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 형제 동화집 ㅣ 올 에이지 클래식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2월
평점 :
그림 형제 동화집은 어릴 적 늘 접하던, 상상력의 풍부함을 더욱 불러일으켜주던 동화입니다.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행복한 한스, 브레맨 음악대 등, 오히려 그림 형제의 동화가 전래 동화보다 더 재미있게 읽혔던 어린 시절이 있습니다.
<그림 형제 동화집>에는 시대와 나이를 초월해 전 세계의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19편의 동화를 재구성하였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줄거리만 기억하고 있다가 이번에 <그림 형제 동화집>을 읽으면서 그림 형제가 결코 감추려고 하지 않았던 동화의 실체, 그림 형제가 전하려던 독일의 옛이야기를 제대로 읽게 되었습니다.
<그림 형제 동화집>을 어른의 시선으로 읽으면서 그림 형제에 대해 꼼꼼하게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잇습니다.
그림 형제들이 발표한 동화는 독일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독일의 전래동화입니다. 그림 형제는 그 이야기들 중에서 몇몇을 골라 자신들의 관점에서 개작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그림 형제 동화집>은 구전된 전래 동화라기 보다는 '그림 형제가 들려주는 독일의 옛이야기'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고 하네요.
이런 <그림 형제 동화집>은 전세계를 아울러, 그리고 시대를 아울러 꾸준히 읽히는 200년의 시간을 가진 동화입니다. 독일 민족의 신화와 세계관 그리고 문학의 정신이 담긴 <그림 형제 동화집>은 100여 개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고, 2005년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그림 형제 동화집>은 어릴적 읽었던 그 내용보다 때론 잔혹하기도 하고, 때론 냉정하기도 한 내용이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을 위해 각색을 하였기 때문이죠. 이번에 원작에 가까운 내용을 살펴보니 또다른 재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몇가지만 살펴본다면은요.
|
결혼식장에 들어선 왕비는 한눈에 백설공주를 알아보았어요, 왕비는 너무나 두렵고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서서 꼼짝도 할 수 없었어요. 누군가가 숲불 위에 놓여 있던, 쇠로 만든 슬리퍼를 부집게로 집어 왕비 앞에 가져다 놓았어요. 왕비는 시뻘겋게 달아오늘 그 신발을 신고, 죽어서 땅바닥에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춰야 했지요.(p26)
|
백설공주가 왕자를 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기억되는 장면에서는 못된 왕비가 벌을 받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첫째, 아무리 스스로 품위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보잘것 없는 사람을 놀려 댈 생각은 꿈에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에요. 설사 고슴도치라 해도 말이죠. 그리고 둘째, 결혼을 할 때는 자신과 신분이 같은 여자들 중에서도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는 게 가장 좋아요, 고슴도치라면 아내도 역시 고슴도치이도록 주의해야 하지요.(p52)
|
또 다른 동화 토끼와 고슴도치라는 동화에는 현실적인 조언을 보여주는 부분도 있습니다.
당시 독일에서 그림 형제의 동화집이 나왔을때 이야기에 담겨진 잔혹성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동화라고 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기에는 잔인한 장면이 있었지만 그림 형제는 당시의 현실에 귀감이 되는 이야기를 어떤 수정없이 그대로 전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런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때문에 착한 사람은 행복을 당연히 가져야 하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게 된다는 결말을 더 잘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신데렐라라고 알려진 동화의 원제는 재투성이 아가씨 아센푸텔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도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왕자가 신발의 주인을 찾는 장면에서 아센푸텔의 새엄마와 자매들의 이야기입니다.
|
슬리퍼는 큰딸에게는 너무 작았어요. 그러자 새엄마가 칼을 주며 말했어요.
"발가락을 잘라 버려. 왕비님이 되면, 걸어다닐 필요가 없으니까."
큰딸은 엄지 발가락을 싹둑 잘라 내 뒤, 슬리퍼 속에 발을 억지로 집어넣었어요.(p224)
|
여기에서 왕자는 두 딸이 모두 슬리퍼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또 다른 딸을 찾습니다. 이때 아셴푸텔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합니다.
|
"없습니다. 죽은 아내가 낳은 아셴푸텔이 있기는 합니다. 그 애는 어린 데다 별로 쓸모도 없는 아이입니다. 그 애는 왕자님의 신부가
될 수 없습니다."(P226)
|
친딸의 행복을 위해 당연히 편을 들어줘야 하는 아버지의 반응. 독자로써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합니다.
이처럼 <그림 형제 동화집>은 동화속에서 보여지는 당연해야만 하는 착한 행동이라던가, 마음이라던가 등등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에 또다른 동화의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때론 행복함을 느끼는 동화를 기대하곤 하지만, 때론 아름다운 동화속에서 잔인한 현실을 깨우치기도 하게 합니다.
<그림 형제 동화집>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많은 독자들이 찾는 그런 이야기가 되는 것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