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물리학이 발전하면서 통제된 환경에서 수행하는 실험이란 개념이 등장했다. 반복하여 재현 가능한 실험을 통해 이론(모형)을 만들고, 만들어진 이론(모형)을 또 다른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방법을 통해 물리학은 급격히 발전했다. 


실험이란 실험하는 대상 밖에 실험자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한 실험하는 대상(실험계)과 이를 둘러싼 외부 사이의 상호작용을 무시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실험계를 통해 얻은 이론(모형)은 근사적이다. 이러한 연구 방법을 저자는 ‘상자 속에서 물리 하기’라고 부른다. 만약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무시할 수 없을 경우, 외부까지 추가하여 실험계를 확장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1].


문제는 이렇게 얻은 물리 이론을 전 ‘우주(universe)’로 확대하여 적용할 때이다. 상자 안에서 실험하여 얻은 이론을 전 우주로 적용하는 것은 믿음을 전제로 한다. 우주의 일부분에서 얻은 이론(모형)이 전 우주로 적용가능하다는 보장은 없다. 이론이 태양계 규모에서, 좀 더 큰 은하계 규모 혹은 더 큰 은하단 규모에서 성립할 수는 있다. 태양계, 은하계, 은하단은 여전히 ‘우주’보다는 작고 이를 밖에서 관찰할 수 있는 관찰자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주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다. 실험자(관찰자)가 우주 밖에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우주의 일부분을 실험(관측)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상자 속에서 물리 하기’의 방법을 통해 얻은 이론(모형)을 전 우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

[1] 천문학은 조금 다르다. 천문학은 관측을 기반으로 한다. 관측하여 얻은 데이터를 이용하여 이론(모형)을 세우며, 이를 다른 관측에 적용하여 검증한다. 우리가 직접 대상을 통제하는 실험과는 다르지만, 관측의 대상과 관측자가 있다는 점에서 실험과 유사한 점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