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올 에이지 클래식
안네 프랑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세계인들이 꾸준히~많이 읽고 있는 책은 바로 <성경>이라고 합니다. 그 뒤를 이어 이슬람의 경전, 마오쩌둥의 어록, 세익스피어의 작품, 반지의 제왕과 추리 작가 크리스티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쟁쟁한 작품들과 함께 나란히 견주어지는 책이 바로 <안네의 일기>입니다.

<안네의 일기>는 한번쯤 읽어봤을 클래식 고전의 하나입니다.

어린 소녀가 전쟁의 두려움 속에서 겪은 일상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 많은 독자들이 그 소녀가 겪었을 두려움을 함께 나누고 싶고, 전쟁과 평화를 언급하기 좋은 예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린이가 읽을 수 있게 구성한 <안네의 일기>가 여러곳에서 출판되어 많이 읽어봤겠지만 보물창고의 <안네의 일기>는 안네의 순수한 마음과 사춘기 소녀의 갈등을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전해지도록 완역본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어른이 되고 다시 읽어보는 <안네의 일기>는 읽는 내내 안타까움이 전해져 또다른 느낌을 주는 독서 시간이었습니다.

 

1942년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은신처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고 이 좁은 공간에서의 생활은 1944년 8월 1일까지 이어집니다.

당시 유대인들이 박해를 받아야만 했던 정치적, 시대적 배경은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어느날 갑자기 따뜻한 집과 친구들과의 활기 넘치던 학교를 뒤로 하고 좁은 공간에서 시간별로 움직여야 하는 그런 생활은 사춘기 소녀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일이었을 겁니다. 더구나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섞여 산다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참 견디기 힘든 인내의 시간이었을 겁니다. 안네는 그 좁은 은신처의 생활을 때론 어른스럽게, 때론 투정을 부리듯 일기장에 고백하고 있습니다.

 


숨지도 못하고 살아가야 하는 다른 유대 인을 생각하면 이곳 생활은 천국이라고 항상 생각해. 하지만 나중에 모든 것들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갔을 때 집에서는 그렇게 깔끔하게 살았던 우리가 이렇게까지 타락한 생활을 했다는 생각을 하면 깜짝 놀라게 될 것 같아. 그건 우리 생활 습관이 퇴보했다는 뜻이야.


독자들은 <안네의 일기>를 떠올리면 잔혹한 전쟁의 두려움에서도 꼿꼿하게 자신을 세운 모습을 기억하곤 합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시작된 은둔생활은 녹녹치 않습니다. 가족간의 갈등, 오랜 은신 생활에서 느껴지는 불안감, 외로움, 좌절감, 살아남기 위해 견뎌야했던 불결한 생활환경등 밖에서 혼란스러운 전쟁과 함께 안네는 자신이 겪어야 하는 혼란함. 즉 사춘기의 질풍노도를 함께 겪어냈기 때문에 독자들의 안타까움은 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쿠피스 씨가 와서 딸 코리의 하키 클럽, 카누 여행, 연극 공연, 친구들 이야기를 해 주었어. 내가 코리를 질투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단 한번만이라도 즐겁게, 배가 아프도로고 웃어보고 싶어. 특히 요즘처럼 크리스마스 휴가와 신년 휴가가 있는 때에는 이곳에만 숨어 지내고 있는 게 마치 추방된 사람 같은 기분이 들어. 하지만 이런 글은 쓰지 않을래. 고마운 것도 모르는 것 같고 내가 좀 과장하는 것 같기도 해서 말이야. 하지만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난 나 혼자서만 이 모든 생각을 견디고 있을 수가 없어.


안네는 이성에 대해 눈을 뜹니다. 그 복잡한 생활속에서 무슨 사랑의 감정이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춘기의 여정은 당연한 성장통이죠. 안네의 불안한 은신처 생활은 이 성장통으로 잠시 분홍빛을 밝히기도 합니다.

 


내 사랑.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겨서 열린 창문으로 들여오는 새소리를 들으며 두 빰ㅇ 쏟아지는 햇살을 느끼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의 팔에 안겨 그가 내 곁에 있다는 걸 느끼고있으면 너무 마음이 평화로워져. 아무 말 않고 있어도 나쁘지 않아. 그 고요함이 오히려 더 좋아.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무쉬에게조차도.


1944년 7월. 안네는 전쟁이 끝날 듯한 상황에 들뜹니다. 하지만 조심스러움도 여전합니다. 행여 끝나지 않을 전쟁을 한가지 뉴스로 너무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스스로 다독이기도 합니다. 은신처의 생활은 안네의 생각을 무척 어른스럽게 바꿔놓았던 겁니다.

 


키티에게.

모든 것들이 너무 잘되고 있어서 난 지금 희망에 부풀어 있어. 정말 잘돼 가고 있거든!  어마어마한 뉴스가 있어! 누군가 히틀러 암살을 시도했는데 범인은 유대 인도 아니고 영국 자본가도 아니고 바로 독일군 장교래. (중략) 아무튼 이번 사건은 전쟁에 염증을 느끼고 히틀러가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걸 보고 싶어 하는 장교와 장군이 많다는 걸 확실히 보여 주는 증거야. (중략) 내가 무슨 말하는지 알겠지? 아니면 내가 너무 두서없이 이야기했나? 어쩔 수 없어. 10월부터 학교 의자에 앉아 있을 생각을 하니 너무 즐거워서 도저히 논리에 맞게 이야기를 할 수 없거든!


하지만 이런 바램도 허무하게 안네의 일기는 1944년 8월 1일을 마지막으로 끝이납니다.

은신처가 밀고로 발각되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수용소에 갇힙니다. 병으로 죽고, 충격으로 죽고, 마지막 생존자 안네의 아버지 손에는 안네의 일기장만이 남겨집니다. 딸아이가 그토록 원했던 작가의 꿈을 아버지는 그녀의 일기장으로 이루어줍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그녀의 일기는 안타깝고, 슬프게, 때론 눈물과 함께 미소짓는 그런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읽혀집니다.

 

정말 오랫만에 읽은 <안네의 일기>입니다.

엄마라는 타이틀을 짊어지고 있어서인지, 여린 소녀의 발버둥치든 그 감성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담담하게 읽어가는 딸아이보다 엄마가 더 눈물을 흘렸습니다.

 

좁은 수용소의 생활을 잘 견뎠었구나..그래도 살아남았었다..라는 말은 위로가 되질 않습니다. 글 속에 남아있는 안네에게 어떤 위로도 할 수 없습니다. 그 시간, 그 시절을 고스란히 보고 기록으로 남겼다는 자체만으로도 독자들이 <안네의 일기>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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