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쿼크 - 강력의 본질, 양자색역학은 어떻게 태어났는가
김현철 지음 / 계단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연에는 네 개의 근본적 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중력, 전자기력, 약력, 그리고 강력이다. 전자기력은 전하를 통해 물질(원자)의 구성에 기여하며 전자기파를 발생시킨다. 약력은 핵의 붕괴에 작용하는 힘이고, 강력은 핵을 결합하는 힘이다. 전자기력과 약력은 전기약력으로 통합되었으며, 강력은 양자색역학으로 설명되었다. 전기약력과 양자색역학은 모두 양자장론에 기반한 '게이지이론'의 틀로 이해되어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으로 알려지게 된다. 단, 중력만은 위의 통합 노력에서 벗어나 아직까지 별개의 '힘'으로 취급된다. 중력과 나머지 세 개의 힘을 통합하고자 하는 노력이 양자중력 이론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이며, 초끈이론도 이러한 노력의 일부이다. 


김현철 교수의 <세 개의 쿼크>는 강력을 설명하는 양자색역학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그 역사와 물리학자들의 삶과 일화와 의의를 일일이 짚어가며 우리 앞에 펼쳐 보여준다. 워낙 다양한 인물과 물리적 내용이 논의되므로, 읽을 때는 매우 흥미롭게 읽었지만 다 읽고 난 후 온전히 기억하기는 어렵다. 자연현상에 숨어 있는 규칙을 발견하기 위한 물리학자들의 노력에 대한 감탄과 여운이 깊게 남는다. 읽으면서 이러한 세세한 역사적 사실들을 집대성한 저자의 연구 분야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강력에 대한 3개의 시리즈 중 <강력의 탄생>을 잇는 두 번째 책이다. 세 번째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으며, 1979년 이후의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고 한다. 


책 속 구절을 다음에 인용한다.


  데모크리토스는 세상을 이루는 건 아토모스(atomos)와 공허뿐이라고 주장했다. 물질을 이루는 아토모스와 원자가 숨 쉴 공간인 공허. 오늘날 진정한 아토모스는 쿼크이고, 공허는 양자색역학의 진공이었다. 진공이란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다. 진공 속에 전자 하나를 두면, 진공에서는 음전하와 양전하가 생겨났다 없어지길 끝없이 반복한다. 그래도 이건 양자전기역학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다루기가 까다롭지만 풀 수 있다. 그러나 양자색역학에서 진공은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끔찍할 정도로 어렵다. 그리고 쿼크는 강입자 속에 영원히 갇혀 있고, 그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할 수학적인 방법은 여전히 부재하다. 강력의 근본 이론을 찾았다고 해서 종착지에 도달한 건 아니다. 이제 절반을 이뤘고, 강력은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문제다. (434~435 페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겔만은 논문 제목을 "중입자와 중간자의 개략적 모형'이라고 정했다. 그리고 언젠가 《피직스 레터》 논문집의 편집인이 자신에게 새로 생긴 논문집에도 논문을 투고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게 기억이 났다. 《피지컬 리뷰》나 《피지컬 리뷰 레터》에 이 논문을 보내면 분수 전하라는 말 때문에 논문 심사위원들의 비난이 쏟아질 뿐 아니라 게재 거절을 당할 위험이 있었다. 아무래도 《피직스 레터》에 논문을 보내는 게 안전해 보였다. 겔만은 1964년 1월 4일에 이 논문을 《피직스 레터》에 투고했다. 편집인이었던 폴란드 출신의 프랑스 물리학자 자크 프렌트키(Jacques Prentki)는 겔만의 논문을 읽으며 쿼크가 분수 전하를 가진다는 사실이 불편했지만, 논문을 받자마자 게재를 허락했다. 논문은 투고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1964년 2월 1일에 발표되었다. 틀린 논문이면 욕먹는 건 겔만일 테고, 훌륭한 논문이면 《피직스 레터》의 위상이 높아질 테니, 프렌트키에게는 아쉬울 게 없었다. 쿼크를 처음 제안한 이 논문은 오늘날 4000번이 넘게 인용되었으니, 프렌트키는 훌륭한 편집인인 셈이다. (231 페이지)


뭐든지 새로운 것에는 저항이 따른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5-09-05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비 딕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14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디어 모비 딕 상권을 끝냈다. 우리의 주인공인 향유고래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더불어 화자인 이슈마엘의 이러저러한 '잡소리'도 기억난다. 고래잡이들에 대한 이야기, 고래에 대한 이야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석유나 전기가 대체하기 전까지 기름을 얻기 위해 고래를 잡던 인류 역사의 일면을 엿보게 된다. 여기에 얽힌 괴물 흰 고래의 이야기가 하권으로 이어진다. 에이해브 선장과 흰 고래 모비 딕이 벌이는 대결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이 야릇하고 복잡한 현상에는 우주 전체를 엄청난 장난으로 여기게 되는 묘한 순간이나 상황이 있다. 하지만 거기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만 당하는 거라고 확신에 가까운 의심을 한다. - P377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5-09-02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02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02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02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러다 이윽고 휴일처럼 유쾌한 날씨가 펼쳐졌고, 따뜻한 기운이 지저귀는 새처럼 마음을 끌어당겨 그의 우울함을 조금씩 풀어 주는 듯했다. 4월과 5월이 발그레한 볼을 하고 춤추는 소녀처럼 춥고 염세적인 숲에 찾아오면 제아무리 헐벗고 거칠고 벼락에 갈라진 늙은 참나무일지라도 이 유쾌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푸른 싹을 최소한 몇 개는 틔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이해브도 마침내 소녀 같은 공기의 쾌활한 유혹에 약간은 반응을 보였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미소의 꽃이 활짝 피었을 테지만, 희미하나마 꽃봉오리 같은 표정을 지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218~219 페이지)


크리스마스에 출항한 피쿼드 호가 남쪽으로 항해하며 점점 따뜻한 날씨를 맞이하고 있다. 칩거하던 에이해브 선장의 우울한 기분도 덩달아 조금 나아짐을 재밌게 묘사하고 있다. 


  Nevertheless, ere long, the warm, warbling persuasiveness of the pleasant, holiday weather we came to, seemed gradually to charm him from his mood. For, as when the red-cheeked, dancing girls, April and May, trip home to the wintry, misanthropic woods; even the barest, ruggedest, most thunder-cloven old oak will at least send forth some few green sprouts, to welcome such glad-hearted visitants; so Ahab did, in the end, a little respond to the playful allurings of that girlish air. More than once did he put forth the faint blossom of a look, which, in any other man, would have soon flowered out in a smile. (p. 136)


- warble: (of a bird) to sing pleasantly [https://dictionary.cambridge.org/]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5-08-28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haps our minds are qualities rooted in some strange and wonderful feature of those [quantum] physical laws which actually govern the world we inhabit, rather than being just features of some algorithm acted out by the so-called 'objects' of a classical physical structure. (p. 226)


양자역학의 법칙에 의식의 비밀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펜로즈의 생각은 큰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세계 그 자체>에서 울프 다니엘손이 언급했던 '의식 현상을 포괄하는 물리학'이 혹시 펜로즈의 생각을 염두에 둔 것일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