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전쟁 - 말을 상대로 한 보이지 않는 전쟁, 말과 앎 사이의 무한한 가짜 회로를 파헤친다
이희재 지음 / 궁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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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세와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도발적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 모든 사회 현상(문제)의 배후에는 금벌(금권주의자들)이 있다'가 책의 한 문장 요약이다. 읽다 보면 점점 설득이 된다. 그러면서 정말 그런지 더 찾아봐야겠다는 숙제를 안게 된다. '음모론'과의 경계에 좀 걸쳐있다는 의문도 드는데, 이러한 주장 또는 이 반대의 주장(현재 서방과 우리 '주류'의 시각)을 통해 누가 이익을 얻는가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책 속 몇 구절을 옮겨 놓는다.


  독일은 세르비아 때문에 1차대전에 말려들었다면 2차대전 때는 폴란드 때문에 전쟁에 말려들었습니다. 주류 역사가들은 독일이 1933년 1월 30일 나치 집권 뒤 1935년 3월 자를란트 귀속, 1936년 3월 라인란트 진주, 1938년 오스트리아 병합, 1938년 9월 체코 주데텐 점령에 이어 1939년 9월 1일 폴란드가 단치히 반환 요구에 불응하자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호전주의의 마각을 드러낼 때까지 영국과 프랑스가 유화책으로 일관하다가 2차대전이라는 된서리를 맞게 되었다고 쓰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자를란트부터 단치히까지 모두 독일이 1차대전 패전으로 외국군에 점령당한 독일 땅이었거나 인위적으로 그어진 국경선으로 인해 타국 영토가 되었지만 절대 다수의 주민이 독일인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113 페이지)

  군산복합체는 2차대전 이후 미국에서 처음 생긴 게 아닙니다. 군산복합체는 국민 절대 다수는 아직도 가난에 허덕이는데 1차대전을 준비하면서 영국 정부의 무기 발주로 떼돈을 벌었던 무기회사의 대주주에 퇴역 장성은 물론 현직 장성도 다수가 포진했던 영국에서 이미 20세기 초에 생겨났습니다. 영국은 전범 독일을 응징한 나라가 아니라 영국과의 전쟁은 피하려 애썼던 독일을 전쟁으로 몰아간 나라입니다. 나토도 세계 자유 진영의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을 응징하는 조직이 아니라 세계를 자꾸 불안하게 만들어 군수산업과 보안산업으로 돈을 버는 소수 금벌의 돈벌이를 위해 테러와 전쟁을 유도하는 조직입니다. (119 페이지)

  영국인에게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손꼽히는 윈스턴 처칠은 보어전쟁, 1차대전, 2차대전에 모두 깊숙이 관여했습니다. 보어전쟁 때는 장교로 참전했고 1차대전 때는 해군장관으로 군비 증강에 앞장섰고 2차대전은 총리로서 전쟁을 이끌었습니다. 처칠은 돈벌이를 위해 전쟁이 필요한 영국 금벌의 이익을 가장 충실히 대변한 정치인이었습니다...

  처칠은 영웅이 아니라 전범입니다. 하지만 진짜 전범은 처칠을 앞세워 영국을 전쟁으로 몰아간 금벌입니다. (120~121 페이지)

  대한민국은 아직 민주공화국이 아닙니다. 개인이 웬만큼 자유를 누리는 민주국일지는 몰라도 공화국은 아닙니다. 한 공동체 안에서 개인이 누리는 자유는 그 공동체가 자위력을 갖추지 못하는 한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르는 모래성일 뿐입니다. (219 페이지)

  근대적 의미의 징병제는 프랑스혁명이 낳은 국민군이 보여주듯이 침공의식이 아니라 방어의식의 산물입니다. 옛날 유럽의 왕들은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용병을 뽑아서 약탈전쟁을 하고 그 전리품으로 은행빚을 갚았습니다. 방어 목적이 아니라 수탈과 약탈 목적의 전쟁이었고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모병제였습니다... 약탈전쟁을 벌이는 공격수단이었던 모병제가 약탈전쟁에 맞서는 방어수단이었던 징병제보다 선진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392 페이지)

  군수산업이 굴러가려면 적이 필요합니다. 적의 위협을 강조해야 국방예산을 늘릴 수 있지요. 미소 냉전은 1946년 모스크바의 주러 미국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조지 케넌이 소련의 위협을 강조하는 장문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국무부에서 경종을 울리면서 미국 대외정책이 급변하여 시작되었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

  냉전은 유능하고 성실한 조지 케넌이라는 한 소장 외교관의 애국심에서 우러나온 냉정한 분석이기보다 수백 년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떼돈을 벌어온 금벌이 마름의 마름의 손자를 통해 관철된 물욕과 지배욕의 결과가 아닐까요. (471~472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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