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기적입니다 - 민들레 국수집 주인장 서영남 에세이
서영남 지음, 이강훈 사진 / 샘터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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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돌아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약자들이 참 많습니다.

부모를 대신해서 어른처럼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고, 자식들에게조차 대접을 못받는 노인들도 있습니다.

어린 자녀들과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의외로 약자들이 많습니다. 많은 이들이 도움을 펼치지만 그 도움조차 만져보지 못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탓에 남루한 행색을 한 노숙인들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약자들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만, 이들중에 가장 약하고, 기댈 곳 없는 이들, 냄새나고 지저분하다고 타박을 받는 이들, 그들의 행색에 무섭다고 다가감조차 없는 노숙인에게 따뜻한 밥을 대접하는 분이 있습니다.

인천에서 민들레 국수집을 운영하는 서영남 대표입니다.(TV에서도 잠깐 나왔다고 기억하는 독자들도 있을 겁니다.)

천주교 수사로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셨고, 지금은 아내와 딸과 함께 이들의 등대가 되어주시는 분입니다.


더불어가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이슈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보다 약한 사람, 외로운 사람,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하는 봉사활동이 참 많아졌습니다. 남을 돌아보는 계기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한 현대이지만, 그래도 남들을 돌보아주려는 이들도 함께 있어서 아직은 아주아주 메마른 사회는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 봉사라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닙니다. 누가 하라고 등 떠민 것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의 약속이지만, 동참하고 함께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서영남씨는 이 실천을 13년이 흐르는 시간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더구나 서영남씨가 어루만져 주는 이들은 대부분 노숙인들입니다. 각자 어떤 사연으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몸을 기댈 따뜻한 곳도 없이, 찬 이슬을 맞아가며 노숙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국수를 대접합니다. 따뜻한 마음을 대접합니다.

냄새난다고, 더럽다고 여기저기에서 눈총을 받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옷을 입혀주고, 밥을 먹여줍니다.


<하루하루가 기적입니다>는 서영남씨와 사회의 약자들이 함께 있는 공간, 민들레 국수집의 이야기입니다.

이곳의 이야기는 정말 천사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는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약자들을 안아주는 분입니다. 서영남 대표의 실천은 어떤 것이 진정하게 위하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민들레 국수집에는 줄을 서지 않는다고 합니다.  민들레 국수집에는 종교를 따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민들레 국수집은 늘 공짜라고 합니다. 그리고 배고픈 아이들에게 사람도 먹여주고 밥도 먹여주는 곳입니다.


노숙하시는 분들이나 우리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인 약자들은 모두 세상의 줄에서 가장 맨 끝에 있는 이들입니다. 줄 서기 경쟁에서 밀려 뒤로 처진 이들입니다. 너무 착해서, 너무 욕심이 없어서 줄 서기 경쟁에서 밀려 잡 한 그릇 맘껏 드실 수 없는 손님들을 대접하는 곳에서 또다시 줄을 세워 경쟁에서 이긴 사람부터 식사하게 해드린다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참 감사하면서 눈물이 나는 것이 있습니다.

몇날 며칠을 굶고 겨우 국수 한 그릇을 먹는 이 사람들에게 배려의 손길을 내밀면 이들 역시 큰 기적을 보여줍니다. 더 배고픈 이들이 먼저 드시게 하고, 뒤에서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좀 더 빨리 드신답니다. 좀 더 맛있는 반찬도 남겨놓기도 한답니다.

폐지를 주워 겨우 몇천원을 손에 쥔 분이 계란 한 판을 사서 주고 가신다고 합니다. 어쩌면 내일의 밥값이 될지도 모르는 돈으로 박카스를 사서 주고 가신다고 합니다.


<하루하루가 기적입니다>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저 남을 돕는다라는 생각보다는 그들을 배려한다는 것이 어떤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작은 배려만으로도 기적을 이루는 하루하루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회에 밀려, 사람들에게 밀려 악만 남고 화만 남은 이들에게 사회에 적응만 하라고 하는 것은 틀을 정해놓고 억지로 맞춰 살아야만 한다는 강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들에게 가르치기보다는 그들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고 배려해주는 작은 모습만으로도 큰 변화를 맞이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민들레 국수집에 드나들던 한 분은 그 배려심에 얼굴이 뽀얗게 변했답니다. 전에는 무엇을 해도 짜증만 나고 화만 났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이 고맙다고 한답니다.


먹고사는 것 걱정 없이, 직장 걱정 없이 사는 보통의 사람들은 모든 것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과연 얼마나 할까요?

물론 내 노력으로 얻어낸 나만의 혜택이고, 여유입니다만 과연 그것이 나만의 노력으로 얻어졌을까요?

거창한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사회적인 약자보다 더 나은 것을 쥐고 있는 우리는 그들보다 조금 더 가진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봐야겠습니다.


서영남씨가 가지고 있는 믿음의 생활은 신앙인이었던 때만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믿음에 따라 산다는 것,

하나님을 믿고 산다는 것은 나 혼자가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더불어 산다는 것, 이것을 기억한다면 매일같이 들려오는 미움으로 인한 사람을 해하는 그런 무서운 뉴스는 덜할것이라고 봅니다.

 

아무런 관계도 아닌 이들을 대신해서 대답을 해주고, 한 번쯤은 남을 위해서 한 켠을 비워주는 마음..

서영남씨가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기적이 아닐까요?

서영남씨는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힘없는 이들에게서 기적을 본다고 합니다. 독자들은 서영남씨의 가장 따뜻하고 가감 없는 마음에서 기적을 보게 됩니다.

그들에게 하는 '먹어'가 아닌 '드세요'라는 말 한마디로 큰 기적을 보게 됩니다.

'드세요'를 먼저 할 수 있도록 저 자신의 마음의 빗장을 풀어야겠습니다.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꼿꼿하게 세우던 날카로움을 누그러뜨려봐야겠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작은 기적이 아마도 나에게도 오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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