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였고 호킹의 이름을 널리 알린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 내게도 여러 추억이 있는 책이다. 위의 사진은 1988년 국내에 출판된 삼성출판사 간 초판본(12쇄본)이다. 원서 역시 1988년에 초판이 나왔다. 현정준 역의 위 판본은 현재 절판됐다. 


원서로는 웜홀과 시간여행에 관한 장을 추가한 1996년판, 그리고 최신 과학발견을 부록에 추가한 2017년 판이 있다. 국역판으로는 <The Illustrated a Brief History of Time>을 번역한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가 현재 구입할 수 있는 판본이다. <그림으로 보는 ...>은 삽화가 좀 더 많이 추가됐을 뿐, 본문의 내용은 원서 2017년 판과 동일해 보인다. 다음은 국역판과 그 원서, 그리고 2017년판 원서이다. 
















그 외 <청소년을 위한 시간의 역사>, 믈로디노프가 공저자로 되어 있는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를 찾아볼 수 있다. 우주론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이런 책들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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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운동법칙은 등속으로 움직이는 모든 좌표계가 동등함을 알려준다[1]. 즉, 일정한 상대속도를 가지고 움직이는 두 좌표계가 있을 때, 둘 중 누가 움직이고 누가 정지해 있는지 말할 수 없다. 이는 물체의 위치가 '절대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하지만 뉴턴은 자신의 운동법칙이 의미하는 공간의 상대성을 종교적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등속 좌표계의 동등성은 종종 '갈릴레이의 상대성'이라고 언급되지만, 갈릴레이의 상대성이 의미하는 바가 결국 공간의 상대성이라고 엄밀히 논의되지는 않는 듯싶다. 그냥 뉴턴은 절대공간, 절대시간을 기반으로 그의 운동법칙을 정리했다고 두리뭉실하게 종종 얘기된다. 


관련한 본문의 내용인데, 번역 오류가 있어 기록해 놓는다[2]. 밑줄은 내가 추가한 것이다. 


  뉴턴은 이런 절대적 위치, 절대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절대적 신의 존재에 대한 그의 생각과 상충되기 때문에 매우 괴로워 했다. 그래서 그는 법칙이 가리키는 것과 반대로 절대 공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45 페이지)

  Newton was very worried by this lack of absolute position, or absolute space, as it was called, because it did not accord with his idea of an absolute God. In fact, he refused to accept lack of absolute space, even though it was implied by his laws. (2017년 판, p. 18)


문맥 상, 밑줄 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받아들였다'가 되어야 한다. 원문은 오역을 확인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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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즉, 등속으로 움직이는 계에서 관측되는 물리현상은 정지한 계에서 관측되는 물리현상과 동일한 운동법칙으로 기술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물리현상을 관측하여 내가 움직이는 계인지, 정지해 있는 계인지 말할 수 없다. 

[2] 이 책은 현재 절판이므로 오류 지적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안다. 내가 대학생 때 이 책을 읽으며 문맥에 맞지 않는다고 여백에 적어 놨는데, 드디어 원서를 구해서 확인해 봤더니 오역이었다는 기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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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시사인) 제909호 : 2025.02.18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5년 2월
평점 :
품절


이번 호에도 여러 좋은 기사가 있다. 다음의 기사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 딥시크의 LLM인 V3는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모델이 아니다. 딥시크의 논문을 분석한 <파이낸셜타임스> 1월29일 보도에 따르면, 딥시크는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는 메타와 알리바바의 LLM을 추가 학습시켜 성능을 개선했다. 그 결과가 바로 V3다. 추가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는 R1으로 생성했다. 이를 통해 V3는 R1의 추론 방법을 모방해 더 나은 LLM으로 개선될 수 있었다. 

...

