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통과의례 - 1998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4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어린아이의 틀을 벗어나 성인의 길목에 들어설 때 어른들은 성인식을 통해 아이들에게는 축하와 함께 성인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르쳐줍니다.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죠. 물론 좋은 점도 있지만 아직은 어린아이의 시야로는 무섭고 두려운 의식으로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미국 인디언의 한 부족은 13세가 되면 맹수가 나타나는 계곡에서 혼자 하룻밤을 보내게 하고, 번지점프를 통해 성인으로 인정받는 것도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18세가 되는 생일파티에서 열쇠마크가 새겨진 카드를 받음으로써 귀가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지만 그 후의 행동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의 성인식도 있고요.

물론 우리나라에도 성인식이 있습니다. '성년례'라는 의식이 있죠. 남자는 갓을 쓰고 여자는 쪽을 지는 행사로 성인이 되었음을 알리는 의식이죠.

 

<잔혹한 통과의례>는 이런 성장의 통과의례에 관한 소설입니다.

소설의 배경인 웨이머 마을에는 가족 축제 기간이 있습니다. 이때 5천 마리의 비둘기를 공식적으로 사냥할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물론 비둘기를 쏠 수 있는 것은 기부를 한 사람에 한해서이고 이 기부금은 마을 공원 유지를 위해 사용되고 있죠.

이 축제에서 성인으로 인정받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링어'입니다. '링어'란 비둘기 목을 비트는 사람입니다. 열 살이 된 남자아이만 참여할 수 있는 '링어'는 어쭙잖게 총을 맞아 죽지도 못해 괴로운 비둘기의 목을 비트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마을의 오랜 전통이고 주인공 파머의 아버지 역시 '링어' 출신이고 사수였기 때문에 어쩌면 파머 역시 당연히 '링어'가 된다고 자부할지도 모릅니다만, 파머는 절대적으로 그 잔인한 일에 동참하고 싶지 않습니다.

 

파머는 고민을 합니다. 마을의 관습인 만큼 '링어'의 역할에 동감을 해야 하는데 영 마음이 편치않습니다.

사실 '링어'의 일은 잔인하기만 합니다. 9살, 10살 소년에게 비둘기 목을 비틀라니요.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너무 다른 내용이라 제목대로 '잔혹한' 면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성장통의 하나라고 하니 읽어봅시다.

파머는 친구들과의 어울림도 고민됩니다. 생일을 맞은 나이만큼 두드려맞습니다. 그런 의식을 치른 후에 패거리의 일원이 됩니다.

집단적 동지감을 얻는다고 할까요? 하지만 아마 그 아이들 모두 마음이 여린 부분이 있지만 서로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큰 소년, 어른의 한 부분을 따라가는 것이기도 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파머의 생각을 바꾸게 한 것이 바로 비둘기입니다. 곧 있을 마을 축제에 죽지 않으려면 피해야 하는데 이 바보 같은 비둘기는 파머를 따라다니고, 매일 창문 앞으로 찾아옵니다.

 

어린 소년이 어른으로 되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소설이 <잔혹한 통과의례>입니다.

아주 사소한 행동이라도 파머일행에겐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됩니다. 도로시를 놀리는 것, 생일 맞은 아이에게 행하는 의식, 그리고 '링어'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은 소년으로 남자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든 소년이 다 이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겠죠. 정해진 룰이지만, 따라가고 있지만 마음까지 다 공감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남자가 되고, 어른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좋은 것은 좋다고 말할 줄 알고, 싫은 것은 싫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파머는 솔직히 '링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마을의 축제로 자리 잡은 전통이고 관습이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용기를 파머는 가지게 됩니다.

소년, 남자, 친구라는 울타리 때문에 매번 망설이게 되지만 파머는 점점 자신의 의사 표시를 하는, 무엇이 옳은가를 깨닫고 그것을 위해 움직이는 소년으로 성장합니다.

이런 파머에게 가족은 응원 합니다. 엄마는 파머의 비밀을 모른 척 해줍니다. '링어'를 했었고. 비둘기 사냥꾼을 한 파머의 아빠도 파머의 결정에 힘을 실어줍니다.

 

<잔혹한 통과의례>는 미국도서관협회가 매년 미국 아동문학 발전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작가에게 주는 아동문학상인 '뉴베리 상' 수상작입니다. 우리나라의 정서로 보자면 잔혹한 면이 있습니다만, 이것을 아동문학의 발전으로 꼽았다고 하니 공감되는 부분은 좀 적습니다.

원제가 'Wringer'입니다. 짜는 사람, 짜는 기계, 또는 비튼다는 의미처럼 아마도 파머가 당한 상황이 독자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할 지도 모릅니다. 또는 마을 축제가 가지는 의의보다는 그 행위의 잔혹함에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어른의 세계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녹록하지 않은 것이 바로 어른의 세계이고 성장의 끝이겠죠.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어른들도 지금의 자리까지 도달하기에는 무척 많은 경험과 잔혹함과 슬픔과 갑갑함을 이겨낸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야 어른이 된다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일들이 나에게는 어렵고, 내겐 쉬운 일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괴로움을 줄 때도 있다는 것을 이 책과 함께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어른으로의 성장이  저절로 쉽게 얻는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잔혹한 통과의례>에 나오는 주인공이  한걸음씩 성장하는 모습을 공감하면서 성장통을 경험하는 독서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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