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과거의 추억 속으로 들어간다.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해 블랙홀에 대해 연구한 공로로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던 영국의 수리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1931~). 그는 1989년 대중과학서 <The Emperor's New Mind황제의 새 마음>을 출간했다. 호킹은 수식 1개(E = m c^2)만을 넣은 <시간의 역사>를 써서 전세계적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는데, 펜로즈는 수식 쓰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펜로즈는 호킹과 함께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하여 우주와 블랙홀 연구를 진행한 바 있지만, 호킹과는 느낌이 좀 다르다. 호킹이 주류의 느낌이라면 펜로즈는 비주류의 느낌이 있다. 펜로즈는 여러 독창적 연구를 통해 리 스몰린 등 비주류 물리학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노벨상 받은 이를 비주류라고 말하는 것이 우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The Emperor's New Mind>는 원서가 출간된 후 한동안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다가, 1996년에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번역 출간됐다. 이후 2022년 개정판이 나왔다. 일단 많은 수식들이 일반인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할 것임을 일반 출판사들은 걱정했을 듯 싶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이윤에서 자유로운 대학교출판사에서 출간했으리라. 


이 책은 상당히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부제가 '컴퓨터, 마음, 물리법칙에 관하여'이다. 특히, 강한 인공지능은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을 다루고 있으며, 책 제목의 '황제'는 강한 AI를 주장하는 (주류) 학자들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한다. 펜로즈의 주장은 황제가 벌거벗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학자답게 플라톤주의와 양자역학의 실재론적 해석 등에 관한 논의가 펼쳐질 예정이다. 일부는 동의하는 내용이 될 것 같고, 다른 일부는 아마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 될 듯 싶다. 누구도 답을 모르며 의견을 갖는 것은 자유니까. 


<The Emperor's New Mind>도 오래 전에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이다. 책 사이에 영수증이 꽂혀 있는데, 95년 6월 16일이라고 날짜가 찍혀 있다. 한동안은 이 책과 함께 여행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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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거벗은 임금님'이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 제목이니, 원뜻을 제대로 살리려면 '임금님의 새 마음'으로 번역하는 게 더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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