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또 올게 - 아흔여섯 어머니와 일흔둘의 딸이 함께 쓴 콧등 찡한 우리들 어머니 이야기
홍영녀.황안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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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눈물을 흐르는 이가 있다. 친정엄마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포근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딸들이 많다. 늘 기대고 싶고, 늘 투정을 부려도 언제나 넓은 가슴으로 받아주는 친정엄마의 이미지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모습이다.

 

<엄마, 나 또 올게>는 책이 나오게 된 배경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짠함을 남긴다. 홍영녀 어머니는 70세가 되어 한글을 떼고 그때그때의 일기를 서툰 글씨로, 서툰 표현으로 남겼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80세에 생애 첫 번째 책을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어느 날 친정 엄마의 옷장에서 8권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평생을 무학으로 살아오신 어머니이고 병환으로 몸 고생을 하던 중이었다. 딸은 어머니의 글을 읽는다. 맞춤법도 틀리고, 서툰 글씨였지만 그 속에 담긴 어머니의 심경은 읽은 딸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딸은 이 글을 책으로 펴낸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어머니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이 책이 나온 계기로 <인간극장> 프로에 나오기도 했다. 딸 황안나씨는 교직 생활을 접고 제2의 인생을 멋지게 꾸려가는 홍영녀 여사의 맏딸이다. 72세의 그녀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연재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얼큰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엄마, 나 또 올게>는 힘들고 고된 인생을 보내고 외로움과 시간의 덧없음을 느끼는 어머니의 심경이 짧은 글에서 자식에게 보내는 글에서 느껴진다. '엄마'라는 단어는 모두에게 따뜻함을 준다. 포근함을 준다. 하지만, 또 다른 면으로는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나이의 덧없음과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는 엄마의 심경을 느낄 수 있다. 늘 강인한 모습으로 자식을 품에 안는 엄마이지만 가슴의 아픔을 삭이고 또 삭히는 엄마의 심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엄마, 나 또 올게>를 읽고 이해인님은 '엄마가 한없이 그리워지는 책을 읽었습니다. 오늘은 저도 하늘나라에 전화를 걸고 싶어집니다'라는 추천사를 남겼다.

추천사의 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 세월의 한을, 그 세월의 흔적을 삐뚤삐뚤 적어내려 간 홍영녀 어머니의 마음이 오히려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그렇게라도 흔적을 남기고 싶었던 무언의 소리였을까? 언젠가는 떠날 이 세상에 대한 정리였을까?

자식이 그리워 보고 싶어하다가도 바쁜 세상 바쁘게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에게 괜한 투정을 부리는 것이라 자신을 타박하는 어머니, 몸도 아프고 마음도 외로워 오래간만에 보는 자식들에게 괜한 성질을 내고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어머니, 온종일 적막강산인 방안에서 외로움을 혼자 견뎠을 어머니. 짧은 글 속에서 보이는 어머니의 마음은 자식으로서 참 후회하고 안타깝고 부끄러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칠순을 맞이하는 나의 친정엄마가 겹친다. 아직도 나는 엄마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제대로 해주질 못했다. 그저 나 사는 것이 팍팍하다는 이유로 그저 나만 우선으로 생각하고, 나의 상황을 우선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친정엄마는 지나간 세월을 그저 이야기하면서 추억 속에서나마 화려하고 당당했던 엄마의 자신을 찾고 싶었을 뿐인데 딸인 나는 귀찮다는 이유로, 반복되는 이야기라는 이유로 엄마의 감정을 무너뜨렸나 보다.

 

"엄마, 나 또 올게"

오랜만에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고 잠시 앉아 있다가 엄마에게 말을 하면서 집을 나선다.

출발하는 차 뒤에 서서 끝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친정엄마의 모습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뭉클함과 함께 떠오르는 것일까?

그저 그 마음을 그대로 읽어주는 그런 딸이 되어주어야겠다. 내일 날이 밝으면 엄마에게 전화해야겠다.

 

<엄마, 나 또 올게>는 딸의 뾰족한 마음을 선하게 누그러뜨리는 그런 에세이다. 늘 그곳에 있을 거라 믿는 엄마를 나이가 들어 힘이 빠진, 약하디약한 엄마로 다시 떠올리게 하는 그런 아련함의 글이다.

늘 시골집에서 딸의 뒷모습을 마중하던 엄마에게 하던 "엄마, 나 또 올게"라는 말은 이젠 산소를 뒤에 남겨두고 오는 말이 되었다. 하지만, 그 어머니의 질팍한 인생은 하나의 책으로 그리고 딸의 글로 남아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독자들은 아흔여섯의 엄마와 일흔둘의 딸이 서로 잡고 있던 그 끈끈함을 고스란히 전해 받는다. 뭉클함과 함께. 오래 세월이 지나 나도 나의 친정엄마도 이런 끈끈함이 있음을 기억하고 싶다.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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