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겁이 많다 - 손씨의 지방시, 상처받지 않으려 애써 본심을 감추는
손씨 지음 / MY(흐름출판)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나도 할 줄 알고 다 아는데 부모님이 잔소리를 하는 게 그렇게 싫었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나의 인생을 멋지게 그려내고 싶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더 큰 어른이 되어갈수록 어릴 적 가지고 있던 패기나 용기 때론 용감무쌍한 무모함이 점점 더 없어진다.

 

세상을 알아가면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마음보다는 세상과 타협하는 나로 변해간다. 아마도 세상과 타협을 하는 것이 세상에 대한 겁을 먹기 때문일까?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모른척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알게 되면서부터 그것이 이 세상을 무던하게 살아가게 하는데 일조를 한다는 것을 몸으로 느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직도 내 꿈에 대해 그것의 크기가 어찌 되었던, 그리고 그것이 때론 사는데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든 간에 아직도 나는 꿈을 쥐고 있고, 그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 문득문득 떠올려진다는 것이 좋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사람들과 늘 어울리고, 사람들과 마주 보며 하루를 보내보고, 또 하루를 맞이하는 그런 노하우가 쌓여가기 때문 아닐까?

이런 철학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마도 <어른은 겁이 많다>를 통해서 조금 더 삶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나와 꿈에 대해서 진하게 생각을 해보기 때문 아닐까?

 

1

2

 

 

프롤로그.

그래서 어른은 사랑을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장애물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함께 가야 하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그 사랑에서도 미리 걱정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속마음을 숨기죠.

결국 우리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써 본심을 감추며 가면을 쓰고 살고 있습니다.

(중략)

비겁한 행동이지만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현명한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구나. 우리는 어른이 되어간다는 의무감 아래 나의 속마음을 못 본척하고 살아가고 있나 보다.

'사랑'이라는 말속에 많은 것을 두루뭉술하게 얼렁뚱땅 지나칠 때도 있긴 하다. 남에 대해서도 얼렁뚱땅, 나에 대해서도 얼럴뚱땅.

과연 우리는 나만의 속마음을 얼마나, 자주 들여다보곤 할까?

 

오늘 하루도 삶의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맞선 후에 <어른은 겁이 많다>를 펼쳐본다. 작가의 말처럼 내가 숨기고 있던, 때론 전쟁터 속에서 잊히고 있던 나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나도 이젠 인생에 대해서 어지간히 결론을 운운해볼 수 있는 나이에 왔다.

남들보다 더 낫지는 않더라도 나의 인생에서 아직까지 후회되는 것은 없이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나의 삶은 그래도 잘났다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잊힌 부분은 분명 있다.

때론 서럽기도 하고, 때론 우울하기도 하고, 때론 좌절 때문에 온몸의 기운이 빠지는 그런 적도 분명 있다.

그저 떠올리기 싫어서 억지로 잊고 살았나 보다.

시간은 잊었다고 하지만, 마음은 잊지 못하고 있나 보다.

<어른은 겁이 많다>가 나에게 주는 것은 '그래도 당신은 열심히 살았군요'라는 위로다.

 

작가의 글에 박장대소하기도 하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듯이 똑같이 고백을 하기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투덜이를 작가도 역시 하고 있고, 내가 허무하고 나약했을 때에 말했던 절절함을 작가도 똑같이 하고 있다.

 

 

사랑도 그렇다. 어른이 되어간다고 사랑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나이가 들면 그 나이에 맞는 사랑을 하게 된다.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청춘의 사랑도 떠올려보고, 지금 옆에서 코 골고 있는 같이 늙어가는 사람과의 첫사랑도 다시 기억 해낸다.

 

 

살아가면서 사랑을 멀리하고는 살 수가 없다.

나를 위해서든, 그를 위해서는 우리는 사랑 때문에 울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그리고 더 뜨겁게 다가가기도 한다.

작은 일에 삐치기도 하고, 투닥거리는 부부싸움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 곁에는 늘 그 사람이 있다는 것과 늘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삶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것이 아닐까?

 

기분이 좋다.

늘 부족하게 느껴지는 그 무엇을 따뜻한 손길로 보듬어 주고, 쓰다듬어 주는 느낌을 받는다. 글에서 이런 위로를 받게 될 때, 그래도 책을 놓지 않아서 좋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청춘의 잊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고, 현재 진행형인 삶의 달리기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좋다.

짧은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에 새겨짐을 느끼면서 하늘을 보고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좋다.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환한 그림도 좋다.

 

솔직하지만 톡 쏘는 글에서 숨기고 싶었던 마음도 한 번쯤 드러내고 싶다.

남들보다 뒤처져 사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우울감도 과감하게 떨쳐버릴 수 있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서, 나만의 시간을 찬찬히 되돌려주는 것이라서 좋다.

 

어른이 되면 솔직해진다는 것이 걸리 적 거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어른이 되면 가끔은 아주 시원하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덮었다.

어제 흐릿했던 하루였다면 오늘은 그래도 조금 밝아 보이는 것은 글을 읽어가면서 나 스스로 조금은 정화되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그래도 좋다.

내가 좋으면 다 좋은 거다.

나의 마음이 편하면 내 앞으로의 삶도 편하지 않을까라고 억지를 부리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