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2 : 1차 십자군과 보에몽 편에 들어갑니다.
책 날개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반전과 평화를 넘어...관용과 공존을 생각한다."
21세기 벽두 미국은 '악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다. 11세기 말 십자군은 '이슬람으로부터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전쟁을 일으켰다. 900여 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한 두 전쟁은 묘하게 닮았다.
'명문도, 최소한의 도덕성도, 정의도 없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의 현실'을 보면서 작가는 "기억은 약한 자의 마지막 무기이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십자군 이야기>를 기록했다.
우선 독자로서 십자군에 대해 상당히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고 시인해야겠습니다.
물론 이는 우리가 배웠던 역사의 관점, 즉 서방세계가 논한 역사를 반복해 배우는 관점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도 있겠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시점을 체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듭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입니다. 그래서 어떤 승자가 어떤 관점으로 써서 후세에 남겨지느냐에 따라 역사를 판단하는 시야가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역사 역시 많은 작가의 정확한 서술과 객관적인 시점에서 쓰인 책이 나오는 터라 중.고생때 배웠던 역사의 관점을 저 역시도 아주 새롭게 알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십자군은 표면상으로는 성지 회복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일어났습니다만 실제로는 동방정교회를 로마 카톨릭 관할권 아래 흡수, 통합시키고 교황권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1차 십자군 역시 종교를 명분으로 내세우기는 했지만 결국 경제적인 욕심이 주된 바탕이라고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여기에 당시 서유럽의 영주는 장남 이외의 아들들은 상속권을 부여받지 못했기 때문에 미지의 땅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것도 십자군 발발의 한 원인이 됩니다. 당시 영주의 아들은 장남을 제외하고는 상속받는 유산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십자군 전쟁에 더욱 맹목적으로 동참하게 되는 경우가 많게 됩니다.
2권에서는 보에몽이 군중 십자군에 대한 승리로 자만하고 있던 니케아를 1차 십자군은 점령하고 이어 안티오키아를 공략합니다. 그리고 예루살렘까지 정복하게 되는 과정을 보게 됩니다. 전쟁은 결국 약탈과 학살만 남게 됩니다. 끔찍한 만행에 대해서는 책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전쟁은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결론을 내린다는 것을 여기에서 이해하게 되는군요.
2권 1차 십자군과 보에몽 편은 좀 복잡한 면이 있습니다. 십자군 전쟁이 8차까지 진행되고, 대부분의 십자군 전쟁의 결과를 발전적인 면, 이를테면 르네상스 문명의 발달, 화약의 발달, 신생국가의 탄생 등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외우기 바쁜 역사 시간이었던 기억이 많아서 1차 십자군의 행보가 복잡하고 헷갈리는 점도 있습니다. (이렇게 얽히고설킨 1차 십자군 시대를 단 몇 줄로만 외웠다니..새삼스럽게도 합니다.)
2권에서 말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일까요? 보에몽과 1차 십자군의 행패를 두고 무엇을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정의"에 관한 것입니다.
갑자기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베스트셀러가 떠오릅니다만, 제목만 보고 어려울 것 같아 읽지 않았는데 좀 읽어둘 걸이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힘이 곧 정의일까요?
2권에 따르면 맞다고 하기도 어렵고,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부분입니다.
후반에 첨부된 고전 읽기에서는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5권과 플라톤의 <국가> 1권을 읽고 '정의'라는 것에 대해 독자에게 명제를 던집니다.
이 '정의'에 대해 그리고 힘과 연관성이 있다는 무언의 찬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인가 봅니다.
재미도 있지만,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2권입니다.
만화라는 점을 들어 때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부분도 있지만, 역사지식이 약한 독자들이 보기에는 더 헷갈리게 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작가는 십자군 전쟁을 기독교와 이슬람의 중간에서 객관적으로 중심을 잡으려고 했던 부분은 독자들이 함께 공유하는 시선을 가졌으면 합니다.
신의 이름으로 미개 문명을 일깨웠다는 서양 중심의 사상을 다른 시선, 다른 관점에서 보는 역사적 시선을 가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