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초기(빅뱅)의 엔트로피가 작음(과거 가설Past Hypothesis)의 문제에 대한 상반된 견해가 위의 두 책에 있다. 캐럴은 기본 법칙의 시간 대칭성에 의거해 우주를 기술하는 상태 공간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But if a space of states changes with time, the evolution clearly can't be information conserving and reversible. If there are more possible states today than there were yesterday, and two distinct initial states always evolve into two distinct final states, there must be some states today that didn't come from anywhere. That means the evolution can't be reversed, in general. All of the conventional reversible laws of physics we are used to dealing with feature spaces of states that are fixed once and for all, not changing with time. The configuration within that space will evolve, but the space of states itself never changes. (p. 293)


상태 공간이 변하지 않는다면 왜 우주 초기에 엔트로피가 작은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뮬러는 공간의 확장이 상태 공간을 증가시키므로 우주 초기에 엔트로피가 작은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The expansion of space meant that the matter was in a relatively low-entropy state, compared to what it could be. The creation of space meant that there was a lot of empty space for additional accessible states, for additional entropy. And the universe, only 14 billion years old, has not yet had a chance to occupy the most probable high-entropy state. This idea--that although entropy continues to increase, the maximum allowed value for the entropy of the universe increases even faster--may have been first articulated by David Lazer, a physicist at Harvard. (pp. 133-134)


빅뱅 이전에 시간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우주 초기에 엔트로피가 낮은 이유에 대해서도 물리학자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물리학의 기본 법칙과 이에 따른 상태 공간과 정보의 보존에 집착하는 이들에게 우주 초기의 낮은 엔트로피는 미스터리이고 왜 그런지 설명해야 할 이유가 있는 일이다. 캐럴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우리 우주가 엄마 우주에서 생겨나는 아기 우주의 하나일 것이라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스몰린에게 캐럴의 입장은 전형적 오류로 보일 것이다. 물리학의 기본 법칙은 고립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얻어낸 근사 법칙을 뿐이며, 이를 우주 전체에 적용할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주론의 백가쟁명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은 불일치를 통해 발전하며, 지금 그러한 장면을 보고 있는 셈이다. 뮬러는 과학자들이 할 일이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데(p. 135), 그의 말이 옳다. 적어도 한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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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의 의견과 같은 생각이 이 책에 나온다: 빅뱅 이전에는 공간이 없었듯이 시간도 없었다.


... If space began at the Big Bang, if space was created, maybe the same was true for time. Neither space nor time existed "prior" to the Big Bang; in fact, in this picture the word prior has no meaning. The question of what happened before time began is meaningless, because there was no before. It is like asking, What happens if you put two objects closer together than zero distance? What happens if you cool a classical object below absolute zero, so that its motion is slower than no motion at all? These questions can't be answered, because they make no sense. (pp. 13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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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시사인) 제813호 : 2023.04.18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3년 4월
평점 :
품절


최근에 <경제학 레시피>란 책을 낸 장하준 교수의 인터뷰가 돋보인다. 얻어맞을 걱정 없이 노조를 할 수 있는 자유인가, 아니면 자본가가 마음 놓고 사업할 수 있는 자유인가?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 비슷하게 적어본다면, 누구를 위한 법치인가?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이번 호 굽시니트스 만화: 쇼와 6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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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4-26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하준 교수...요즘 유튜브 숏 영상을 자주 보는데, 정말 시원시원하게 말씀을 쉽게 잘하시더라구요~~

blueyonder 2023-04-26 21:0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동의합니다. ^^ 편안한 저녁 보내시기 바랍니다~
 















요즘 세상을 삐딱하게 보기에 대해 생각한다. 근래 이희재 번역가의 <번역전쟁>에서 1차대전은 영국이, 2차대전은 미국이 ‘금벌의 이익을 위해’ 일으켰다는 얘기를 읽은 바 있다. 최근 ‘정준희의 해시티비’에서 미국의 우리나라 국가안보실 도청과 관련한 내용을 들었다(‘도쿄의 주인, 서울의 하인, 워싱턴의 연인’). 결국 미국은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이익’(앉아서 돈 벌기)을 위해 자국, 타국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도청 및 정보수집을 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그러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보통 생각하는 그 미국이 아니고 러시아, 중국이 보통 생각하는 그 나라들이 아닌 것 같다는, 예전에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었던 것과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과장이 있을지라도 이러한 시각에 대해 자꾸 읽고 살펴보게 될 듯싶다[1]. 


요즘 2차세계대전 당시의 공중폭격에 대한 책(Richard Overy의 <The Bombing War>)을 읽고 있는데, 이른바 민주주의 국가라는 영국과 미국에서만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전략폭격’을 실행할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 수행했음을 알게 된다. ‘총력전(total war)’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적국의 전의를 꺾고 산업기반과 정부조직을 와해시키기 위해 민간인을 학살했던 것이다. 히틀러조차도 우려를 표했던 일을 영국과 미국의 지도자(군 지도자 포함)들은 거리낌 없이 지시했다. 사망자에 대한 통계는 굉장히 편차가 심한데, 대략 유럽에서 60만 명, 일본에서 90만 명 정도로 일단 정리해 두자. 


영국과 미국은 전략폭격이 결국 독일과 일본이 먼저 벌인 공중폭격(게르니카, 바르샤바, 로테르담, 충칭 등)에 대한 인과응보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추축국의 폭격은 사실상 전술폭격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Overy는 내린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은 2차대전 발발 전부터 전략폭격의 개념을 가다듬어 실행할 생각을 했다. 한국전쟁에서도 미국은 엄청난 양의 폭탄을 북한에 쏟아부었으며 대략 30만 명 정도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다(이 인원 모두가 민간인은 아닌 듯 보인다)[2]. 이 자료를 보면 미군은 총 635,000톤의 폭탄을 북한에 투하했는데, 이 숫자는 미군이 2차대전 전 기간 동안 유럽전선에 투하한 160만 톤, 태평양전선에 투하한 50만 톤(이중 일본 16만 톤)과 대비된다. 


전쟁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는 것이 맞다. 한국전쟁을 직접 겪으신 내 어머니는, 북한에 쌀을 좀 주면 어떠냐, 달래서라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신다. 어머니는 폭격도 직접 겪으셨고 집안 어른이 폭격으로 돌아가시는 것도 보셨다.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자들만이 전쟁을 불사하자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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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하준 교수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른 맥락으로 비슷한 얘기를 했다. "미국은 '원래 그런 나라' 한국 혼자 열녀문 세우는 중"

[2] https://en.wikipedia.org/wiki/Bombing_of_North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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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모험 - 원문을 죽여야 원문이 사는 역설의 번역론
이희재 지음 / 교양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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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이희재의 번역론, 번역에 대한 조언, 사이시옷과 띄어쓰기에 대한 생각 등을 모았다. 다른 언어를 앎으로써 우리말과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그의 생각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고민을 하는 전문 번역가가 있어서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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