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해록 - 바다 건너 뭍길 따라 붓으로 그려 낸 명나라 풍경 책 읽는 고래 : 고전 4
최부 원작, 김충수 지음, 이해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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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해록』은 1487년 제주에 추쇄경차관으로 파견된 최부가 이듬해 부친상의 소식을 듣고 귀향하는 과정에서 풍랑을 만나 남중국으로 표류, 다시 중국 대륙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묘사한 기행문이자 일기이다. 왕명으로 당시 명나라(중국) 연안의 해로()·기후·산천·도로·관부()·풍속·군사·교통·도회지 풍경 등을 기록하여 지금껏 기록이 전해지는 책인데, 수많은 중국 기행문 중에서 표해록』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경제적 효율성에 대해 심도 있게 서술하였고, 운하의 제방 수문에 대한 기록과 수문의 비문 내용은 중국 역사의 중요한 문헌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시대의 생활을 파악할 수 있는 그런 중요한 책이기도 하다.

 

표해록』의 뛰어난 가치 때문에 여러 가지 책으로 출판되지만 웅진 주니어의 표해록-바다 건너 뭍길 따라 붓으로 그려 내 명나라 풍경』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편집된 점을 주목하게 된다. 아이들의 논술 학습 때문에 많은 학부모가 책을 선택하고 권하고 있지만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지는 매번 고민되는 일이다. 더구나 고전은 필수로 읽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고민하게 된다.

웅진 주니어의 표해록-바다 건너 뭍길 따라 붓으로 그려 내 명나라 풍경』은 강원 과학고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김충수 선생님이 청소년들이 흥미를 갖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쓰셨기 때문에 동서양의 풍습을 오늘의 시각으로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표해록-바다 건너 뭍길 따라 붓으로 그려 내 명나라 풍경』은 단순한 풍경과 관습을 기록하는 기행문이 아니다. 중국에서 표류해서 고국으로 돌아오기까지 반년의 시간 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경험을 왕명으로 기록을 한 책이기 때문에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등 15세기 명나라의 모습이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점과 표류와 전혀 다른 타국에서 고초를 겪으면서도 객관적이고 충실하게 기록을 해 나간 점이 대단하다.

 

표해록-바다 건너 뭍길 따라 붓으로 그려 내 명나라 풍경』최부가 지나쳤던 그 길의 지금을 모습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전해주고 있다. 한중 역사배낭여행 전문 집단 china路에서 2005년부터 최부가 지나간 길을 답사('표해록 루트 답사')를 정기적으로 했다. 이 팀들이 남겨온 사진과 저자가 직접 가서 찍은 사진들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의 느낌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적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우리가 표해록』을 통해서 깨달아야 하는 점은 당시 중국을 받아들이는, 이를테면 중국의 문명을 받아들이고, 중국의 글자를 써야 했던 시절에 최부는 조선의 선비로서, 조선의 관원으로서, 그리고 조선의 학자로서 절대로 굽히지 않는 꼿꼿함과 당당함을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결코 조선이 작은 나라가 아님을 스스로 충분히 알리고 있는 점이다.

우리 것을 제대로 알고 주장하는 가운데 타국의 문물을 받아들인다면 더욱 발전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부는 이런 점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보다 큰 나라였던 중국에서도 최부는 절대적으로 조선의 선비임을 잊지 않고 그에 맞는 행동과 생각과 계획을 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오래전 기록으로 과연 현대의 우리 청소년들이 얻는 점이 무엇일지, 그리고 표해록』으로 얻게 되는 점이 무엇일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독자라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감과 스스로 당당함을 보여주는 자신감에 대한 생각이 아닐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내 나라에 대한 자신감, 이것은 오랜 과거의 시간에 이미 최부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공감하는 것으로, 그리고 각인되는 것으로 표해록』이란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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