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Brief Lessons on Physics (Paperback) - 『모든 순간의 물리학』원서
카를로 로벨리 / Penguin Books Ltd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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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였다는 책. 글자도 큼직하고, 그래도 79페이지면 끝난다. 이탈리아인인 저자가 Il Sole 24 Ore라는 신문의 주말판 문화면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증보한 거라고 한다. 제목처럼 책은 7개의 짧은 lesson으로 이루어져 있다. 1강은 가장 아름다운 이론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 2강은 여전히 신비스러운 양자이론, 3강은 빅뱅 등의 우주론, 4강은 양자이론이 말해주는 기본입자들과 표준모델, 5강은 이 둘을 합치고자 시도하는 양자중력이론, 6강은 확률과 통계를 물리에 도입한 열/통계물리학으로 인한 시간의 방향성과 블랙홀에 대한 논의, 그리고 7강은 이러한 우주에 살며 탐구하고 모색하는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이다. 짧은 글 속에 이러한 생각을 담아낸 저자의 내공이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저자는 줄곧 우주가 simple한 법칙에 따라 기술되는 것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아마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simple’, ‘beautiful’, ‘beautifully simple’일 것이다. 사실 법칙 자체가 한 줄로 기술된다고 해도, 이 법칙을 실제 상황에 적용해 푸는 것은 매우 복잡하다. 그럼에도, 복잡한 자연현상 뒤에 간단한 법칙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현대물리학은 그 간단한 법칙들을 더 간단히 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과연 얼마나 성공적일지는 미지수이다. 저자는 겉보기에 불일치 하는 이론들을 통합하여 거둔 눈부신 예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뉴턴이 갈릴레오의 포사체 운동과 케플러의 타원 운동을 통합하여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 것, 맥스웰이 전기와 자기를 통합하여 전자기 방정식을 찾아낸 것, 아인슈타인이 전자기학과 역학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상대성 이론을 제안한 것(39 페이지). 과연 중력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여 그와 유사한 엄청난 진보를 이루어 낼 수 있을까. 그리하여 ‘세상에 대한 이해’를 바꿀 수 있을까.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에서 읽었던 과학의 다원주의와 관련하여 납득,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은 이런 것이다. 모든 이론에는 자연이 어떻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가령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이란 단지 시공간의 휘어짐이 나타나 보이는 현상일 뿐이다. 한편 양자역학에서는 시공간의 휘어짐은 없고 뉴턴 역학과 마찬가지로 그냥 주어져 있다. 물론 미시세계에서 중력은 매우 미미하므로 그 역할을 무시해도 별 문제가 없다. 어쨌던 이러한 상충된 점을 해결하여 블랙홀과 같이 중력과 양자역학적 효과가 동시에 큰 역할을 하는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양자중력 이론이다. 이러한 노력은 장하석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순전히 도구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미 잘 맞는 이론을 굳이 통합해서 더 복잡할 수 있는, 그리고 어차피 잘 써먹지 않을—우주론 계산할 때는 여전히 일반상대성이론을 쓰고 기본입자들 얘기할 때는 역시 양자역학을 쓸 테니까—이론을 만들어 내어 자연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여기에 대한 장하석의 답은 ‘쓸모 없다’에 가까울 것 같다. 각 이론이 다루는 현상이 다르니까. 단지 두 이론이 모두 필요한 블랙홀이 문제가 될 뿐이다. 장하석 교수는 그냥 자연의 일면을 각각 기술하는 여러 이론들로 만족할 수 있는 것일까. 모든 면을 포괄하는 이론은 그냥 인간의 욕심인 것일까. ‘하나’에 대한 인간의 집착?


다음은 양자역학에 대한 몇몇 구절들이다. 


… The equations of quantum mechanics and their consequences are used daily in widely varying fields: by physicists, engineers, chemists and biologists. They are extremely useful in all contemporary technology. Without quantum mechanics there would be no transistors. Yet they remain mysterious. For they do not describe what happens to a physical system, but only how a physical system affects another physical system.

  What does this mean? That the essential reality of a system is indescribable? Does it mean that we only lack a piece of the puzzle? Or does it mean, as it seems to me, that we must accept the idea that reality is only interaction? Our knowledge grows, in real terms. It allows us to do new things that we had previously not even imagined. But that growth has opened up new questions. New mysteries. (p. 18)


위 구절들에서 보는 것처럼 물리학자들은 ‘reality’, ‘실재’에 집착한다. 현상 뒤에 있는 본질을 보고 싶어한다. 이러한 집착은 헛된 욕심인가? 우리는 이론을 통해 단지 우리 마음 속에 자연에 대한 이미지, 모델만을 만드는 것인가?


양자역학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세상의 모습을 저자가 표현한 문구: 


A world of happenings, not of things. (p. 31) 


다음은 블랙홀 속에서 일어나는 일, 그리고 블랙홀 밖에서 이것이 어떻게 보일까에 대해 저자가 설명해 주는 부분이다. 새로운 우주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블랙홀의 가능성을 여기저기서 읽게 된다. 


… The entire matter of the sun condensed into the space of an atom: a Planck star should be constituted by this extreme state of matter.

  A Planck star is not stable: once compressed to the maximum it rebounds and begins to expand again. This leads to an explosion of the black hole. This process, as seen by a hypothetical observer sitting in the black hole on the Planck star, would be a rebound occurring at great speed. But time does not pass at the same speed for her as for those outside the black hole, for the same reason that in the mountains time passes faster than at sea-level. Except that for her, because of the extreme conditions, the difference in the passage of time is enormous, and what for the observer on the star would seem an extremely rapid bounce would appear, seen from outside it, to take place over a very long time. This is why we observe black holes remaining the same for long periods of time: a black hole is a rebounding star seen in extreme slow motion. (pp. 44-45)


저자가 이탈리아어로 쓴 것을 다른 이들이 영어로 번역했는데, 솔직히 잘 안 읽힌다. 시처럼 읽히고 싶었는지 모르겠는데 amongst, whilst, learnt 등을 쓰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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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19-01-04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생각해보니 amongst, whilst, learnt 등의 단어는 영국판이라서 그런 모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