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시 기행 2 -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편 유럽 도시 기행 2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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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은 유시민의 유럽도시 기행이다. 2편에서는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을 돌아본다. 돌아보며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거기에 더하는 그의 감상을 듣는다. 간략한 내용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 배경으로는 충분하여 내겐 장점으로 여겨진다. 2편을 읽으면서도 도시를 직접 방문하기 전에 읽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유시민과는 다른 관심을 가지고 도시를 방문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작가가 말하듯 이 책의 내용은 하나의 관점일 뿐, 정답은 아니다. 


읽으면서 특별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도시는 독일 드레스덴이다. 1945년 초,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몇 달 전 드레스덴은 잿더미가 됐다. 연합국의 초토화 폭격 때문이었다. 난 이 폭격이 전쟁범죄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도 처벌 받지 않은 것은 이것이 승자에 의해 저질러졌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보다 더한 일을 했다는 것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을까. 


드레스덴은 독일에서도 가장 번화한 도시는 아니지만, 이런 역사와 이를 극복하고 빚어낸 도시 풍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폭격으로 인한 파괴의 상징이었지만 훌륭하게 복원해냈다는 성모교회를 보고 싶다. 사진으로 볼 수 있음에도 직접 가 보고 싶은 것은 욕심일까. 하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공기를 마시는 것이 삶 아닐까. 


[인터넷에서 가져온 드레스덴 성모 교회(Dresdner Frauenkirche)의 모습. 중간중간의 검은 벽돌은 원래 건물의 잔해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현실의 장벽에 봉착하면 선택지가 둘 있다. 그 사회를 탈출하거나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는 것이다. 나폴레옹의 몰락은 군주정의 부활로 이어졌고 유럽 사회는 진보의 희망이 사라진 시기를 맞았다. 봉건적 신분제도와 낡은 특권이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던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민중은 현실을 외면하고 사소하지만 확실한 일상사의 즐거움을 맛보면서 그 시대를 견뎠다. 비더마이어 시대 전시실의 실내장식·가구·공예품·그림을 보면서 그것을 만든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반동(反動)의 시간도 예외가 아니다. 좌절감이 옅어지고,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분노가 쌓이고, 대중의 이성이 눈 뜨고, 보통 사람들의 마음에 용기가 번지면, 어느 날 갑자기 역사의 물결이 밀려와 진보의 모든 배를 한꺼번에 띄워 올린다. 그런 때가 오기까지 작고 확실한 즐거움에 몸을 맡기고 삶을 이어가는 것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비더마이어 시대 전시실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퇴행과 압제의 어둠 속에서도 빛이 완전히 꺼지는 법은 없다. 그렇게 믿으며 삶을 이어가면 새로운 시대를 볼 수 있다.' 내가 거기서 본 것은 좌절과 도피가 아니었다. 질긴 희망과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이었다. (58~59 페이지)

  성모교회는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을 믿지 마. 너희는 완전한 진리를 알 수 없어. 너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관용뿐이야.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지. 그러면 모두가 자유로워질 거야.' 다시 가면 또 촛불 하나 켜고 기도하고 싶다. 인간의 부족 본능이 과학과 손잡고 저질렀던 야만의 상처가 다 아물기를. 관용의 정신이 더욱 널리 퍼져 인간은 더 자유롭고 세상은 더 평화로워지기를! (313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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