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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 2부 암흑의 숲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단숨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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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외계인의 의도 발견 이후 외계인의 탐사체('탐측기')가 처음 태양계에 도달하는 200여 년을 그리고 있다. 1권에 비해 진행이 빠르게 느껴진다. 구성도 역할을 했을 것 같은데, 서막을 제외하고 상, 중, 하, 단 3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각 장 내에서 여러 장면과 등장인물이 계속 바뀌며 나온다. 마치 영화 장면이 이어지는 것처럼... 1권보다 두껍지만 1권보다 재미있고 그만큼 빨리 읽었다. 우주에 생명체가 넘친다면 왜 우리 주변에서 외계인이 발견되지 않느냐는 '페르미 역설'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 들어있고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중국인 저자이므로 중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기술이 안 들어갈 수 없는데, 당에 대한 믿음(?)이나, 독재에 대한 반감 등이 살짝살짝 보이는 것이 흥미로웠다. 군대에서 정치장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읽으면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The Order of Time>에 나오는 죽음에 대한 담담한 시선이 계속 떠올랐다. 우리는 죽음을 머리에 이고 산다. 이 소설에서는 삼체인들이 지구에 도달하는 때를 지구인들은 머리에 이고 산다. 우리는 죽음을 극복할 수 없다. 지구인들은 삼체인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극복해야만 할까. 로벨리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태양을 두려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로벨리적인 태도가 인류 전체의 태도로도 치환될 수 있을까. 우리는 종으로서 우주에서 반드시 살아남아야만 할까.


  이 우주선은 인류 문명의 모든 정보를 담은 금속 씨앗과 같다. 이 씨앗이 우주의 어딘가에서 싹을 틔운다면 다시 온전한 문명을 번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는 전부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인류 문명도 역시 홀로그래피다. ... 그[장베이하이]는 우주도 역시 홀로그래피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모든 점 안에 전부가 들어 있는 것이다. 원자 하나라도 남는다면 우주의 모든 것이 남는 셈이다. (599 페이지)

... 그는 지구가 이토록 인류가 생존하기에 적합한 것은 우연이 아니고 인류 원리의 작용은 더더욱 아니며, 지구의 생태계와 자연환경이 오랫동안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이 결과가 다른 머나먼 항성의 행성에서 완벽하게 똑같이 나타날 수는 없다. (607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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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제626호, 제627호 : 2019.09.17~09.24 - 한가위 합병호, 창간기념호 1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조국 대란'을 둘러싼 커버스토리에 굉장히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21세기 자본>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피케티의 2018년 논문 '브라만 좌파 대 상인 우파: 불평등의 증가와 정치 갈등 구조의 변화(Brahmin Left vs Merchant Right: Rising Inequality & the Changing Structure of Political Conflict)'를 소개하면서 저학력, 저소득 노동자가 아니라 고학력 화이트칼라를 대표하게 된 좌파 정당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분이다. 점점 대학에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온 현상이라는데, 정당정치가 결국 지식인 대 부유층의 '울타리 안 싸움'으로 전락하면서 '울타리 밖'의 저학력, 저소득 노동자는 대변할 정당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피케티의 연구는 미국, 프랑스, 영국의 좌파 계열 정당 지지자 세력이 이러한 변화를 겪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16년 토머스 프랭크가 쓴 <민주당의 오만과 착각>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책이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작년 9월 이 책을 당내 개혁 성향의 의원들에게 돌린 얘기도 전한다. 


작금의 현실을 보면 우리도 이러한 나라들과 비슷한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점점 노동자는 정치에 무심하거나 정치인을 싸잡아 욕하고, 잘못된 뉴스에 휘둘린다. 우리는 자영업자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데, 이들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문제는 이런 현상의 귀결이 결국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도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계층은 고착화되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좌파계열 정당의 맹성을 촉구하는 것으로 나는 읽었다.


