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끝을 찾아서
이강환 지음 / 현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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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천문학 전공자가 얘기해주는 우주 팽창의 발견과 여기에 더한 가속 팽창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이다. 천문학계 내 다양한 역사적 사실이 상세히 설명되어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유익할 듯 싶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 대한 모습은 상당히 기묘하고 여전히 신비에 쌓여있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가 무엇인지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본문 58페이지]

  <그림 I-3>을 보면 가속 팽창하는 우주는 열린 우주보다 더 빠른 속도로 팽창하기 때문에 바깥으로 휜 우주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우주는 가속 팽창하지만 기하학적으로는 편평한 우주다. 가속 팽창을 하긴 하지만 우주 전체의 물질-에너지 밀도는 임계 밀도와 정확하게 같다는 말이다. 두 팀이 밝혀낸 것은 우주 가속 팽창만이 아니었다. 우주의 물질-에너지 밀도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도 알아냈다. 두 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주의 물질-에너지 밀도는 보통물질 4퍼센트, 암흑물질 24퍼센트, 암흑에너지 72퍼센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세 가지를 합하면 우주 전체의 물질-에너지 밀도는 임계 밀도와 같아진다. 그래서 우리 우주는 기하학적으로 편평하면서도 암흑에너지 때문에 가속 팽창하는 우주가 되는 것이다. 예전의 교과서에는 편평한 우주는 W가 1이면 서서히 팽창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더 이상 W가 1인 편평한 우주라고 해서 반드시 서서히 팽창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61~62 페이지) 

  Ia형 초신성은 질량이 큰 별에서 만들어지는 초신성과는 달리 찬드라세카르의 한계를 막 넘은 상태에서 폭발하기 때문에 폭발할 때의 질량이 거의 일정하다. 그러므로 당연히 밝기도 거의 일정해서 표준 광원이 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Ia형 초신성은 질량이 큰 별에서 만들어지는 초신성과는 스펙트럼 모양이 분명히 달라서 명확하게 구별해낼 수도 있다. 더구나 밝기도 은하 하나 전체와 맞먹을 정도이고, 가장 밝은 세페이드 변광성보다 10만 배나 더 밝기 때문에 멀리 있는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도구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우주 가속 팽창의 발견은 바로 이 Ia형 초신성의 관측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150~15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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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서 가장 어렵고 흥미로운 주제는 무한(infinity)과 관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6장 해석학의 늪(The Morass of Analysis)을 읽는데, 드디어 미분과 적분 이야기가 나온다. 미분은 시간으로 치면 어느 '순간', 그래프에서 보면 어느 '점'에서의 기울기 값을 구하는 것이다. 물리에서의 속도가 이와 같은 개념을 대변한다. 1초와 2초 사이의 '평균 속도'와 같이, 구간에서 정의되는 양이 일단 속도의 기본이다. 평균 속도는 이동한 거리를 시간 구간으로 나누어 구한다. 즉, 1초에서 2초 사이에 2미터를 이동했다면, 2미터 나누기 시간 구간(1초)을 하여 2미터/초와 같이 평균 속도를 구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의 속도, 가령 1초에서의 속도와 같이 '순간 속도'의 정의가 필요하게 된다. 보통 순간 속도는 평균 속도에서 구간을 점점 줄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얼마만큼 줄여야되는지가 개념적으로 어렵다. 진정 '순간' 속도를 구하려면 구간을 0으로 줄여야 할 터인데, 0초란 구간에서 움직인 거리는 0 미터일 것이므로 0/0의 꼴이 되어 정의가 안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비슷한 개념이 정적분(definite integral)에도 나온다. 정적분이란 결국 어느 구간에 대해 곡선 밑의 면적을 구하는 것이다. 곡선 밑의 면적을 구하기 위해서는 일단 이 구간을 균등하게 나눈 후, 균등하게 나눈 구간을 밑변으로 하고 곡선과 비슷한 높이를 갖는 여러 사각형 면적의 합을 생각할 수 있다. 구하고자 하는 곡선 밑의 면적은 이러한 사각형 면접의 합으로 근사된다. 실제 곡선 밑 면적과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구간을 더 잘게 나누어야 한다. 그럼 오차를 0으로 하려면? 사각형의 밑변이 0이 되도록 구간을 나누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밑변이 0인 사각형의 면적은 0이므로, 뭔가 이상하다. 


그래서 나오는 개념이 '극한(limit)'이다. 0은 아니되, 0에 무한히 접근한다는 것이다. 순간 속도를 구할 때 구간을 정말 0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0으로 가는 극한을 취한다. 정적분을 구할 때, 사각형의 밑변을 정말 0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0으로 가는 극한을 취한다. 말장난 같지만, 수학에서는 이렇게 정의하여 논리적 모순을 피한다. 이렇게 정말 0은 아니지만 0과 같이 취급할 수 있는 굉장히 작은 양이 '무한소(infinitesimal)'이다. 미적분학을 배운 사람은 분명히 보았을 dx가 바로 이 무한소이다. 무한소를 1/x과 같이 정의하여 x가 무한대로 갈 때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x가 무한히(한이 없이) 커지면 1/x는 무한히 작아진다], 무한소는 무한대와 연결된다. 


