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의 레시피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1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예담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소중한 사람이 죽었다

남은 가족은 떠난 가족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나름의 정리를 해야한다. 하지만 막상 정리를 하려고보니 내 가족이라고 하면서도 잘안다고 말할 수가 없다.

아내의 존재, 새엄마의 존재가 원래 이런 것은 아니었을텐데, 남겨진 남편 아쓰타와 딸 유리코는 떠난 오토미를 어떻게 배웅해야 할까.

 

2010년 일본 독자들을 울린 감동의 베스트셀러, NHK 드라마 절찬 방영중이라 소개되는 소설 <49일의 레시피>

무뚝뚝한 남자와 그의 딸이 오토미가 생을 마감하고 그녀의 영혼을 보내야 하는 49재를 준비하는 동안의 여정을 그려내고, 함께 동행하는 독자들은 나의 가족에 대한 정과 사랑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다정다감한 성격이 아니었던 남편 아쓰타는 막상 부인이 죽자 간단한 살림과 식사 준비도 못하는 그런 무기력한 남자로 변한다. 집안 정리, 식사, 목욕..모두 하는둥 마는둥이다. 이런 구질구질하게 변해가는 아쓰타 앞에 금발머리에 피부를 까맣게 태운 여자아이 이모토가 나타난다. 죽은 아내 오토미가 생전에 부탁한 일을 하러 왔단다. 그리고 온 집안을 들쑤시며 정리를 시작한다. 어린 나이에 세상의 쓴맛을 너무 많이 아는 듯한 이모토의 행동에 아쓰타는 정신이 없다. 그러는 와중에 또다른 상처를 받고 지칠대로 지친 모습으로 딸아이가 나타난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느날 문득 아내가 떠나고 엄마가 떠났다는 소재로 소설은 진행한다. 거기에 더 극적인 요소를 가미한다. 그 죽은이의 존재가 재혼한 아내와 새엄마이다.



보통의 생각처럼 재혼한 아내와 새엄마에 대한 관계는 먼저 엄마와 친엄마에 대한 끈끈한 사랑이 덜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또한 남편과 전처 자식에 대한 사랑 역시 고만고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혈연이라는 것이 주는 의미가 끈끈한 반면 배타적인 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9일의 레시피>에 나오는 오토미는 그런 엄마, 그런 아내가 아니다.

소설속에서 오토미의 생활이 직접적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오토미가 떠나고 남겨진 그녀에 대한 기억으로 오토미라는 여인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오토미는 자신의 죽음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 정작 이것을 알았어야 하는 아쓰타와 유리코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몰랐다. 가족이라고 말하기가 참 부끄럽게 여겨진다. 사랑스런 아내의 모습보다는 늘 살림을 알아서 해주는 그런 모습으로 남아있는 오토미를 떠올리면서 아쓰타는 아련함이 남는다.

오토미가 얼마나 가족의 구성에 대해 목말라 했는지. 여자로써, 아내로써, 그리고 엄마로써 느끼는 소소한 행복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그녀의 죽음을 정리하면서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얼마나 무심한 남편이었나..미안하기만 하다.

 

오토미는 자신의 죽음뒤에 치러질 49재 법회를 하지 말라고 유언했다. 이 유언을 실천하는 이는 바로 그녀에게 또다른 사랑을 받은 이모토라는 여자아이다. 오토미는 가족이란 존재를 내 혈연으로만 정하지 않았다. 누구나 사랑 받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에 봉사를 하고 사랑을 베풀었다.

오토미가 베푼 사랑을 일깨워주는 것은 그녀가 남긴 레시피를 통해서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한다는 생활레시피, 이런 기분일때 어떤 음식을 해야한다는 요리레시피...그녀는 자신이 떠난 자리를 채워줄 레시피를 하나하나 적어가면서 준비하고 있었다.

 

고도화된 사회일수록, 삶이 편한 사회일수록 오히려 가족간의 정이 삭막해지는 시대인가보다. 엄마의 따뜻한 정성이 이토록 큰 감동을 준다는 자체가 어찌보면 참 부끄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손맛이라는 말처럼 엄마가 해주던 그 음식과 그 속에 담겨있는 정성과 무한한 사랑을 잊고 있는 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엄마의 그 따뜻함이 그리움 중에서 가장 큰 존재라는 것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가족이었지만 정작 자신이 주는 사랑보다 받은 사랑이 적었던 오토미. 그녀는 가족에게서만 그것을 찾으려 하지 않고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랑을 전해준다.

정작 가족은 그녀의 무한한 희생과 사랑을 다른이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가족들은 오토미에게 슬프고 미안하다. 하지만 독자들은 늦게라도 가족이 그것을 깨닫는 모습에서,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과정에서 나의 가족과 가족간의 사랑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소설속의 인물들이지만 이 정도로 서로 무심함을 가진 가족이 있을까라는 반문도 하게 되지만, 개인주의가 가장 우선인 현대에는 가능한 일인가보다.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에 어쩌면 더 무심했던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독자들은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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