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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 옛이야기 속 집 떠난 소년들이 말하는 나 자신으로 살기 ㅣ 아우름 3
신동흔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평점 :
"특별한 목표도 재능도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죠?"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고민으로 어깨에 힘이 빠진 이들이 있다. 부모의 품을 떠나 세상으로 첫발을 디디는 청춘들도 있고, 열심히 달려왔지만 어떠한 이유로 좌절에 빠진 이들도 있다. 때로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세상에 대해 기대나 목표가 점점 사그라지는 힘겨운 이들도 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우리는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라는 책을 통해서 오랫동안 전해진 옛날 이야기를 들어보게 된다.
사는 게 걱정이고,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라고 하는 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그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겠느냐만,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옛날 이야기를 왜 독자들에게 권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사악한 계모에게 도망쳐서 숲 속에서 헤매던 백설공주, 원님의 앞에 나타나 원한을 풀었다는 장화홍련,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뛰어들었던 심청이, 맛있는 과자 집에서 만나게 된 무시무시한 마귀할멈, 하늘 높이 올라간 콩나무를 탔던 제크...등 우리의 민담, 동화, 전설, 그리고 서양의 동화, 민담까지 많은 이야기 주인공을 만난다.
그리고 신동흔 교수가 선택한 주제 <왜 주인공들은 길을 떠날까?>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는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인생으로의 길을 여행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얘기는 수많은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
다가올 무엇에 대한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어느 시점에서 줄을 긋고 나서 인생으로 향해 길을 떠난다면, 여행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완벽을 추구할 수 있고, 좌절도 덜 겪을 것이며, 힘듦에 아프고 눈물 흘리는 일이 덜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이건 그저 말하고 싶은, 변명하고 싶은 한 사람의 넋두리일 뿐이다.
인생이라는 것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긴긴 여행을 해야 함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나마 완전한 어른이 되기 전에 우리는 책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또래의 조직에서, 인생의 선배에게서 나름의 지혜를 배운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나는 완전한 어른이 되었음을 자부하고 살곤 한다.
정말 어른이 되었을까?
정말 나 자신은 완전할까?
신동흔 교수는 이런 몸만 성장한 어른들을 위해서, 또는 미숙한 상태로 어른이 되기 위한 청소년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속에 숨어있는 지혜를 이야기해준다.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에서 나오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길을 떠나는 여정을 겪는다.
집에만 머무르면 죽을 운명이기 때문에 스님과 함께 길을 떠나는 주인공도 있고, 온갖 못된 짓을 하는 계모의 손에서 벗어나서 길을 떠나는 주인공도 있다. 반대로 버려졌던 곳에서 집을 찾아오기 위한 여정을 걷는 주인공도 있고, 약속 때문에 길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세상을 막 알기 시작한 어린아이도 있고, 때론 남들보다 더딘 그런 사람도 있고, 자아를 겨우 인식하기 시작한 아이도 있다.
길을 떠난다는 것은 흥이 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가진 것 없이 초라하기도 하고, 쫓겨나는 서러움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이 그 길의 끝에서 빛나는 이유는 좌절하지 않고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쫓겨나게 되던, 나 스스로 선택을 하던 그들은 세상을 향해 나의 몸을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을 열심히 듣고 보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가 참 쉽고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 속에 이런 깊은 삶의 지혜가 있었음을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걸어간다는 것은 결코 누군가 대신해주는 일이 아니다. 절대 그렇게 해줄 수 없는 일이다.
내 발로 걸어나가야 하고, 내 손으로 집어 먹어야 하고. 내 눈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세상 속으로 향했던 용기가 내 손에 쥐어지게 되고, 내 눈으로 보았던 것이 내 기억에 담겨지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세상을 향해 준비하고 있는 청춘들에 권하고 싶다.
옛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떠났던 집이라는 것이 지금으로 본다면 기성 세대로부터 새롭게 출발하는 신세대이고, 또는 부모의 품에서 나와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그런 어린 학생들이기도 하다. 어린아이가 청소년이 되는 과정이고, 청소년이 청년이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처음 겪는 일이다. 태어난 것도 처음이고, 적응하는 것도 처음이다.
아이들은 떠나 보내야 하는 부모 역시 이런 것이 처음이다.
자식을 키워보는 것도 처음이고, 자식을 내보내는 것도 처음이다.
그래서 이 처음인 일이 슬플 일도 없고, 어려울 일도 없다.
모두 겪는 일이고, 끝이 보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운명이라는 것, 산다는 것, 그리고 그 뒤에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정해진 이치라고 본다.
길을 떠날 수 있으면 직접 경험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우리는 책이라는 지혜를 가질 수 있고, 이야기라는 지혜를 접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듣고, 말하는 것으로도 우리는 오래전부터 전해지던 지혜를 충분히 내 것으로 할 수 있다.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가 독자들에게 넌지시 알려주는 인생의 묘미가 이런 것 아닐까?
좌절해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것, 운명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 길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는 것, 길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 세상을 향해 나아가면서 도전이라는 것과 창의라는 것이 내 몸에 배여 진다는 것..
옛 야기에는 이런 인생의 참맛이 담겨있다.
이 참맛을 내 으로 만드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선택임을 독자들은 기억했으면 한다.
인생은 많은 길이 있고, 수많은 방법이 많다.
하지만 이왕이면 가장 열정적이고, 가장 순수한, 그리고 가장 짜릿한 경험으로 찾으면 더욱 좋지 않을까?
아마도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책을 읽을 것이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먼저 경험하는 방법.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의 하나이니까.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에서는 그런 지혜를 얻게 된다.
나 자신을 주인으로 생각하는, 내 인생에서는 내가 주인이 되어야 하는 이들에게 멋진 성장과 독립을 일러주는 지름길을 지금 바로 찾아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