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시사인) 제909호 : 2025.02.18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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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도 여러 좋은 기사가 있다. 다음의 기사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 딥시크의 LLM인 V3는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모델이 아니다. 딥시크의 논문을 분석한 <파이낸셜타임스> 1월29일 보도에 따르면, 딥시크는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는 메타와 알리바바의 LLM을 추가 학습시켜 성능을 개선했다. 그 결과가 바로 V3다. 추가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는 R1으로 생성했다. 이를 통해 V3는 R1의 추론 방법을 모방해 더 나은 LLM으로 개선될 수 있었다. 

...

  이 외에도 작은 연산 능력과 메모리, 전력으로 비교적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여러 기술들이 딥시크 모델에 적용되었다. 그만큼 모델이 가벼워졌다. 그 각각의 기술들이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AI 업계에서 이미 파편적으로 사용되어왔다. 딥시크는 그런 기술들을 잘 결합시켰다. 그 덕분에 테크 자이언트들보다 훨씬 적은 자원으로 효율적인 추론 능력을 구현할 수 있었다. 당초에 딥시크의 주장을 의심하던 전문가들도 오픈소스를 따라 적용해보고 감탄하는 수준이다. (24~25 페이지)

  그러나 미·중 AI 전쟁의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미국 AI 산업의 발전 경로 자체에 치명타를 가했다는 것이다. 최첨단 모델 구축 비용이 딥시크로 인해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소규모 스타트업이나 연구팀도 AI 시장에 비교적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이로써 미국 테크 자이언트들과 자본시장은 지금까지의 생태계에서 기대할 수 있는 독점 이익을 상실하게 되었다. (25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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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그러나 사놓고 다 읽지는 못했던)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다시 들쳐보고 있다. 1988년에 초판이 발행됐는데 이제는 모두 절판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1989년 인쇄된 12판(!)이다. 값 3,800원. 추억 돋는다. 아마 교보문고에서 샀던 것 같다. 지금은 <그림으로 보는 ...>, <청소년을 위한 ...>과 같은 수식어가 있는, 좀 더 쉬운 버전만 찾을 수 있다. 


  ... 우주를 단번에 잘 기술하는 이론을 만드는 일은 극히 어려운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래서 그대신 우리는 문제를 잘게 쪼개서 부분적 이론 여러 개를 만들기로 한다. 개개의 부분적 이론은 한정된 범위의 관측을 기술하고 예언한다. 여기서 다른 양의 효과는 무시하거나 또는 간단하게 숫자로 대신키로 한다. 이런 방법은 완전히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에 우주의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면, 문제의 각 부분을 따로 따로 조사해서 완전한 해답에 접근한다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여태까지 진전을 본 방법이 바로 이 방법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좋은 본보기는 역시 뉴턴의 중력 이론이다. 즉 두 물체 사이의 중력은 각 물체에 관련된 하나의 숫자--그 질량--에만 의존하나, 물체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에는 무관하다. 그러므로 태양이나 행성의 궤도를 계산하는 데 그들의 구조나 화학 성분에 관한 이론은 필요치 않다. (36~37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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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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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다. 하루키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지어내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그의 소설에는 역사나 사회가 거의 나오지 않거나 양념으로서만 나온다. 아마 사회는 그에게 친절했음이 틀림 없다. (혹시 나만의 착각일지도...) 그의 관심사인 음식과 음악 얘기가 나오고, 여자들은 주인공에게 친절하다. 익숙한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이게 모두 꿈인 것일까. 내가 그림자가 아닌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소설은 읽을 가치가 ...


  "... 어떨까, 본체와 그림자는 서로 교체될 수 있는 존재일까?"

  소년은 그 말을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는 말했다.

  "글쎄요, 그 문제는 저도 뭐라고 말하지 못하겠어요. 누가 뭐래도 당신 자신의 문제니까. 하지만 저 자신에 대해 말하자면, 어느 쪽이건 상관없지 않나 싶습니다. 내가 나 자신의 본체건, 그림자건. 어느 쪽이 됐건 지금 이렇게 여기 있는 내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내가 곧 나인 거죠. 그 이상은 알 수 없습니다. 아마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야 할 거예요."

  "어느 쪽이 본체고 어느 쪽이 그림자냐 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라고?"

