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우리 시간으로 2월 10일) 진행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경합을 벌였던,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국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 2월 19일 우리나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은 현대 과학이 만든 잔혹한 살상무기들이 투입되어 전쟁의 면모를 바꾼 격변이었다. 탱크가 이 때 처음으로 전선에 투입됐고, 비행기도 제한적이지만 그 쓰임새를 증명했다. 그 외, 잠수함, 독가스, 기관총, 새로운 전함, 대규모 포격 등등 전쟁은 새로운 무기와 전술의 시험장이었다. 치명적 무기 때문인지 전선은 곧 정체되어 쌍방 모두 깊은 참호를 파고 대치했으며, 이러한 비인간적 참호전은 1차 세계대전의 집단적 트라우마로 인류에게 남아 있다. 4년 3개월 2주간의 전쟁을 통해 쌍방 합쳐 약 천만 명의 군인이 죽고 2천만 명의 군인이 다쳤다. <1917>은 독일군이 전선을 단축하기 위해 행했던 퇴각(알베리흐 작전Operation Alberich)을 배경으로 한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보여준다. 


함정에 빠질 공격을 취소하라는 명령을 1,600명으로 이루어진 대대에게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영국군 병사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인데, 실제 이러한 상황이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다. 1,600명 정도의 손실에 고급 지휘관들은 눈도 깜빡하지 않을 정도로 당시 전쟁이 비인간적이었다는 것인데, 어찌 보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영국판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1917>이나,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사투하는 모습은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이건 좀 기술적인 얘기인데, 당시 총공격은 반드시 대규모 포격 뒤에 이루어졌으므로, 만약 포격이 없다면 당연히 부대는 공격 취소를 의심했을 것이라서 굳이 이렇게 힘들게 공격 취소를 알리러 갈 필요가 없다는 비판도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알린 책 한 권을 다음에 리스트한다. 19살의 나이로 자원하여 참전했던 독일의 에른스트 윙어Ernst Jünger의 회고록이다. 





























원저는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20년 출간됐는데, 위의 제일 왼쪽 영문판은 Basil Creighton의 1929년 번역본으로서 2019년 출간됐다. 그 오른쪽 두 권은 Michael Hofmann의 번역본으로 2004년, 2016년 출간됐다. Michael Hofmann의 번역이 더 생동감 있는 번역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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