미적분학은 물리에서 널리 쓰이는데, 자연은 정말 수학에서 정의한 무한소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할까? 관련된 이야기로 제논의 역설이 있다. 이 역시 무한 및 무한소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난 수학적으로 이 역설을 어떻게 설명하는지보다, 로벨리가 지적하듯 공간이 무한히 쪼개지지 않는다는 주장에 더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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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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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힌다. 유시민을 전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책 제목과 미리보기의 내용이 너무 매력적이라 읽을 수밖에 없었다. 총선 후 짧은 기간 동안 이런 글을 썼다는 것이 대단하다. 그의 글솜씨와 생각에 감탄과 공감을 하며 읽었다. 


다 읽은 지금의 감상은 이렇다. 유시민과 같은 어른이 있어서 다행이다. 길어도 3년이면 '윤석열이란 병'도 지나간다. 표지 다음 장에 그의 글씨로 이런 문구가 쓰여있다. "희망은 힘이 세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 답답한 분들에게 읽어보시라고 강력히 추천한다. 


글 속 몇 구절을 다음에 옮겨 놓는다.


  국가는 추상적인 존재다. 정부도 그렇다.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정부를 이루는 사람들이다. 국가의 수준은 정부의 수준이 좌우하고, 정부의 수준은 정부를 구성하는 사람의 수준이 결정한다. 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의 정부 수준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 자신이 어떤 수준이며 어떤 수준의 사람들을 정부에 기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윤석열은 정부를 자신의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도 인간 윤석열 수준으로 내려앉는 중이다.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판도 함께 녹아내린다. '모든 민주주의는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지적 소유권이 누구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분명 옳은 말이다. (26 페이지)

  다시 말한다. 비속해지면 악에 물든다. 스스로 사유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언어로 말하려고 노력해야 비속함을 이겨낼 수 있다. 그런 각성을 한 시민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나는 믿는다. (35 페이지)

2022년 3월 9일, 한국 유권자는 '위선'이 싫다고 악을 선택했다.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악인 줄 알고도 선택했다는 말은 아니다. (39 페이지)

  윤석열은 보수와 중도의 연합을 깨뜨리고 보수를 분열시키는 데 그치지 않았다. 대통령실과 내각과 정부기관에 극우 성향의 망나니, 무능한 아첨꾼, 정치 검사, 심지어 술친구까지 불려들였다.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공직 경력을 부풀린 측근과 전직 검사들을 총선에 내보냈다. 모든 정치연합을 자기 손으로 해체하고 보수의 한 축에 불과한 극우와 검찰 세력의 수장을 자처한 것이다. 침팬지 알파 메일도 이렇게 하면 권력을 지키지 못한다. 인간의 권력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63 페이지)

  윤석열은 왜 여당의 당내 민주주의를 허물고 왕정을 할까? 불안해서, 버림받을까 겁이 나서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검사로서 박근혜를 구속 기소했고, 국회의 대통령 탄핵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았다. 박근혜 탄핵소추안은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의원과 무소속 의원 171명이 발의했다. 탄핵 가결에 필요한 재적의원 2/3에 한참 모자랐다. 그런데 투표에서 234명이 찬성했다. 60명 넘는 여당 의원이 탄핵에 가담했다. (77~78 페이지)

저널리스트는 취재한 사실 중에서 가치가 있는 것을 골라 뉴스를 만들 때 저널리즘 규범을 의식한다. 몇 가지는 널리 알려져 있어서 저널리스트 아닌 사람도 안다. '사실을 존중한다.' '정치권력과 광고주와 수용자의 간섭을 배제하고 독립적 주체적으로 판단한다.' '이해관계와 이념이 대립하는 문제를 보도할 때는 중립과 균형을 지킨다.' 조심하자. 그런 규범이 있다는 걸 안다는 말이다. 지킨다는 말이 아니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우리나라에는 이런 규범을 지키는 저널리스트가 거의 없다. (91 페이지)

  기자는 사회에 책임을 느끼는 지식인이 아니다. 민중을 위해 싸우는 투사도 아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많아서 기자는 사는 게 괴롭다. 월급을 받고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회사원일 뿐인데 비리를 폭로하고 불의에 항거하며 인권과 정의를 위해 싸우라고 하니 난처하기 이를 데 없다. 기자가 자본과 정치권력의 간섭과 횡포에 맞서 언론 자유와 편집권 독립을 위해 싸우던 시대는 지나갔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사실 그런 시대는 있지도 않았다. 그런 것처럼 보인 때가 잠깐 있었을 뿐이다. 

