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미식수업 - 먹는다는 건,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후쿠다 가즈야 지음, 박현미 옮김 / MY(흐름출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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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먹는 것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음식을 빼놓고 말하기는 참 삭막함을 연상하게 하고요. 가족 간의 정도 함께 나누는 음식에서 더 돈독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 좋은 연인, 좋은 친구 모두 맛있는 요리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그 끈끈함은 더 깊어지기 마련인데요.

수많은 요리 서적이 있지만, 그중에서 먹는 것과 삶의 사상을 겸비한 책이 눈에 띕니다.


<나 홀로 미식 수업>이라는 책의 저자 후쿠다 가즈야라는 일본의 학자입니다만 자신을 학자가 아닌 문필가라고 지칭하는 분이라고 합니다. 정치, 사회, 음악, 인생론, 실용서 등 폭넓은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분이네요.


이 책의 요점은 '먹는 행위'와 '미식'에 대해 말하며 먹는 행위를 통해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먹는 것에 대한 예찬도 끊임없이 나옵니다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포인트가 궁금해집니다.

이런 저자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문장이 첫 번째부터 등장합니다.


음식을 소홀히 하는 것, 먹는 행위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삶을 소홀히 여기는 것과도 같습니다. 먹는 즐거움을 모른다면 그만큼 삶의 기쁨과 축복을 부정하는 것이겠지요.


물론 바쁜 일상생활 탓에 좀 더 간단히, 좀 더 쉽게 음식을 찾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때론 먹는 생활 자체가 속박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주부인 저로서는 "오늘은 또 뭐 해먹이나~"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곤 합니다.

이런 의미로 볼 때 굳이 책으로까지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나라고 생각을 하는 것도 있지만,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나라는 궁금함도 동시에 생겨납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나 홀로 미식 수업>에서는 어떤 것을 먹는가, 어떤 것을 먹고 싶어 하는 가에 대해 제대로 된 미학과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먹는 것에 대한 스타일이라니요? 다시 말하면 어떻게 해야 스타일이 있는 식사인가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나름의 미식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가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부터 저자는 자신만의 미식에 대한 견해가 상당히 완고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바쁜 생활 탓에 먹는 것에 대한 시간 투자를 하는 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고, 같이 어울려 먹을 수 있는 장소와 종류를 최고로 여기죠.

그런데 저자는 유명한 라멘집에 줄을 서는 자체를 음식에 대한 취향이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무리 지어먹는 음식은 음식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닌 함께 있음에 의미를 두기 때문이죠.


혼자 식사를 즐기는 것이 어색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혼자서 즐기는 것을 더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나 홀로 미식 수업>은 두 부류의 독자들이 자신의 음식 선호에 맞게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혼자서 절대로 못 먹는다라고 하는 독자들에게는 혼자서 즐기는 음식의 맛과 멋, 그리고 조금 더 깊이를 따진다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혼자서 음식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더 맛나고 멋을 찾을 수 있는 장소를 체크할 수 있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음식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많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되고, 이름난 음식점에 대한 각각의 견해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과 장소에 부여되는 숨은 이야깃거리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런 삶의 이야기가 음식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넓게 둘러보는 책이 <나 홀로 미식 수업>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음식에 대해 깊은 견해가 덜한 독자라고 해도 자신만의 스타일은 다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로 볼 때 <나 홀로 미식 수업>은 조금은 반감을 사는 내용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격식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의 스타일에 정면으로 맞서면 야만인 취급을 받는다라는 표현이라던가,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혹시나 읽게 되는 책의 종류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는가는 순전히 자신만의 취향일 텐데 말입니다.


저자의 견해가 너무도 뚜렷하기도 하고, 식습관이나 음식 취향이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독자들의 시선으로는 <나 홀로 미식 수업>이 그닥 부드럽게 읽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저자의 넓은 식견이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고, 그로 인해서 음식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나 홀로 미식 수업>이란 책이 상당히 폭넓게 느껴집니다.


프렌치 요리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국가 간의 결혼에 의해서 전파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우리가 흔히 행동하는 더치페이에 대한 경제관념도 설명을 합니다. 또한 식사의 기본적인 예절을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간간이 보이는 저자의 강력한(?) 주장에 독자는 이질감을 느끼는 점도 있긴 합니다. 더치페이에 대한 견해라던지 요리보다는 간편하고 빠른 음식을 먹는 것 등등에 대한 견해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멀 그렇게까지 꼬집어 말하나...라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일류 골동품 가게에서는 점원이 새로 들어오면 한동안은 진품만 만지게 합니다. 옛날 오사카의 환전상들이 새로 들어온 점원에게 진짜 동전과 금화만을 만지게 해서 진품의 감촉을 가르친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일류의 물건, 진짜를 제대로 맛보고 그 감촉을 익혀두면 엉터리나 가짜는 저절로 알게 됩니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의 독특한 생각과 음식에 대한 예찬, 때론 음식을 대하는 색다른 마음가짐(?) 등을 볼 수 있어서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만, 바쁜 시대에 정말 먹고살기 바쁘게 살아가는 주부인 저로서는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우선적으로 드는 것이 결론입니다.


맛 집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한심한 행동이고 빵으로 식사를 때우는 것은 아주 무식하다..라고 돌려 말하는 저자의 주장이 내내 반갑지는 않습니다.

뭐 이런저런 견해를 가진 이들의 책도 많지만, 이왕이면 여러 층의 독자들이 음식이라는 주제를 통해 맛있고 정감 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먹는다라는 것이 가장 좋을때는 음식의 고급짐과 상관없이 좋은 사람과 소박한 음식을 나눌때 더 값짐을 매기는 보통의 정서가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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