  "그렇습니다. 그림자와 본체는 아마 서로 교체되기도 할 겁니다. 역할을 교환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본체가 됐건 그림자가 됐건, 당신은 당신입니다. 그 사실은 틀림이 없어요. 어느 쪽이 본체고 어느 쪽이 그림자인가를 따지기보다, 각자 서로의 소중한 분신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오히려 맞을지도 몰라요." (751~752 페이지)

"천천히 생각하세요. 아시다시피 이곳에는 생각할 시간이 많으니까요.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여기에는 시간이 무한히 있습니다." (755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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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hematics: The Loss of Certainty (Paperback)
Morris Kline / Oxford Univ Pr / 198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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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은, 통념과 달리, 수학조차도 '진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논리를 통해 증명한 수학의 정리는 변하지 않으며 영원하리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인식이, 모든 것이 변해도 수학의 정리들은 변하지 않으며, 이를 통해 쌓아올린 수학 자체는 진리라는 생각을 낳았다. 하지만 잘 인식하지 못하는 수학의 토대 문제는, 수학이 무모순한 체계라는 보장이 없으며, 그 체계 내에 있는 모든 명제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여러 노력이 '실패'했으며, 모든 수학자가 동의하는 하나의 수학 체계는 없다고 말한다. 역사를 살펴보면, 타당하다고 생각했던 증명이 시대가 바뀜에 따라 타당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있으며, 수학도 결국 경험에 기반한 과학과 마찬가지로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학문 체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연과학과 같은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됐던 수학이 이제는 과학과는 동떨어져 '순수수학'으로서 발전하는 것에 대해 저자는 한탄한다. 현대 수학은 너무 다기해져 수학자 누구도 자기의 좁은 분야를 벗어난 다른 수학 분야에는 문외한이며, 논문은 쏟아져도 이후 어떤 응용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저자는 뉴턴, 아인슈타인, 힐베르트, 바일 등 수학자들이 위대한 물리학자이기도 했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수학조차도 진리가 아니라는 깨달음, 인간은 점차 순진함에서 벗어나는 듯 싶다. 수학의 위대함조차도 유용성에 있다는 말에 난 동의한다. 많은 뛰어난 이들이 수학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수학이 인간 존재와는 별도로 객관적 실체가 있다는 플라톤주의적 생각을 했지만, 결국 모든 것은 아름다운 꿈이다. 꿈을 좇아 사는 것은 행복하지만, 꿈이 깨지면 좌절하게 된다. 하지만 만약 꿈이 이루어진다면 그 다음은 의미가 없는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도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좋다. 떠오르는 이미지는 시지프이다. 카뮈가 얘기했듯 좌절 속에서도 삶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고 그냥 노력하는 것 속에 인생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지. 읽어보지도 못한 한강 작가의 말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또 아름다운가'를 경험하며 살게 된다. 가능하다면 세계의 아름다움에 물 한 방울을 더하는 이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기록: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아마도 고등학교 2학년 때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책을 봤고 읽고 싶었다. 당시는 대우학술총서의 하나로 출간됐었다(지금 번역서는 다른 판본이다). 원서가 1980년에 출간됐으니 얼마 안 돼 번역된 듯 싶다. 제목은 <수학의 확실성>이었다. 당시는 아마 여러 이유로, 특히 나의 무지로 인해 읽지 못했고, 이후는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역시 손대지 못하다가 원서 <Mathematics: The Loss of Certainty>를 사 놓은 지도 어언 20년은 족히 넘은 것 같다. 번역서에는 없는 원서의 제목 "The Loss of Certainty"를 보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이제야 이렇게 마지막 장을 넘기며, 내 인생의 무대도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사 놓은 지 10년, 20년 넘어가는 읽고 싶은 책은 아직도 여러 권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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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5-02-09 0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것을 놀랍게도 알고 있었습니다!!!!! 진리가 아니라 담론일 뿐!!같은 심오한 게 아니라 그냥 수학이 진리라고 하면 진리에 대한 나의 점수가 낮았기 때문입니다!! ㅋㅋㅋ

blueyonder 2025-02-09 10:47   좋아요 2 | URL
항상 앞서 가시는 공쟝쟝 님 ^^ 그 공부를 응원합니다~!

공쟝쟝 2025-02-09 10:57   좋아요 2 | URL
제 꿈은 60세에 수학공부.. 20년 좀 더 남았습니다..!! 욘더님은 40년 앞서가신 분 ㅋㅋㅋ

blueyonder 2025-02-09 11:03   좋아요 1 | URL
ㅎ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언젠가 푸코와 라캉 공부하고 싶습니다!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 대한민국 경제의 불편한 진실
최배근 지음 / 월요일의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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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경제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내게 여러 가지 생각 거리를 던져준 책이다. 무엇보다 국가의 중앙은행이 어떻게 처음 생기게 됐는지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의 의미에 대해 알게됐다. 저자는 왜 민주주의(1인 1표)가 자본주의(1원 1표)와 함께 가야만 하는지를 역사와 논증을 통해 알려준다. 국가 부채(liability)와 채무(debt)의 차이라든지, 기타 깨알 같은 지식이 곳곳에 있다. 미국 국채와 관련한 내용은 좀 어려웠다. 사회소득과 사회금융이 새로운 화두로 제시되는데, 우리 사회의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 극단적으로 심화하는 와중에 매우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과연 어디로 갈까. 부동산 카르텔을 깨고 일본을 따라가지 않을 수 있을까. 경제에 정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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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3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03 14: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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