  공영방송과 극소수 독립언론 말고는 어느 언론사도 저널리즘 규범을 지키지 않는다. 규범이 현실에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지키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이젠 그마저 그만두었다. 다시 말하지만, 그래서 어떻다는 게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는 말이다. 나는 이것을 변경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인다. (96~97 페이지)

  하지만 윤석열의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취임사에서 비판했던 반지성주의 행동을 자신이 한다. 설마 알면서 그렇게 하겠는가. 몰라서 그러는 게다. 모르면 말과 행동이 상충할 수 있다. 그것 말고는 해석할 길이 없다. 그는 반지성주의자가 아니라 '무지성'이다. 그냥 뭘 모른다. 그런데도 언론은 모른 체 한다. 2022년 5월 8일까지 시퍼렇게 날이 섰던 기자들의 비판 정신은 윤석열 취임과 동시에 사라졌다.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을 문재인 정부 검찰이 탈탈 털었는데도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는 그의 주장을 반박하지 않는다. 검찰은 김건희를 건드린 적도 없다. 소환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 남편이 검찰총장인데, 감히 어느 검사가 그렇게 했겠는가. 윤석열은 논리의 앞뒤가 맞지 않고 사실이 아닌 주장을 진지하게 한다.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렇게 믿고 말한다. (165 페이지)

  어느 쪽이 이길까? 나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나 정의가 이긴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싸움은 강한 자가 이긴다. 이긴 자가 의롭지 않으면 불의가 판을 친다. 어떤 불의는 한 세대가 흘러도 바로잡지 못한다. 정의도 가끔은 이긴다. 역사를 보면 그렇다. 이번 싸움은 윤석열이 진다. 그는 강하지 않다. 강하다고 착각해서 강한 척을 할 뿐이다. 유능하지도 않다. 자신이 얼마나 무능한지 몰라서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국민이 불신하고 미워하는 대통령의 권력은 역사의 밀물이 들면 모래성처럼 허물어진다. (270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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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0년 전인 18세기만 해도 음수와 허수가 존재하느냐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었으며,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음수와 허수를 방정식의 해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학자들은 자신들이 자연을 다룬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유용성으로 인해 수학자들은 결국 음수와 허수를 받아들이게 된다. 300년이란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가! 


Leibniz and Bernoulli used Descartes's term "imaginary" for complex numbers and by imaginary meant that such numbers (and negative numbers) did not exist, though both miraculously managed to make good use of these non-existent numbers in the calculus. (p. 119)


허수imaginary number의 다른 이름은 불가능수impossible number, 공상수fancied number였다. 반면 실제로 존재하는 수, 즉 실수real number의 다른 이름은 가능수possible number였다(p.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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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재는 단위는 상대적이다. 인간을 포함하여 지구에서 사는 생물들은 지구에서의 ‘날(日)’—지구가 한 번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년(年)’—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번 공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시간 감각이 맞춰져 있다. 1일과 1년이란 다른 규모의 시간을 주기로 환경(기온, 계절)은 변화하며 반복된다. 달의 공전 주기를 기준으로 하는 달(月)이란 시간 단위도 있다. 이런 시간 단위는 필연적 이유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태양의 질량과 태양을 적절히 떨어져 도는 지구 궤도의 크기, 그리고 달의 존재로 인해 우연히 정해진 것이다. 우리가 만약 다른 행성에서 살았다면 이런 시간 단위는 당연히 다르게 정의됐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태양계가 우리 은하의 중심을 공전하는 얘기가 나온다. 암흑물질을 설명하면서인데, 재미있는 설명이 있다. 태양계가 우리 은하의 중심을 공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억5천만 년이라고 한다. 이를 새로운 1년—은하년galactic year—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은하년 단위로 시간의 흐름을 얘기하면 인간의 조상은 겨우 2주 전에 나타났다. 태양계의 나이는 16살이다. 미국에서는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나이이다. 우주의 나이는 장년(長年)인 55살인데, 은퇴 후 어떻게 지낼지 고민을 시작할 나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은하년으로 비교해 보면 태양계의 나이와 우주의 나이, 그리고 인간의 조상이 나타난 때의 상대적 비율이 좀 더 감이 온다. 


다음은 원문:


Much as the Earth orbits the Sun, the Sun is in a long and slow trajectory around the center of the Milky Way. Over the next 250 million years or so—or one galactic year—our Solar System will complete an entire orbit around the Milky Way, returning to approximately the same place that it is in now. Measured in galactic years, our earliest hominid ancestors appeared only around two weeks ago, our sixteen-year-old Solar System is about to get its driver’s license, and our fifty-five-year-old universe may be just beginning to think about how it may want to spend its retirement. (p. 106)


인간이 80지구년을 산다고 하면 이를 은하년 단위로 환산했을 때 얼마일까? 10초이다! 55년 우주의 삶에서 10초, 이것이 인간 삶의 길이가 갖는 우주적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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