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 문학에서 찾은 사랑해야 하는 이유 ㅣ 아우름 2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평점 :
사는 것이 먼저냐, 사랑이 먼저냐. 라는 질문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사는 것이 너무나도 힘겨운 이들에게는 사랑이라는 것이 어쩌면 사치스러운 감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은 사랑을 위해서라면 어떤 삶이든 살아갈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사랑과 삶이라는 것을 우리는 별개의 것으로 보곤 한다.
하지만 사랑과 삶이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어떨까?
고 장영희 작가의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를 읽어보면서 사랑과 삶의 연관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다.
우선 장영희 작가님의 글을 다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중고교 영어 교과서 집필자로만 알고 있던 장영희 작가님의 마지막 유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었다.
그리고 그 절절한 느낌에, 참 마음이 짠했던, 저 또한 절절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삶에 대해 저렇게 진한 느낌을 전할 수 있을까"는 생각을 했었다.
더구나 삶의 마지막 시점을 버티면서도 삶에 대해 아쉬움보다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써내려갔던 글을 보면서 참 뭉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장영희 작가님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생전 여러 방송에서 했던 '문학 강연'의 원고를 정리한 것이다.
문학이 전하고자 하는 것, 수많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사는 것' '사랑하는 것'이라는 간단명료한 답을 얻는다.
수많은 사건과 인물과 배경은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한 하나의 이정표였다.
그것을 같이 따라가고, 공감하면서 함께 찾는 것이 독자들의 몫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문학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문학의 주제를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어떻게 사랑하며 사는가'에 귀착됩니다. 동서고금의 모든 작가들은 결국 이 한 가지 주제를 전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략)
뭐니 뭐니 해도 제가 이제껏 본 사랑에 관한 말 중 압권은 <논어> 12권 10장에 나오는 '애지욕기생애 愛之欲其生',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게끔 하는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단순하지만 사랑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말입니다.
(여는 글 중에서)
산다는 것은 사랑하기 위함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 중의 하나인가 보다.
삶이라는 것이 결코 혼자서는 이룰 수 없다. 미우나 고우나 누군가와는 얽혀야 하는 그다음의 삶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은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열렬한 사랑, 뜨거운 사랑, 욕망적인 사랑, 애증, 질투, 미움, 원망...
이 모든 것은 사랑을 얻고, 잃는 데서 나오는 감정의 표현이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시선에서 결론이 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것을 풀어내는 것은 나와 또 다른 사람과의 사랑이자 연결고리인 것이다.
우리는 '시'에서 그리고 '소설'에서 수많은 사랑을 만난다.
그리고 가난한 삶이든, 부자인 삶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유명한 대문호이든 일반인이든, 우리는 사랑을 한다. 사랑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살아가면서 느끼는 기본적인 감정이고, 순수한 감정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흘러온 지금까지 사랑에 대한 달콤함과 쓰라림을 결코 내던져 버릴 수가 없다.
사랑은 선을 그어서 표현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남녀 간의 사랑,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그뿐입니까? 자연에 대한 사랑, 내 친구에 대한 사랑 등,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에서 소개된 문학을 통해서 독자들은 수많은 사랑을 떠올리고, 공감하게 된다.
결코, 내게는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랑도,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사랑도 문학을 통해서 경험하게 된다.
문학 속의 사랑을 함께 공감하면서 독자들은 어떤 사랑이 있는지,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젖어들곤 한다.
사랑과 문학, 그리고 삶에 대한 모든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책을 나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고 있는 나였다. 그런데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를 읽어보면서 내가 과연 문학 속에서 사랑을 찾아봤는지, 그 속의 사랑에 대해 내 것으로 경험을 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나는 무엇 때문에 지금 이 시간의 삶을 견디고 살고 있을까?
나의 영원한 동반자 남편과 이후의 세월을 더 든든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나의 아이들의 미래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이제껏 달려왔던 내 인생을 더 값어치 있게 해주기 위해서 이 시간을 견디고 살고 있다.
그리고 하나 더 보태보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영원한 나의 동반자 남편과 내가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의 미래와 그리고 내가 살아왔던 나만의 인생을 사랑하기 위해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판에 박힌 말이라고 하면서도 결론은 결국 '사랑'이라는 결론을 내려본다.
문학에서 사랑을 찾아야 하는 이유로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문학을 통해서 여러 사랑을 찾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가장 진한 답인 것 같다.
그리고 '진짜' 어른이 되고, '진짜' 삶을 살아가는 오늘을 위해 이 한마디를 소개한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진짜'가 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다. 모난 마음은 동그랗게('사람'이라는 단어의 받침인 날카로운 ㅁ을 ㅇ으로 바꾸면 '사랑'이 되듯이). 잘 깨지는 마음은 부드럽게, 너무 비싸서 오만한 마음은 겸손하게 누그러뜨릴 때에야 비로소 '진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는 사랑받는 만큼 의연해질 줄 알고, 사랑받는 만큼 성숙해질 줄 알며, 사랑받는 만큼 사랑할 줄 안다. '진짜'는 아파도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이 나를 사랑하는 이유를 의심하지 않으며, 살아가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
위의 리뷰는 해당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