  이 외에도 작은 연산 능력과 메모리, 전력으로 비교적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여러 기술들이 딥시크 모델에 적용되었다. 그만큼 모델이 가벼워졌다. 그 각각의 기술들이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AI 업계에서 이미 파편적으로 사용되어왔다. 딥시크는 그런 기술들을 잘 결합시켰다. 그 덕분에 테크 자이언트들보다 훨씬 적은 자원으로 효율적인 추론 능력을 구현할 수 있었다. 당초에 딥시크의 주장을 의심하던 전문가들도 오픈소스를 따라 적용해보고 감탄하는 수준이다. (24~25 페이지)

  그러나 미·중 AI 전쟁의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미국 AI 산업의 발전 경로 자체에 치명타를 가했다는 것이다. 최첨단 모델 구축 비용이 딥시크로 인해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소규모 스타트업이나 연구팀도 AI 시장에 비교적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이로써 미국 테크 자이언트들과 자본시장은 지금까지의 생태계에서 기대할 수 있는 독점 이익을 상실하게 되었다. (25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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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그러나 사놓고 다 읽지는 못했던)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다시 들쳐보고 있다. 당시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였던 현정준의 번역으로 1988년 8월 20일에 초판이 발행됐는데 이제는 모두 절판됐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1989년 10월 12일 발행된 12판(!)이다[*]. 값 3,800원. 추억 돋는다. 아마 교보문고에서 샀던 것 같다. 지금은 <그림으로 보는 ...>, <청소년을 위한 ...>과 같은 수식어가 있는, 좀 더 쉬운 버전만 찾을 수 있다. 


  ... 우주를 단번에 잘 기술하는 이론을 만드는 일은 극히 어려운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래서 그대신 우리는 문제를 잘게 쪼개서 부분적 이론 여러 개를 만들기로 한다. 개개의 부분적 이론은 한정된 범위의 관측을 기술하고 예언한다. 여기서 다른 양의 효과는 무시하거나 또는 간단하게 숫자로 대신키로 한다. 이런 방법은 완전히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에 우주의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면, 문제의 각 부분을 따로 따로 조사해서 완전한 해답에 접근한다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여태까지 진전을 본 방법이 바로 이 방법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좋은 본보기는 역시 뉴턴의 중력 이론이다. 즉 두 물체 사이의 중력은 각 물체에 관련된 하나의 숫자--그 질량--에만 의존하나, 물체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에는 무관하다. 그러므로 태양이나 행성의 궤도를 계산하는 데 그들의 구조나 화학 성분에 관한 이론은 필요치 않다. (36~37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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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쇄'가 맞다. 예전에는 '판'이라고 적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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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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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다. 하루키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지어내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그의 소설에는 역사나 사회가 거의 나오지 않거나 양념으로서만 나온다. 아마 사회는 그에게 친절했음이 틀림 없다. (혹시 나만의 착각일지도...) 그의 관심사인 음식과 음악 얘기가 나오고, 여자들은 주인공에게 친절하다. 익숙한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이게 모두 꿈인 것일까. 내가 그림자가 아닌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소설은 읽을 가치가 ...


  "... 어떨까, 본체와 그림자는 서로 교체될 수 있는 존재일까?"

  소년은 그 말을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는 말했다.

  "글쎄요, 그 문제는 저도 뭐라고 말하지 못하겠어요. 누가 뭐래도 당신 자신의 문제니까. 하지만 저 자신에 대해 말하자면, 어느 쪽이건 상관없지 않나 싶습니다. 내가 나 자신의 본체건, 그림자건. 어느 쪽이 됐건 지금 이렇게 여기 있는 내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내가 곧 나인 거죠. 그 이상은 알 수 없습니다. 아마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야 할 거예요."

  "어느 쪽이 본체고 어느 쪽이 그림자냐 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라고?"

  "그렇습니다. 그림자와 본체는 아마 서로 교체되기도 할 겁니다. 역할을 교환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본체가 됐건 그림자가 됐건, 당신은 당신입니다. 그 사실은 틀림이 없어요. 어느 쪽이 본체고 어느 쪽이 그림자인가를 따지기보다, 각자 서로의 소중한 분신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오히려 맞을지도 몰라요." (751~752 페이지)

"천천히 생각하세요. 아시다시피 이곳에는 생각할 시간이 많으니까요.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여기에는 시간이 무한히 있습니다." (755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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