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
박태균 지음 / 책과함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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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둘러싼 정치, 사회, 경제, 그리고 군사에 대한 교과서적 책. 저자가 대학에서 강의하며 정리한 내용을 책으로 낸 것이다.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에 대해 알고 싶은 이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1차 사료도 군데군데 나오고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준다. 단, 이 책은 전쟁의 전황에 대해서 거시적으로만 살펴보고 자세히 서술하지는 않는다. 


우리 민족사에서 한국전쟁만큼 비극적인 사건은 없을 것이다. 그 여파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일은 차치하고라도 남북한 사이에 다시 평화가 정착하기를 염원한다. 


책 속 몇 구절:

... 정전협정을 통해서 전쟁을 끝내되, 적에게는 최대한 타격을 주고 남한군의 전력은 최대한 강화하면서 끝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제 38선 이북으로 진격할 때의 전략은 수정된 것이다. (250 페이지)

... 화력에 자신 있던 유엔군 측은 당시의 전선을 새로운 군사분계선으로 정하자고 제의한 데 반해, 공산군 측에서는 38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정하자고 제안하였다. 

  유엔군 측의 제안에는 깊은 의미가 있었다. 물론 일차적인 이유는 시간을 끌수록 화력이 우세한 유엔군 측이 좀 더 많은 영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때문이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료 44>에 나타나는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적에게 더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전투는 계속되었고, 폭격기들은 계속 북한 지역을 폭격했다. 화력에서 우세한 유엔군은 무기가 뒷받침되는 한 계속 38선 이북 지역에 인적, 물적 피해를 줄 수 있었다. (254 페이지)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승만은 자신을 지지하는 소수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대통령 직선제'를 골간으로 하는 헌법 개정안을 내놓게 했다. 그리고 관제 시위를 조직하여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소환운동을 벌였다. 1952년 초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통해 국회 밖에서 세력을 획득한 이승만은 이들을 동원하여 국회의원들을 '매국노'로 몰아붙이며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아랑곳 않고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였다. 이에 이승만은 전방에 있는 일부 부대를 부산으로 빼돌려 부산을 중심으로 한 경상남도 지역에 계엄을 선포하였다. 부산 지역에 공비가 나타났다는 게 이유였지만,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정부에 의해 동원된 가짜 공비들이었다. 계엄령이 선포된 뒤, 국회의원들이 타고 가던 통근버스가 출근길에 통째로 견인되어 그들 중 일부가 '국제공산당' 연루 혐의로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입법부의 기능은 완전히 정지되었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과 함께 유엔군으로 전쟁에 참여한 국가들의 대사관과 UNCURK에 참여한 각국 대표단의 항의가 주한미국 대사관, 유엔군 사령부, 심지어는 워싱턴에까지 쏟아졌다. 자기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북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귀중한 젊은이들의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한국을 돕고 있는데, 정작 한국 정부가 자유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참전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289~290 페이지)

  한국전쟁 시기 북한 정권의 안정은 반미 이데올로기로부터 나왔다. 북한은 전쟁의 모든 책임을 미국에게 돌렸으며, 북한 주민들은 미 공군의 폭격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이것이 1950년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북한이라고 하는 특수한 체제가 존재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33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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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델은 수학적 개념에 자연수를 할당한 후 괴델 수를 도입하여 그의 불완전성 정리를 증명하였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설명한다. 


... "This sentence is unprovable." Now if the statement is not provable, then what it says is true. If, on the other hand, the sentence is provable, it is not true, or, by standard logic, if true, it is not provable. Hence the sentence is true if and only if it is not provable. Thus the result is not a contradiction but a true statement which is unprovable or undecidable. (p. 262)


"이 문장은 증명 불가능하다." 이 진술을 G라고 부르자. 만약 G가 증명 불가능하면 G는 참이다. 반대로, 만약 G가 증명 가능하면 G는 참이 아니다. 여기에 표준 논리 규칙(대우 규칙)을 적용하면 다음을 얻는다. G가 참이면 G는 증명 불가능하다. 따라서 앞과 결합하여 G는 증명 불가능한 경우 그리고 그 경우에만 참이다. 모순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증명 불가능한 참인 진술을 얻는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의 의미:


  Thus Gödel's incompleteness theorem asserts that no system of mathematical and logical axioms that can be arithmetized in some manner such as Gödel used is adequate to encompass all the truths of even that one system, to say nothing about all of mathematics, because any such axiom is incomplete. (p. 263)


괴델이 사용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산술화'할 수 있는 모든 수학적, 논리적 공리 체계는 그 체계의 모든 '진리들'을 포괄하기에 충분치 않다. 하물며 수학 전체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공리들은 불완전(증명할 수 없는 진술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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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Mathematical Universe: My Quest for the Ultimate Nature of Reality (Paperback)
Max Tegmark / Vintage Books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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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며칠 됐는데, 어떤 평을 올릴까 곱씹다가 잘 떠오르지 않아 그냥 두서없이 몇 자 남기기로 했다. 


일단 별 세 개는 이런 이유로 준다. 이 책은 크게 보면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 부분은 기존에 많이 알려졌던, 하지만 테그마크가 정리한 현대 과학(우주론, 양자역학)에 대한 설명이다. 그의 개인적 경험과 어우러져 과학이 이룩한 성취의 내용과 의의를 잘 알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별이 3개이다. 


