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웨이 해전 - 태평양전쟁을 결정지은 전투의 진실
조너선 파셜.앤서니 털리 지음, 이승훈 옮김 / 일조각 / 201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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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본 책 중 가장 좋은 전쟁사 번역이다. 역자는 원저의 주에 더해 일본 원전 등을 찾아 역자 주를 붙였는데, 그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 원저의 실수를 바로 잡고 좀 더 풍부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주고 있다. 용어 선택에도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데, 좀 전문적인 용어가 튀어나올 때도 있어 일반 독자들에게 어려울 수도 있지만 용어 설명을 뒤에 부록으로 넣어 배려했다. 일본 인명도 일일이 한자를 찾아서 넣는 수고를 했다. 저자인 파셜은 2005년에 나온 본인의 책보다 이 번역서가 더 뛰어난 책이라는 추천을 한다. 여러 모로 볼 때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번역 자체도 매끄럽고 좋다. 번역투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에게 이렇게 좋은 전쟁사 번역가가 생긴 것이 너무나도 기쁘다. 이 책이 통사나 전쟁의 큰 흐름을 다룬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투만을 다루었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에게는 시간을 쓸 유인을 찾기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아쉽다. 미드웨이 해전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추천한다. 또 일본인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싶은 이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태평양 전쟁 초기, 항공기를 이용한 해전의 양상에 대해 알고 싶은 이에게도 추천한다. 


책 속 한 구절:

... 고위층 내부에서 3개월간 밀고 당긴 끝에 함대는 좋게 표현해서 가치가 의문스러운 목표를 달성하려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곧 출항할 예정이었다. 작전계획은 어처구니없이 복잡했고 각 부대는 상호지원이 전혀 불가능하게 배치되었으며 일정은 지나치게 빡빡했다. 제대로 된 참모장교라면 미드웨이 작전의 도상연습이 충분하지 않았고 훈련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할 것이다. 작전계획에는 예측하지 못햇던 항공모함 2척의 부재도, 산호해 해전의 전훈戰訓도 반영되지 않았다. 나구모의 지각 출항에 따라 미드웨이 공격함대의 위치와 일정을 변경하지 않은 것 같은 눈에 뻔히 보이는 실수가 이 모든 것의 대미를 장식했다. 지하야 마사타카는 연합함대에 대해 쓴 책에서 이 모든 실수를 간결하게 요약했다. "진인사대천명은 이 경우에 맞는 표현이 아니다." 이 불길한 암운 아래에서 기동부대는 자신을 기다리는 운명을 향해 이틀 뒤 출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128~129 페이지)


미일 양국 항모 설계의 차이에 관해:

... 기본적으로 격납고 설계에 영향을 주는 두 가지 변수는, 폐쇄형으로 설계할 것인가 개방형으로 설계할 것인가(달리 말하면 외기에 쉽게 개방되는가 아닌가)와 비행갑판에 장갑을 두를 것인가 말 것인가였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항공모함을 운용한 주요 3국은 이 문제에 대해 각각 다른 철학을 채택했다. 영국 항공모함은 격납고를 창고, 대기실, 기타 구획으로 둘러치고 위에 장갑 비행갑판을 얹었다. 장갑 비행갑판은 함의 종강도縱强度longitudinal strength 중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조선용어로는 강력갑판强力甲板strength deck이라고 한다). 영국 방식은 격납고를 직격탄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심각한 단점도 있었다. 첫째, 함의 구조물 상부에 무거운 장갑을 얹으므로 갑판의 크기와 함의 높이가 제한된다. 따라서 한 격납고 위에 다른 격납고를 쌓는 복층형 격납고는 설계가 불가능하다. 복층 격납고 위에 장갑 비행갑판을 설치하면 상부 무게가 수용 불가할 정도로(당연히 함의 안정성과 복원력을 해친다.)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통로가 강력갑판을 뚫고 지나가야 하므로 엘리베이터 통로의 수와 크기도 제한되었고 이는 비행기 운용능력과 빠른 발진준비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그 결과, 영국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항공모함에 탑재할 수 있는 비행기 수가 적었다. 미국이나 일본의 정규 항공모함이 60~100기를 운용한 데 반해 영국 해군의 정규 항공모함은 48기 정도를 운용했다.