한 가지만 더 언급하자면 항상 감탄하며 읽는 굽시니스트의 시사만화가 있다. 인터넷 또는 덕후 용어를 마구 써서 때때로 숨어 있는 웃음 코드가 뭔지 의아할 때도 있지만, 그 통찰이나 관점은 참 놀랍고 공감이 갈 때가 많다. 이번 호 내용은 다음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284


이번 호는 한가위 합병호이다. 내용도 두툼하고 읽을 거리도 많다. 독서와 함께 다들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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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9-09-12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행복한 날 되시고요~

blueyonder 2019-09-12 12:4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께서도 즐겁고 행복한 명절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극찬을 받았던 중국인 작가의 과학소설이다. 영역되어 과학소설 최고의 영예 중 하나인 휴고 상을 2015년에 아시아 소설로는 최초로 수상했다. 우리말 번역본은 중국어판을 번역한 것인데 등장인물도 중국인에 여러 용어도 그냥 한자로 둔 게 많아서 왠지 무협지를 읽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중국도 이제 나름 하이테크의 나라인데 이렇게 느끼는 것도 나의 편견이겠지만, 중국식 용어가 나온 예를 하나 들면 이렇다: “구전(球電)의 연구 중 굉원자(宏原子)의 발견”. 뭐 이걸 풀어서 번역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뭔가 어색하다. 적어도 나에겐. 영어판도 찾아봤는데, 영어판은 편집 순서가 살짝 바뀌어 있다. 문화혁명 부분이 제일 앞에 나오는데, 이렇게 편집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강렬한 시작이다. 


이 책은 외계인과의 접촉과 이에 대한 지구인들의 반응을 다루는데, 비슷한 주제인 칼 세이건의 <콘택트Contact>나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Story of Your Life>와 달리 외계인이 우리에게 적대적이다. 외계인의 정체와 외계인에게 동조하는 지구인 세력을 알아내는 부분에서 끝이 나는 이 책은 ‘지구의 과거’ 연작의 1편으로서, 2편, 3편은 <암흑의 숲>, <사신의 영생>이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기대를 너무 해서인지 1편을 다 읽은 지금 드는 생각은 ‘기대에 못 미친다’이다. 과학소설이고 여러 과학 얘기가 나오지만 뭔가 머리를 치는 느낌이 부족하다. 어쩌면 너무 지구 얘기만 나와서인지 모르겠다. 외계인들 얘기조차도 지구인들을 위한 ‘삼체’ VR 게임으로 기술된다. 2편, 3편은 좀 다를지도... 


주인공 중 1인인 예원제가 회상하며 하는 말:


“사람 소리도 모두 끊긴 깊은 밤, 이어폰으로 우주에서 전해지는 생명이 없는 소리를 듣지. 어렴풋하게 들려오는 소리는 그 별들보다 더 영원한 것 같았어. 때로 그 소리는 다싱안링의 겨울에 끊임없이 몰아치는 바람같이 차가워. 그 고독은 정말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어. 때로 야근을 마치고 나와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들이 마치 빛나는 사막처럼 느껴졌어. 나는 그 사막에 버려진 불쌍한 아이 같고..... 나는 이런 생각이 들어. 지구의 생명은 정말 우주의 우연 속의 우연이라고. 우주는 텅 빈 궁전이고 인간은 그 궁전에 있는 유일한 하나의 작은 개미지. 이 생각은 내 후반 생애에 모순된 감정을 심어줬어. 때로 생명은 정말 귀해서 태산보다 무겁게 느껴지지만, 또 때로는 인간이 너무나 보잘것없이 미미하게 느껴져. 어쨌든 삶은 이런 이상한 감정 속에 하루하루 지나갔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은 늙었지......” (198~199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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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2 - 전이하는 메타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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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마도 다른 내용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이 책에서 역사적 사실은 단순한 양념으로만 쓰일 뿐이다. 그저 개인적 깨달음이 전부인 결론? 벌려 놓은 것에 비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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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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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을 읽다가 좀 잘 읽히는 책을 읽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 20대 때 <상실의 시대>(당시 제목)를 들쳐 보다가 덮었던 기억이 있는데, 하루키의 책을 제대로 읽어보기는 처음이다. 하루키가 이런 소설을 쓰는구나 알게 됐다. 다루는 주제는 조금 다르지만, 이야기를 지어내는 품이 왠지 황석영을 생각나게 한다. 재미있게 잘 읽히고 다음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도저히 내용을 짐작할 수 없는 제목부터가 흥미롭다. 사전 정보 없이 무작정 시작한 영화를 보는 것처럼 결말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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