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랑이야 - 드라마 에세이
노희경 극본, 김규태 연출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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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마음의 병인지를 모르고 방치한 탓에 슬픔과 좌절, 그리고 분노를 달래지 못하고 극적인 표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에게도 해가 되고, 주변 사람에게도 해를 주는 너무나 무서운 일들이 많이 생기곤 합니다.

마음의 병이라는 것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춘기 같은, 피부 위의 작은 딱지 같을 수도 있지만, 인구의 80퍼센트가 다양한 신경증을 앓고 있다고 하는 통계를 본다면 그저 잠깐의 아픔이라고 말하기에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이 무척이나 많고, 이젠 그것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서로 인정해야 하는 그런 현대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병을 치유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것이 의학적 표현인 정신과 운운하게 되면 외면하고 말아버립니다.

정신과적이라는 표현이 극단적인 행동, 이를 테면 집착이나, 소유, 과격한 행동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절대 나에게서 나타나서는 안 되고, 내 주변에 나타나도 안되는 일종의 금기시 되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다른 면으로 이야기하자면, 요즘은 힐링이라는 표현을 많이 합니다. 왜 이 단어가 이슈가 되고, 관심을 얻을까요?

그것은 마음의 병이 깊어지고, 많아지기 때문에 치유해야 한다는 일종의 몸부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힐링을 찾는다는 것은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싶어하는 무의식의 표현이 아닐까요?

 

 

얼마 전 <괜찮아 사랑이야>라는 드라마가 종영되었습니다.

인기 배우 조인성과 공효진의 케미때문에 입소문이 난 것도 있지만, 또 다른 면으로는 정신과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병.

드라마에 나오는 여러 마음의 병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공효진이 맡은 역은 쿨하고 시크한 정신과 의사입니다. 타인의 정신 상담과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이지만 그녀 역시 마음의 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것을 치유하지 못하고 그저 못 본 척 방관하고 있습니다.

남주인공 조인성이 맡은 역은 미남에 능력 있는 인기작가입니다만, 그 역시도 상당히 깊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습니다.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단순히 청춘 남녀의 연애로만 보여지겠이겠니 예상을 했지만, 등장인물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마음의 병에,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면서 가슴도 아프고 큰 다행이라는 마음에 마음이 울컥해서 눈물이 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무슨 눈물을 흘리느냐, 중년의 아줌마가 드라마에 빠진다더니 그런 거냐고 놀릴지도 모르겠지만, 등장인물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병이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는, 내 주변의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의 여운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을 때 <괜찮아 사랑이야>의 드라마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드라마의 주요 명대사나 주요장면 그리고 배우들의 미공개 화보가 담겨있습니다.

주옥같은 드라마를 만들어낸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감독의 인터뷰와 조인성, 공효진의 인터뷰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독자들이 너무 좋아할 드라마의 멋진 현장 메이킹 포토도 담겨 있습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우리가 들여다보게 되는 마음의 병은 무엇일까요?

의붓아버지에게 맞던 재열은 싫었습니다. 맞는 것도 싫고, 엄마가 맞는 것도 싫고, 엄마를 보호하지 못하는 자신도 싫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웠습니다. 해수는 엄마가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와 20년 넘게 불륜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것 때문에 섹스는 사랑하는 남녀가 가장 뜨거움을 표현하는 방법인데 나쁜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인지할 사이도 없이 발병할 투렛증후군을 앓는 박수광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살인사건의 목격자였지만 동생을 살리기 위해 위증을 합니다만 그것으로 마음에 분노가 가득한 재열의 형 재범이 있습니다. 19살인데 제 멋대로입니다. 학교 안 가고, 삥 뜯고 애들 때리고 결국 학교도 그만두고 품행장애라는 마음의 병을 가진 오소녀라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뿐일까요? 살기 위해서 남편 아닌 다른 사람과 관계했던 엄마도 있고, 작은아들을 위해 큰아들의 억울함을 모른척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결벽증 환자의 이야기도 있고, 트렌스젠더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환시 환자와 집착증 환자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만약에 그때, 병을 앓게 되었던 그 원인이었던 그때 누군가 조금만 마음을 거들어 주었더라면, 누군가 '괜찮니'라고 물어봐 주었더라면, 그리고 내가 나를 조금 더 사랑하였더라면 마음의 병이 그토록 깊어졌을까요?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서,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병이 내 마음속에 가라앉은 상태로 같이 늙어가지 않게 그 침전을 걷어냈으면 좋겠습니다.

 

트라우마에 얽매여 평생 묶여 사는 낙타가 되지 말았으면 합니다.

태양이 뜨면 뜬 줄 알아야지. 내 과거는 지나갔다! 없다! 난 자유다. 강하다! 무지 강하다!

나 자신에게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울어야 할 때면 울었으면 좋겠습니다. 화를 낼 때면 화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묻어두는 것이 좋은거라고 무조건 가슴속에만 담아두면 나중에는 더 걷잡을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납니다.

병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내 주위의 모든 것이 어긋나 버립니다.

 

 

 

사람을 위한 배려는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조금 더 편하게 하는 것, 내 옆에서 조금 더 웃을 수 있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배려가 아닐까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슬픔 때문에 눈물이 난 것도 있지만 안갯속을 헤매던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그것을 품에 안고 자기 자신에게 미소를 ㄸ끼는 그 모습에 마음이 울컥함이 많았습니다.

 

나만 힘들 게 아니다. 너도 힘들었구나. 나만 외로운 게 아니었구나. 사람이란 게 원래 그렇게 외로운 것이었구나.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었던 것이구나. 나도 너도 알고 보니 참 괜찮은 사람이었구나.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조금 특별했구나.

그렇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이렇게 칭찬하고 안아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말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도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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