이후는 왜 다중우주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그의 주장과 생각이다. 사실 그는 다중우주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단정 짓지는 않는다. '외부 실재 가설(External Reality Hypothesis)'은 '수학적 우주 가설(Mathematical Universe Hypothesis)', 즉 '4단계 다중우주'를 시사하며 이것이 갖는 의미를 얘기하는 식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과학적 방식일지 몰라도 한편으로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두는 느낌도 있다. 그 자신은 '수학적 우주 가설'을 철저히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14년에 출간되어 급변하는 과학계 발전에 조금 뒤떨어진 감이 있다. 저자는 태초의 중력파를 검출하여 인플레이션 이론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는 BICEP2 실험의 흥분을 언급한다(p. 110). 하지만 2015년 초 이 실험은 데이터 분석의 오류로 밝혀졌다[1]. 이 책이 출간된 직후이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언급할 때 허사비스의 딥마인드나 ChatGPT 등은 당연히 나오지 않는다. 


같은 스웨덴인인 다니엘손은 최근 <세계 그 자체>를 출간했는데[2], 왠지 테그마크의 이 책을 읽고 그 반론으로 쓴 것 같다. 스몰린과 다니엘손을 먼저 읽은 나는 수학이 단지 우리가 자연을 기술하는데 필요한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다중우주에 부정적이다. 이 책은 내게 반면교사로서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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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이처 기사: Gravitational waves discovery now officially dead

[2] 스웨덴어 원서 <Världen själv> 2020년 출간, 영어판 <The World Itself> 2023년 2월 출간, 국역판 <세계 그 자체> 2023년 8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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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차하는 여의도역 지나쳐 내려서 파란 하늘 양털 구름 밑에서 여의도로 걸어가는 인파들. 

길을 몰라도 여의도로 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마음 속에는 모두 같은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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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2-11 14: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 이쪽 분들이랑 합류할 걸 그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 무리는 상당히 적어서 저는 내내 마음 졸였다는...

blueyonder 2024-12-11 15:46   좋아요 2 | URL
알라딘 인싸인 단발머리님을 여기서 뵐 뻔... ㅎㅎㅎ
이렇게 여의도 가본 적은 없어서 인터넷 지도 켜야 하나 했는데 웬걸요. 그냥 따라 가면 되더라고요. 여의도 건너가는 다리도 사람이 많아서 막히니 더 걸어가서 다른 다리를 이용하면 된다고 앞에서 소리치며 얘기해 주신 분도 계셨고요, 도로 건널 때 차 잠시 막고 건너가라고 교통정리 해 주시는 분도 계셨어요. 참 감사한 분들입니다~

은하수 2024-12-11 17:50   좋아요 2 | URL
저도 너무너무 가고 싶네요...
응원합니다^^

blueyonder 2024-12-11 19:53   좋아요 0 | URL
응원 감사합니다~ ^^ 잘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테그마크는 이 책에서 곱씹어볼(동의가 안되는?) 얘기를 한다. 여러 물리 이론이 (다양한 의미로) 우주가 하나가 아니라는 이른바 '다중우주multiverse'의 가능성을 얘기하는데, 그는 다중우주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느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Parallel universes are not a theory, but a prediction of certain theories. 


다중우주(평행우주)는 이론이 아니라 이론의 예측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Parallel universes (if they exist) are things, and things can't be scientific, so a parallel universe can't be scientific any more than a banana can.


다중우주는 이론이 예측하는 '사물'일 뿐이므로 바나나가 과학적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과학적'이라는 말은 '반증가능함'과 동의어로 쓰였다. 많은 이들이 다중우주가 반증가능하지 않다고 과학적이 아니다 또는 과학의 대상이 아니라고 얘기하는데, 테그마크는 이론만이 과학적일 수 있으며, 이론의 예측은 사물과 마찬가지어서 과학적일 수가 (반증가능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위의 상자 안에 있는 말에 그런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론이 맞다고 생각하면 그 이론이 예측하는 '사물'도 맞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if they exist)"라고 한 발 빼는 문구를 넣어 두었다. 


이론이 지금까지의 시험을 모두 통과했다면(즉 성공적인 이론이면), 그 이론의 예측인 다중우주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되는가? 결코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테그마크도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론은 언제나 임시적이니까.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는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다중우주는 상상의 나래를 펴기에 흥미로운 대상일지는 몰라도 과학의 범위를 벗어나는 듯이 보인다. 다시 테그마크는 다중우주는 '과학적일 필요가 없어'라고, 단지 이론의 '예측'이며 '사물'일 뿐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바나나와 같다니까!' 결국 개인의 취향 문제인가? 


테그마크는 여러 다중우주를 다음과 같이 단계를 붙여 정리한다. 


이론 -> 예측

인플레이션 이론 -> 1단계 다중우주

인플레이션 이론 + (끈이론 등이 얘기하는) 우주의 '풍경' 이론 -> 2단계 다중우주

파동함수 붕괴가 없는 양자역학 -> 3단계 다중우주

외부 실재 가설 -> 4단계 다중우주


여러 물리학자들이 각자 다른 의미로 '다중우주'라는 말을 써서 테그마크가 정리하고자 '단계'를 도입했다고 한다. 2단계 다중우주 사이에는 적용되는 물리법칙도 다르다. 테그마크는 이 모든 다중우주를 믿는 듯하다(특히 그의 주장인 4단계!). 


사실 인플레이션 이론조차 실험적으로 '검증'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도입된 가설에 가깝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인플레이션 이론이 현재 주류처럼 보이지만 인플레이션 이론과 경쟁하는 다른 가설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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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124의 글을 그대로 옮겼다(책에도 위와 같이 상자 안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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