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코의 질문 - 개정판, 6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3
손연자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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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옛날이야기처럼 그저 읽히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광복절'의 의미 역시 그저 국경일의 하나라는 것만 아는 경우가 대부분 아닐까 싶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현실을, 나라를 빼앗기고, 주권을 빼앗기고, 그리고 조선말과 조선 이름을 빼앗겼던 그때의 생활에 대해 관심을 두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과의 과거 청산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는 지금. 우리 아이들은 그때의 암울했던 이야기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겪었던 고난을 바탕으로 들려주는 동화책 『마사코의 질문』을 읽었습니다.

어른들만 나라 잃은 설움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밝게 커야 하는 아이들도 일제의 횡포 앞에서는 힘없는 조선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마사코의 질문』에는 모두 9편의 동화가 있습니다.

<꽃잎으로 쓴 글자> <방구아저씨>는 나라도 빼앗기고 글도 빼앗기고 말도 빼앗긴 서글픈 조선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조차 조선말을 쓰지 못하게 서로 감시하게 하는 일본인 선생님과 죽은 아내를 위해 고이 만든 과목장까지 빼앗으려는 일본인의 악랄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일본인은 어린 여학생까지 동원해 위안부를 시켰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거짓말로 일본으로 끌고 가 짐승보다 더 못한 만행을 저지릅니다. <잠들어야 새야>는 엄마의 품속에서 작디작은 새로 포근하게 안기는 한 소녀의 슬픈 여정이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잎새에 이는 바람>에서처럼 일본군은 조선인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하였습니다. 좁고 냄새나고 어두운 감옥에서 죽어갔을 수많은 젊은이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그리고 또 얼마나 조선의 독립을 간절히 원했을까요?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후의 일본은 모두 미쳤습니다.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습니다. 일본인과 조선인들은 서로 죽이려 한다고 하면서 칼을 겨누고 맙니다. <꽃을 먹는 아이들>은 조선인, 한국인 할 것 없이 서로 죽고 죽이는 처절하고 끔찍한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무런 죄없이 지진이라는 무서움으로 다치고, 가족을 잃고,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하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있습니다.

조선인이지만 조선인을 거부했던 조선인도 있습니다. <남작의 아들>은 조선인이면서 철저하게 일본인으로 살아가려고 발버둥칩니다만, 조선인은 변할 수 없는 핏줄입니다.

 

짧은 동화 하나하나 가슴 저린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내 나라가 없다는 것, 내 나라의 말이 없다는 것 지금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래전 조선인들은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도 우리말, 우리의 정신을 꼿꼿하게 지키려고 했습니다. 목숨까지 바치면서 말입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일본은 히로시마라는 아픔을 갖고 삽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미국에 당했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궁금합니다. 일본이 아무런 해코지도 않았는데 미국이 이유 없이 폭탄을 떨어뜨렸을까요? 물어보는 아이의 질문에 할머니는 궁색한 변명만 합니다. <마사코의 질문>처럼 일본인들이 과거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나의 어머니가 겪었던 일제 강점기는 4-5살 때의 일이라고 합니다. 나 역시도 일제 강점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학교에서 배우고 뉴스를 통해 얻게 되는 그리고 책을 통해 얻게 되는 지식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마사코의 질문』을 읽으면서 분명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의 핏줄, 조선의 정신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내가 겪지 않은 일이지만 글 속에서 만나는 조선인들이 겪었던 아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 조선의 핏줄이라는 것입니다.

 

『마사코의 질문』저자 손연자 선생님은 '제33회 종아동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동화가 수록되기도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어린이들도 조선의 핏줄을 고스란히, 그리고 당당하게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일본과 청산해야 할 많은 일이 남았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루한 싸움이기도 합니다.

조선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조선의 정신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그 시절, 강점기 시절, 조선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모든 조선인의 간절함을 제대로 알았으면 합니다. 이것만이 남아 있는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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