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께서는 생전에 목사님과 신부님을 구별하지 못하셨다. 돌아가시는 그 순간에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버지께서는 서당에서 사서삼경을 공부하고, 학교도 다니셨다.  휴전이 되기 몇 달 전에 군입대를 하여 하사관으로 제대하기까지 진주, 포항, 서울등을 오가며 6년을 근무를 했다. 또한 세상 물정을 모르는 분도 아니었다. 더우기 일생을 통해 감여(輿)를 공부하셨고, 책 읽기를 좋아하여 늘 책을 가까이 하셨다. (덕분에 나는 초등학교때 정비석의 삼국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런 분께서 유독 목사님과 신부님을 구별하지 못하셨던 것이다. 아주 상세하고도 자세한 설명을 여러 차례 드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께서는 늘 목사님과 신부님을 구별하지 않으셨다. 나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 그렇게 찾아왔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품에 금강경을 넣어드리고 이런 저런 아버지에 관한 상념에 젖어 있을 때, 한 가지 생각이 스치듯 떠올랐다.
 


'어쩌면 아버지께 목사님과 신부님은 아무런 차이가 없었을 수도 있겠구나. 같은 성직자시니 애써 구별할 필요가 없는 그런 분들 말이다!' 나의 합리화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아니 가능성이 높은 발상이다. 아버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방법 중 하나를 생각해낸 것일 수도 있다. 


조상님들께서는 대대로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고 사셨다. 과거에는 다들 그랬다. 반면 나의 가족들은 모두 성당에 나가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세례명을 받았다. 아버지께서는 전혀 개의치 않으셨다. 나의 식구들은 모두 절에 가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가까운 봉은사에 가서 행사를 구경하기도 하고, 고향을 오가는 길에 수덕사에도 곧잘 들렀다. 아이듵은 아빠가 가는 곳은 당연히 가도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절과 성당은 같은 곳이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일까...


아버지께서도 그런 생각을 하신 것이다. 평소 아버지께서는 개신교이든 천주교이든 모두 하나라고 생각하셨다. 구별지을 필요가 없으며 불교도 다를 것이 없다고 평소 생각하셨다는 것을 그만 그 아들은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아버지에게 목사님과 신부님을 구별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물론, 기독교와 천주교는 아주 많이 다르며 어쩌면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는 분도 계실 것이라 믿는다. 이 또한 존중하는 바이다.    


최근 성심당을 소개하는 글을 읽게 되었다. 갑자기, 없던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성심은, 大學에서 따온 이름인가?

大學에는 8조목 이라는 것이 있다. 아주 잘 알려져 있어 성심당 못지 않은 인지도를 가진 8조목은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濟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 이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는 내용은 아니다. 성심당이 만든 빵은 맛있다고 소문이라도 났지만 8조목은 수신(修身)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백성들을 차별하는 강력한 도구로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일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와 야합한 8조목이 아닌, 순수한 대학 본연의, 정치에 오염되지 않은 8조목 본연의 함의를 존중한다.


어째거나,

8조목이 가르치고자 하는 것 중, 격물과 치지만 얻으면 인성에 문제를 일으킨다. 성의와 정심이 뒤 따르는 이유다. 그리고 끊임없이 나아가며 수신을 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불교의 가르침으로 접근하면 인간의 삶은 돈수(頓修)가 아니라 점수(漸修)인 것이다. 성심당은 이 8조목 중 성의(誠意)와 정심(正心)의 두 글자를 취해 성심(誠心)이라고 이름했나 보구나 싶었고 '이름 참 잘 지었군. 글을 읽은 냥반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는 정말 그런지 인터넷을 검색했다. 속으로 내 생각이 맞겠지...했는데!!  허걱~!! 나의 추측은 완전 틀린 것이었다. 전혀 전혀 다른 이름이었다. 알고 보니, 성심당의 창업주는 카돌릭 신자였다. 성심당은 誠心堂이 아니라 聖心堂이었던 것이다. 聖心堂의 聖心은 '성스럽고 거룩한 마음 을 뜻한다' 고 써있다. 심지어 이 이름은 창업주가 노점상으로 일을 시작할 때부터 사용했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었다.

비로소 나는 성심당이 유명해진 이유를 제대로 알게된 듯했다. 빵 하나를 구울 때도 성심(聖心)으로 굽겠다는 뜻이며, 그 빵을 나눌 때도 성심으로 나누겠다는 거룩한 뜻을 가진 이름이었던 것이다.


물론
聖心堂을 誠心堂이라고 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모든 행함에 자신의 마음을 극진히 한다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다. 기독교의 가르침도 불교의 가르침도 유가의 가르침도 모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정말 그런지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어느 목사님이나 신부님께서 내게 '그건 몰라서 하는 소리요!!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이 모두의 가르침이 하나로 관통하는 것이라면 애써 목사님과 신부님을 구별할 필요가 과연 있겠는가?




[[ 성심당의 고향이 대전이라고 하니, 대전이 낳은 대한민국의 세계적인 음악가의 연주를 소개한다. 플룻을 잡은이가 바로 대전이 낳은 최나경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플릇을 가장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전에는 플룻을 듣지 않았는데, 이제는 듣는다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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