 추구하는 바람직한 일인데, 진보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도덕성이 결여된 행동으로 보이는 것을 들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모든 시민들이 한 가지 모델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정에서는 자애로운 부모인 사람이 정치적으로는 보수주의적일수 있고, 정치적으로 진보주의적인 사람이 집에서는 엄한 아버지일 수 있다. 부자 감세를 반대하지만 환경보호주의자일 수도 있고, 노동자의 복지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낙태는 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구분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이는 마치 스펙트럼과도 같아서, 어떤 쪽에 가깝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보수와 진보로 갈라 구분할 수는 없다. 필자 역시 기본적으로는 진보적 성향이 강하지만, 어떤 면으로는 보수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 선거 때마다 서민들이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그래서 결국 자신들에게 불리할지도 모르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것일까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의문이 풀린 듯 하다.  

이 책은 보수와 진보 어떤 쪽에도 치우치지 않게 중립적으로 쓰여진 편이지만(그래서 어떤 쪽이 나쁘다고 단정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저자 자신은 진보 쪽에 가까워서, '보수주의자들은 대체로 정치적인 성공을 차지했고 그들을 이해할수록 더 두려워진다.'라고 고백한다. 또한 부의 편중과 불균형이 진정한 사회 번영을 위협할 수 있다며 진보의 선전을 독려한다.  지극히 공감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한국만 해도 선거 때마다 보수주의적 정당과 후보가 거의 대부분 승리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국민들 중 대다수가 보수주의에 가깝다는 말이다. 필자 역시 예전에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실히 알지 못했는데, 이제는 좌파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 반도체 회사에서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백혈병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분노했고, 밤낮으로 열심히 일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근로빈곤층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몇몇 극보수주의자들의 완고함과 이기적인 면을 보며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므로 저자의 말처럼, 진보가 더욱 발전해야 할 때다. 새도 양 날개로 나는데, 균형이 너무 안 맞으면 결국은 어떻게든 무너지니까 말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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