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이유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책을 덮는 순간까지 긴장의 연속을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호불호가 분명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서두부터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미스터리물을 그다지 즐겨 하지 않는다는 나의 독서 편식 때문이다. 하지만 늘 같은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OOO 시리즈, OOO 컬렉션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길을 끈다.

이런 부분에서 본다면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컬렉션은 단단한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듯하다. 흔한 선입견이겠지만, 범죄를 파헤치는 수사관의 이미지는 다른 이들보다 더 철저하고, 멋있고 멋진 몸매의 마치 모델 같은?? 섹시함을 가진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음.. 이건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이런 상상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 <치명적 이유>의 리버스이다. 아주아주 극히 평범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의 수사 행적은 어찌 보면 밋밋하듯. 또는 동네 아저씨들이 마실 다니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뜨거운 사랑보다는 미지근한, 두루뭉술한 사랑을 하고 있는 그런 모습이고, 번뜩이는 눈빛보다는 나른한, 세상의 빠른 흐름조차 느긋하게 바라보는 그런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온 지역이 들썩이는 유명한 페스티벌 안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술과 흥분과 자유분방함이 펼쳐지는 페스티벌이라는 공간 속에서 방임을 주체 못 하다 벌어진 우발적인 살인 사건이 아닌 누군가에게 경고를 하는 그런 끔찍한, 고문 끝이 죽임을 당한 살인사건이다.
주인공 존 리버스는 그 고문의 의미를 알아채고, 덕분에 해결을 지휘하게 된다. 끔찍한 고문의 흔적에 따른 살인이라는 점도 주목할 일이지만, 그 죽임을 당한 인물의 신원 역시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극단의 조직, 위험의 인물, 그리고 깊이 숨겨진 이념이 갈등 등... 리버스가 하나씩 파헤쳐 가는 과정 속에서 하나씩 드러나게 된다.
이는 노련함과 익숙함에서 발휘되는 리버스의 촉이다.

소설을 읽어가면서 독자로써 아쉬움이 있다면 스코틀랜드의 정치적 배경, 종교적 배경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뒤의 정황과 배경을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이 말하는 조크를 쉽게 이해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리버스가 만나는 사람들 간의 위트 속의 깊은 의미를 알아챌 수 없어서 밋밋함이 남는 점이 아쉽다.

소설의 초반은 조금은 지루함이 있다. 페스티벌이라는 공간 속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그것도 끔찍한 고문을 당한 후에 벌어진 살인사건을 파헤쳐 나가는데 있어서 얽힌 인물들이 많다. 그들의 배경이나 상황을 이어보려고 하니 불가피하게 표현되는 점이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전혀 다른 사람들이 운집하는 상황 속에서 전혀 다를 것만 같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리버스 시리즈를 잘 아는 독자들이야 이해를 하겠지만, 처음 리버스를 접하는 이들은 전작과의 공유되는 부분이 없어서 소설의 장면 장면을 선뜻 그려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마치 작은 도시의 조직들 간의 견제에서 시작된 살인사건이라는 처음 생각과는 달린 그 뒤에 이어지는 거대한 조직과 음모에 놀람이 생긴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지금의 현대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나만의 아집을 대의라는 표현으로 세상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어느 특정 범죄조직만이 아닌 전혀 생각지 못한 아주 평범한 이들 속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범죄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큰 그림을 상상해보기는 처음인 듯하다. 사건을 쫓아가면서 그 속에 펼쳐지는 인간들의 이기심과 자만, 그리고 무력함을 보긴 했어도. 이것이 큰 조직과 더 크게 테러라는 그림까지 이어지는 광범위함에 후반부에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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