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다정하게, 가까이
하명희 지음, 김효정(밤삼킨별) 사진 / 시공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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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말 한마디에 속상하고, 서럽고, 때론 원망의 골이 깊어진다.

따뜻한 말 한마디면 다 되는데, 따뜻하지는 못하더라도 날이 서지 않는 평범한 말 한마디면 되는데, 우리는 왜 이런 간단한 습관조차 갖고 있지 않아서 서로의 감정이 아파야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누가 누구에게 위로의 말을 전할까.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고, 말을 듣는 것도 부담스러워지는 요즘이다.

나만 그럴까? 아니면 시간이 변해서 세상이 변해서 그리고 사람들이 변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

 

<따뜻하게 다정하게, 가까이>라는 제목으로 왠지 마음이란 존재가 포근하게 다가옴을 느끼게 되는 단어이다.

책 제목이 이러하니 어떤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궁금해진다.

책의 글이 마음으로 다가온다면 책 속의 사진은 눈으로 다가온다.

사람들과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사진이 있다.

 

사람을 멀리할 수는 없다. 내가 싫든 좋든 늘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가게 되고, 싫든 좋든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되고, 싫든 좋든 그 사람의 말에 나의 감정이 조금은 건드려진다.

작가의 말처럼 살아보기 전엔 알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다.

맞다. 정말 많다.

내가 이렇게 살아갈 거야, 내가 이렇게 가족이나 아이들에게 지침이 되어줄 거라는 계획은 하지만 매번 그 계획은 수정되고 또 수정된다. 그러면서 나는 배운다.

처음에는 화도 나고, 감정도 상한다.

하지만 결론은. 그래 나도 이런 상황이 처음이잖아. 나도 배우는 거네.라고 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겪었던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배운 것인 양 타인에게 침을 튀어가면 설교를 한다. 때론 위로하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주입한다.

그러면 뭐하나. 그때의 내가 느꼈던 감정은 지금 내 눈앞에 힘들어하는 이들의 감정과 다른 것인데....

현실은 그대로고 삶은 살아가야 되는 것인 걸(프롤로그중에서)

 

그런데 묘하다.

서로 아니라고 하면서도 때론 위로를 해주고 싶고, 때론 위로를 받고 싶다.

이래서 사람인가 보다.

이래서 정이 있는 사람인가 보다.

이래서 정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보다.

 

<따뜻하게 다정하게, 가까이>는 제목부터 차근차근 읽어보게 된다.

제목의 문장 하나에 그 모든 것이 담겨있음을 느낀다.

에세이가 그렇다. 그냥 내가 끌리는 그 부분부터 읽으면 좋다.

오늘은 이런 문구가 눈에 띄네 하면 그것부터 읽어서 좋다.

오늘은 이 말에 대한 의미가 뭘까? 라는 생각으로 뒤적거려도 좋다.

 

<따뜻하게 다정하게, 가까이>가 그런 에세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거의 다 해놨는데 결과는 타인이 가져간다. 억울하다. 화가 났다.

그런데 <따뜻하게 다정하게, 가까이>에서 이런 문구를 읽었다.

인생이라는 게 손해를 보면서 배우는 것도 있잖아. 실패하면서 배우는 것도 있고.

뭐. 구구절절한 설명을 곁들이지 않아도 이 문장 하나로 끄덕이게 된다.

 

마음은 따뜻하면서 강해야 합니다.

요즘의 나에게 가장 적합한 말이다.

수능을 치르고 결과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고 있는 아들을 보는 나에게, 이 어려운 시기에 새롭게 일을 시작하게 된 남편을 보는 나에게 가장 적합한 말이다.

내가 마음은 따뜻하면서 강하게 발에 힘주고 서 있다면 남편도, 아들도 위로를 받지 않을까?

엄마의 존재가, 아내의 존재가 이럴 때 이런 모습으로 남아주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일일 테니까.

 

좋은 남자다. 자신을 괜찮게 만들어주는 남자는.

나는 이것을 읽고 눈물이 났다.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나를 읽어주고, 내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남편의 모습과 겹쳐져서 고마움의 눈물이 났다.

모난 내 성격을 변하게 해주고, 모난 내 성격이 상처 때문임을 알고 늘 들어주는 남편 때문에 나의 상처가 어루만져지고, 가시가 점점 없어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내 남편은 참 좋은 남자다. 나를 괜찮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고마워. 같이 늙어가줘서.

혼자되신 시어머니를 볼 때마다 옆에서 같이 나이 들어가는 남편이 눈에 띈다. 늘 꼿꼿하고 대쪽같던 성격이 혼자 된 이후로는 노인네의 고약한 성격으로 남겨지는 시어머니를 볼때마다 옆에서 같이 움직이고 같이 세상을 바라봐주는 남편이 있어서 좋음을 느낀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조용한 노후를 함께 보낼 때 내 옆을 지키는 남편에게 말할 테다.

고마워. 나랑 같이 이 세상 살아가 줘서. 라고

 

<따뜻하게 다정하게, 가까이>는 이런 에세이다.

내 마음속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는 그런 에세이다.

상처를 맞대기 싫어서 피하던 나의 진심에 가까이 다가가고, 원망 때문에 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다가가게 하는 그런 에세이다. 있는지도 몰랐을 상처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던 이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가는 그런 에세이다.

 

에세이를 읽고 마주치고 싶지 않던 나의 진심을 마주하고 바라보게 되는 창밖의 가을 햇볕이 유난히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에게

따뜻하고 다정하게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는 마음 때문아닐까.

오늘의 이 따뜻함을 내일은 나의 남편에게, 그 다음 날은 나의 아이들에게, 그리고 또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씩 열어 보여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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