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사랑한 꽃들 - 33편의 한국문학 속 야생화이야기
김민철 지음 / 샘터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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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글 속에서 만나게 되는 꽃이 있다.

주인공을 빗대어 말하는 꽃도 있고, 결정적인 감정의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꽃도 있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아 이런 꽃이 있구나...'라고 여기는 정도일 것이다.

등장인물의 감정과 행동에 대해 주목하기 때문에 배경이나 이미지로 드러나는 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장미니, 백합이니. 프리지어 등등 우리가 흔히 기억하고 있는 꽃들을 제외하고는 소설 속에서 만나는 나무며, 꽃의 이름이 생소한 경우도 종종 있다.

 

<문학이 사랑한 꽃들>은 이런 독자의 호기심을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김민철 작가는 야생화와 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김민철 작가는 2013년에 <문학 속에 핀 꽃들>이란 책을 냈다. 이 책에서도 국내 고전 또는 명작과 그 속에 드러난 꽃에 대한 이야기를 썼고, 그에 대한 반응은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꽃을 통해 소설에 접근했다는 호평도 듣고, 과하지도 않게 꽃과 소설을 결합시켰다는 칭찬을 들었다고 하니, 그의 글이 참 궁금하고 어떤 꽃과 소설을 소개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런 김민철 작가가 이번에도 비슷한 형식의 <문학이 사랑한 꽃들>을 다시 썼다.

전작이 국내 고전 위주의 작품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격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소설은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일상이 소설 속에서 여러 모습으로 보이고, 여러 사건을 소설에서 만들어가곤 한다. 이런 생활을 반영하는 것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주변의 꽃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예를 들어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 이마를 흠뻑 적신 땀방울을 날려 보냈다든지, 오랜 가문 뒤에 내리는 빗줄기를 방안에 갇혀있던 아이비에게도 선물하고 싶다 등등의 일상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게 된다.

 

<문학이 사랑한 꽃들> 역시 현실의 이야기를 반영하고 있지만 작가가 주목한 것은 '특별하지 않는 꽃들'에 대한 호기심과 관찰을 독자에게 소개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글을 읽다 보면 등장하는 꽃에 대해 궁금한 것이 참 많다. 도시의 아스팔트만 밝고 살아온 나로서는 진달래, 개나리. 장미 등등의 흔한 꽃 이에는 거의 알지 못하고, 이것마저 바쁜 일상에서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을 때가 많다.

소설 속의 꽃을 통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글을 읽기만 하는 독자의 이해보다는 소설 속의 등장인물에 대한, 또는 소설의 전개에 대해 좀 더 깊이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정은궐의 <해를 품은 달>에서 왕 이훤은 온양행궁 근처에서 미행을 하다가 비를 피해 민가 한 곳으로 들어간다. 왕과 무녀가 처음 만났을 때도 무녀에게서 난향이 흘러나왔고, 액받이 무녀로 다시 만난 월에게서 이훤은 난향을 맡았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드라마에서 본 장면에서 난향을 표현할 수 있었더라면 이훤과 월의 설레는 사랑에 대해 더 많은 공감이 될 텐데 하는 상상의 나래를 떠올려본다.

청소년 소설의 대표주자 이금이 작가의 <유진과 유진>에서 주인공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곳이 등나무 벤치이다. 등나무 벤치의 이미지는 그 아래서 느낄 수 있는 한 여름 가운데에서 느끼는 시원한 바람이지만 이 작품에서 이금이 작가는 등나무를 이렇게 표현했다.

"등나무 줄기에도 등나무 꽃의 울음이 돋아나고 있었다..." 어릴 적 상처를 덮어두려만 하지 말고 상처에 바람도 쐬어주고, 햇볕도 쐬게 해주었으면 나무의 옹이처럼 단단하게 아물었을텐데라는 독백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소설 속의 꽃은 수많은 감정과 사건의 시작이 되기도 하고, 해결점이 되기도 한다.

물론 <문학이 사랑한 꽃들>은 작품 속의 의미를 찾기 위한 해설이 이니다. 작품 속에 어떤 모습으로 꽃들이 등장했는지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를 맛 보여주고 이에 관련된 야생화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려준다.

 

작가의 이력에 대한 설명을 읽어감도 쏠쏠하지만 무엇보다 식물도감같이 전문적인 지식을 사진과 함꼐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것은 꼭 알고 싶어 하는 독자의 마음을 잘 다독여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배려가 돋보이는 글이다.

 

<문학이 사랑한 꽃들>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에 대한 호기심도 불러일으킨다. 또한 작품을 써나간 작가의 의도와 작가의 소개를 통해서 또 다른 글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대충 이름만 알고 있던 꽃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배우게 되지만 약용이나 식용으로 쓰이다 등의 식물의 쓰임새까지 읽어갈 수 있으니 한 권으로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듯하다.

 

야생화와 소설...

독자의 소소한 호기심을 충분히 보충해주는 그런 글이 <문학이 사랑한 꽃들>이다.

김민철 작가의 전작 <문학 속에 핀 꽃들>에 대한 반응 중에 이런 것이 있단다.

"책을 읽고 나니 읽고 싶은 책도, 보고 싶은 꽃도 많아져 행복하다."라고 말이다.

<문학이 사랑한 꽃들>을 읽은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줄거리에만 연연했던 나의 이해력을 그 속에 등장하는 꽃과의 관련된 의미를 들여다보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좋은 소설과 어우러지는 야생화의 향기에 듬뿍 취해볼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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