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올 에이지 클래식
이효석 지음 / 보물창고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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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경향으로 시선을 끌기도 했던 1920년대 대표적인 단편소설 작가 가산 이효석

그의 수작인 <메밀꽃 필 무렵>을 타이틀로 보물창고에서 올 에이지 클래식 시리즈로 나왔습니다. 올 에이지 클래식은 청소년부터 성인들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시리즈물인데요, 이효석의 작품 <사냥> <고사리> <수탉> <들> <석류>를 1부에서 그리고 <메밀꽃 필 무렵> <산> <돈豚> <도시와 유령> <개살구>를 2부에 엮어놓고 있습니다.

이효석의 작품은 주로<메밀꽃 필 무렵>만 기억하게 됩니다. 장돌뱅이의 떠도는 삶을 빌어 삶의 한스러움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으로 돌고 도는 인생을, 허생언과 조선달, 동이 세 사람이 걸어가는 길은 우리의 인생길을 나타내는 것으로 표현하는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필체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 에이지 클래식에서는 이효석의 단편 10편을 읽을 수 있습니다. 사실 <메밀꽃 필 무렵> 이외에는 읽어본 것도 있지만 안 읽어본 작품도 있습니다. 보물창고의 <메밀꽃 필 무렵>은 작가의 원전에 충실하였기 때문에 당시의 표현력이라던가 고전에서 읽을 수 있는 새로운 어휘를 보는 재미도 새롭습니다.

 

이효석의 작품에는 性을 곳곳에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인간 본연의 본성이지만 왠지 性이라고 하면 숨겨야 하는 것, 창피한 것, 은밀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죠. 그런 점에서 이효석 작가는 성과 애욕을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감정으로 여기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이효석 작가가 활동하던 시기는 바로 일제 강점기였죠. 성을 표현한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센세이션한 사건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효석 작가의 작품을 性성() 본능과 개방을 추구하는 것만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작품에는 제2차 성징을 맞닥뜨린 청소년의 심리가 담겨 있습니다. 어른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맞대는 '홍수'도 있고, 그런 홍수를 보면서 어른 흉내를 내는 '인동'도 있습니다. 능금을 서리하다 무기정학을 받고 속상해 있는 '을손'의 눈에 옆집 닭에게 물어뜯기는 수탉이 마치 자신의 모습 같아 무의식중에 죽이고 맙니다.

물론 한적한 시골의 정서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성도 역시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이효석의 작품 세계가 궁금해집니다.

1928년 <유령과 도시>를 발표하면서 경향 문학의 동반 작가로 인정받았다. '경향문학이란 일본 식민지 시대에 등장했던 계급문학운동의 창작적 실천 과정에서 비롯된 계급문학 작품을 총칭한다'고 정의를 합니다만, 사실 상당히 깊숙이 공부를 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효석의 초기의 작품은 경향 문학의 성격이 짙었지만 이후 순수 문학을 추구하게 된다. 그리하여 향토적, 이국적, 성적 모티브를 중심으로 한 특이한 작품 세계를 시적 문체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합니다. 이효석의 작품 세계의 특징은 한마디로 향수의 문학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안으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밖으로는 이국에 대한 동경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 에이지 시리즈의 <메밀꽃 필 무렵>에 수록된 이효석의 작품은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 기회를 주고, 자연이 가진 생명력과 그에 대한 깊은 통찰을 살펴보는 독서가 됩니다. 어른의 세계를 미리 엿볼 수 있는 묘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고, 어른들에게는 기억 속에 흐릿해져 가는 청소년기의 감성을 다시 떠올리는 서정적인 독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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