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의 섬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에코의 책이 늘 그렇듯, 이 책도 상당히 다기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가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에 두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주인공인 로베르토가 난파한 배에 갇혀 남긴 글을 발견한 화자가 상상을 덧붙여 쓴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군주의 계승을 둘러싼 전쟁, 경도 180도에 있는 '전날의 섬', 경도를 알아내는 방법, 천동설과 지동설,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이룰 수 없는 사랑 등에 대한 얘기들이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 있다. 한 마디로, 당대 한 귀족 지식인 청년의 내면을 통해 시대상을 그리고 있다. 


우리말 번역은 이윤기 선생이 했는데, 이전 글들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아쉬움이 있다. 편집상의 아쉬움(오타 등)도 있고, 번역 자체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이윤기 선생이 '옮긴이의 말'에서 고백하듯 악전고투하신 것 같은데, 이제 <장미의 이름>처럼 직접 다시 다듬으실 수도 없으니 또 다른 번역이 나오면 좋을 듯 싶다. 


움베르토 에코의 이 책에서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에코의 지식에 대한 사랑과 그가 지닌 지식의 방대함. 주인공 로베르토를 통해 느끼는 삶의 유한함과 헛됨. 당시의 사회상. 사랑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큰 주제 중 하나인데, 솔직히 현대의 사랑과 너무 달라서 공감하기 힘들었다. 결국, 난파한 배 속의 로베르토는 우리 자신의 운명을 빗대고 있는 것이 아닐지. 유한한 지구에서, 무언가를 (헛되이) 갈망하며 사는 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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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2-12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미의 이름과 함께 다시 이탈리아어 전공자의 번역으로 다시 출간해야 합니다!!!!!!
21세기에 리버블릭 오브 코리아에서 이게 뭡니까!

blueyonder 2022-12-13 08:56   좋아요 0 | URL
이윤기 선생의 번역본이 출간된 지 이제 30년 가까이 됐으니, 새로운 번역이 나올 때도 된 거 같습니다. 이탈리아어 전공자의 번역이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