  미 해군은 항공모함에 장갑 비행갑판을 탑재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고 격납고 갑판이 강력갑판 역할을 하는 설계를 도입했다. 이 설계에 따르면 구조상 비행갑판 무게가 가벼워지고 격납고를 둘러싼 격실들이 없어도 되기 때문에 미국 항공모함의 격납고는 상대적으로 넓었다. 더욱이 격납고는 금속제 접이문으로 외부환경을 차단하되 양현 여러 곳에서 개방되어 있었다. 접이문은 유증기나 빛을 완전히 차단할 정도로 단단히 닫히지는 않았으나(따라서 완전 등화관제를 할 때 문제가 되었다.) 문을 열면 격납고를 완전히 개방할 수 있었다. 따라서 미국 항공모함은 필요하다면 격납고 안에서 비행기 급유와 시운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폭발물처럼 격납고에 있는 위험물은 양현의 열린 곳 밖으로 밀어내 신속하게 투기할 수 있었다. 비장갑 비행갑판은 비교적 수리하기 쉬웠지만 폭탄을 맞으면 아래의 격납고를 보호할 수 없었고, 간혹 미 해군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특히 전쟁 말기의 가미카제 공격). 장갑 비행갑판과 비장갑 비행갑판의 이점에 대한 논쟁은 끝이 없지만, 결론적으로 미 해군은 항공모함이 전력투사 자산이며 적절한 수의 탑재기 없이 전력투사는 불가능하다는 기본명제에 충실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미 해군은 항공모함 설계에 위험이 따르더라도 이를 기꺼이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결함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우리는 미 항공모함이 태평양 전쟁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일본 해군의 항공모함 설계방침은 미 해군과 영국 해군 설계철학의 가장 나쁜 점만을 취사선택했다. 그러나 전쟁 전에는 이 점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일본 항공모함 설계자들은 영국 해군처럼 폐쇄 격납고를 선호했다. 하지만 일본 정규 항공모함 대부분은 적절한 수의 비행기대를 운용하기 위해 상부와 하부 격납고로 이루어진 복층식 격납고를 가졌다. 동력 환풍장치와 군데군데 있는 현창을 빼고 격납고는 외부와 차단되었다. 이로 인해 일본 해군은 격납고 안에서 비행기에 급유작업을 하면서도 시운전을 실시하지 않았다. 손상통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방식은 잠재적으로 매우 위험했다. 깡통 안에서 폭죽을 터뜨릴 때처럼 폐쇄공간에서 일어나는 폭발은 폭압을 증폭하는 효과가 있다. 일본 항공모함 격납고에서는 이런 현상이 발생하기 쉬웠다. 

  이 시기의 일본 해군 함선은 상부에 과도하게 몰린 무게와 [이로 인해 일어난] 안정성 문제에 자주 시달렸다. 더욱이 일본 항공모함은 복층 격납고로 인해 높이가 상당히 높았다. 복층 격납고 설계는 상부구조물의 무게를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함을 뜻했으므로 영국이 채택한 장갑 비행갑판은 처음부터 논외 대상이었다. 서구인에게 허술해 보일 만큼 가로세로로 올린 지지대로 지탱하는 포좌와 구멍이 숭숭한 돌출부의 바닥 등은 모두 상부구조물의 무게를 줄이려는 시도였다. 요약하자면, 일본 항공모함은 구조적 관점에서 미덥지 못했고 전투손상을 감내하면서 기능을 유지할 대비를 갖추지 않았다. 아카기나 가가처럼 상대적으로 튼튼한 주력함의 선체 위에 건조되지 못한 히류와 소류는 이 취약점을 그대로 안고 있었다. 

  일본 해군도 이러한 취약성을 어느 정도 인지했다. 예를 들어 신형 쇼가쿠급의 설계에서는, 실제 설계 의도대로 작동하지는 않았지만, 폭발이 일어나면 바깥쪽으로 날아가 내부 발생 폭압을 배출하도록 설계된 격벽들이 격납고에 있었다. 근본적으로 일본 항공모함의 취약성은 일본 해군이 지나치게 공격에 치우친 태도를 취했다는 데에 기인한다. 일본 해군은 미 해군만큼이나 세력투사 개념을 열렬히 신봉했다. 그러나 방어를 경시한 설계철학 덕분에 일본 함선은 상대방 함선에 비해 손상에 몹시 취약했다. 이 약점들은 적에게 궤멸적 타격을 받고 나서야 상상을 초월할 만큼 끔찍한 민낯을 드러내게 된다. (364~367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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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1-24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lueyonder 2020-01-24 20:19   좋아요 0 | URL
초딩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