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황옥, 가야를 품다 푸른도서관 38
김정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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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를 세운 수로왕과 하늘이 정해준 그의 왕후 허황옥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시절이 지나 가야의 존재에 대해 조금씩 알려지는 요즘에야 관심을 두는 정도라고 할까?

역사의 기록이 전해지지 않는 상태에서 가야는 그렇게 숨은 나라가 되고, 수로왕과 그의 왕후는 어쩌면 과거의 한 인물이었는지조자 모를뻔했다.

500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가야임에도 가야 자체를 연구하기보다는 다른 나라의 기록에 의해 되짚어보는 상황이라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나마 방송의 여파로 잊혀진 가야에 대해 재조명을 하게 되는 점은 아주 발전적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가야와 수로왕, 왕후 허황옥을 기억하고 소설로 남겨졌으니 이는 관심을 두려 애쓰는 작가의 숨은 노력이 돋보인다.

푸른책들에서 나온 『허황옥, 가야를 품다』는 먼바다 건너 가야로 온 아유타 공주 라뜨나(허황옥)의 삶을 조명하면서 철을 바탕으로 국제 무역의 중심지로 자리했던 가야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고 싶었던 작가가 고증된 자료에 특유의 상상력을 결합해 첫 청소년 역사소설이다.

 

아유타국은 인도의 한 나라로 추정하고 있다. 하늘의 계시를 받아 수로국으로 남편을 찾아오는 공주의 삶을 기록과 상상을 조합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펼치고 있다.

작가는 '하늘이 정해준' 인연을 염두에 두고 멀리 한나라에서 왕이 되기 이전의 청년 청예와 여인으로 성장하기 이전의 라뜨나를 만나게 한다. 자신의 미래 남편이 될 것을 모르고 라뜨나는 그 모습을 간직하고 오랜 시간을 보낸다.

공주의 신분이지만 자국의 어지러운 정세와 정략결혼의 굴레를 피해 오빠와 함께 망망대해를 떠도는 떠돌이 생활을 하지만 신을 믿고, 자신의 나라를 믿은 굳은 심지를 보여주는 여인의 모습을 꿋꿋하게 지켜내고 있다. 한나라를 거치는 먼 여행길은 마침내 수로국에 다다라서 끝을 내지만 전혀 다른 외모를 가진 아유타국의 사람들이 환영을 받기는 어렵다. 라뜨나 공주는 진심으로 가야국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어릴 적 보았던 그 청년이 수로국의 왕으로 되어 다시 만나게 되는 인연을 가슴에 품고 산다.

 

 『허황옥, 가야를 품다』은 자신의 나라를 떠나 떠돌이로 생활 해야 했던 허황옥이 국경을 넘어 자신과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품고, 아우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국인이라는 배척과 자신의 권력이 무너질까 두려워서 모함을 하는 아도간 족장의 계략과 맞서면서 당당하게 가야의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큰 감동과 용기를 느끼게 한다.

세계에 대한 열린 생각을 가진 가야. 이런 가야가 되게끔 이끈 수로왕, 그리고 무엇보다 수로왕과 가야를 위해 공주라는 신분을 과감히 버리고 민심과 함께 하려 했던 가야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허황옥에 대한 이야기는 가야가 가졌 자부심과 당당함을 충분히 느끼게 할 수 있는 그런 소설이다.

 

청소년소설이라 내용이 복잡하지 않게 전개되기 위해서일까. 문맥상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조금 아쉽다. 상단을 이끌고 교역하는 라뜨나가 강인하고 똑똑한 여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봤을 텐데도 라뜨나의 오빠는 마냥 여인으로만 동생을 대하는 점, 수로왕에게 예비 정혼자로 점찍어지는 아가씨가 있어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다 갑자기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용감한 모습을 보이는 점, 파사의 석탑에 기도하여 바다를 잠재우는 장면 등은 좀 더 사실적이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끌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라뜨나 공주가 아유타국을 떠나 한나라를 거치는 동안의 여정이 길어 오히려 가야에서의 모습은 내달리는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라뜨나 공주에게 매력을 느끼며 그리고 수로왕과의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조금씩 느끼던 차에 바로 결론으로 이어져 독자입장에서는 조금은 싱거운 맛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허황옥, 가야를 품다』가 기억에 남는 소설이라는 것은 수로왕과 허황옥을 통해 가야만이 갖고 있던 독특한 철기 문화와 국제무역의 중심지였던 가야의 역동적인 모습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렇게라도 잊혀지던 가야의 역사에 대해, 가야의 존재에 대해 조금씩 생각하고 되돌아보는 독자들이 많아진다면 정말 다행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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