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 서가명강 시리즈 9
윤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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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별에서 왔다” 이 문구만큼 우주에서 인간 존재의 의의에 대해 잘 요약해 주는 말은 없는 것 같다. 항성의 진화를 연구하는 천문학자인 저자는 본인의 전공을 잘 살려, 우리가 알게 된 우주의 모습과 우주 속 인간의 의미에 대해 조근조근 설명한다. 늘 그렇듯 고대의 천동설부터 시작하지만, 우리가 현재의 우주관을 가지게 된 과정을 흥미롭게 설명해 주어 재미있게 읽었다. 이런 주제의 책은 많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좋은 책 중의 하나인 것 같다. 현대 우주론에 대한 매우 좋은 소개로 추천한다. 


저자가 그리는 현대 우주의 모습은 과거 인간이 이성만으로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다. 인간이 그렸던 우주의 모습은 정적이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번다한 세속과는 거리가 먼 천상... 하지만 과학은 우리 우주가 대폭발을 통해 탄생하여 진화하고 있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끔찍한’ 모습임을 알려준다[1]. 이러한 현대 우주론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주에는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현대 우주론은 우리가 우주 존재의 95%를 모른다고 알려준다(암흑 에너지 + 암흑 물질의 비율).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은 우주에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전체 에너지의 5%가 채 안 된다. 우리는 무엇을 모르고 있는 것이고, 우주는 앞으로 또 어떻게 인간의 기대를 배반할까. 


저자가 역사와 진화를 얘기하며 우연성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 인상 깊다. 우리가 여기 이 자리, 이 시간에 존재하는 것은 우연에 의한 것이다. 만약 우주 초기의 양자 요동이 조금만 달랐다면 지금의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 전체로 볼 때, 조금 다른 양자 요동으로 인해 우리가 지금 여기 없더라도, 우주의 어디에선가는 지적인 생명체가 반드시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우주는 충분히 넓고 우주의 나이는 충분히 길다. 이러한 우주의 조건을 생각할 때 결국 무작위성 속에도 필연성이 있는 것이다. 우주는 어떤 방향을 향해 진화한다[2]. 우연과 필연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 보면, 우연성에 더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종종 어떤 일(특히 사랑?)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필연, 운명, 영원 등의 말을 강조한다. 하지만 우연에 의해 탄생한 지구에서, 우주 전체로 보면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는 일들 자체가 기적 아닌가? 필연보다는 우연이 지금 우리에게 더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아닌가? 우연성을 통해 우리가 이 땅에서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또는 개인의)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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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끔찍함’의 기준은 물론 개인적 취향이다. 플라톤의 이데아 세상이 끔찍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여기서 ‘끔찍함’은 당시의 학자들에게 그랬다는 것이다. 특히, 아인슈타인은 본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정적인 우주가 아니라 동적인 우주를 예측하자 ‘끔찍’하다고 여겨 우주상수를 추가하여 이론을 수정하고자 했다. 

[2] 이 방향성에 목적이 있는지는 개인이 판단할 일이다. 목적성은 과학의 대상이 아니다.


  ... 호일은 빅뱅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결코 직접적인 관측을 통해 검증할 수 없는 판타지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앞에서 콩트가 별의 구성에 관해 언급한 사례에서 지적했듯, 어떤 과학적 이론을 "절대 검증하기 어렵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현명하다. 역사적으로 그런 식의 발언은 대부분 반박되어왔기 때문이다. (129~130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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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4-19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연보다 우연이라는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우리 삶이 그렇듯이요...

blueyonder 2020-04-19 20:55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